근본을 돌아봐야 수렁에서 탈출

유동성의 기반은 다름 아닌 국가부채 곧 레버리지
 국채금리가 7%를 넘자마자 구제금융 신세로 전락

그리스의 재정 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극심하게 출렁이더니 빼빼로데이인 지난주 11일, 이탈리아 국가부채가 새삼 부각되며 전 세계 증시가 동시에 폭락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지난 8월 그리스의 국가채무에서 비롯된 대규모 폭락장세의 데자뷰인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계경제는 안정을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점입가경으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며 확대되어 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이 저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언을 청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이쯤에서 고개를 들어 모니터의 시세화면에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외부세계로 돌리고 시야 또한 더욱 넓혀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더욱 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근본을 돌아보아야 쉽사리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법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되어 리먼브라더스 파산까지 불러왔던 2008년 금융위기는 전세계 금융 및 경제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극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이후 세계 각국은 신용경색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게 된다. 그 유동성의 기반은 다름 아닌 국가부채 곧 레버리지였다.

일반적으로 국가부채는 국가가 채권을 발행하고 은행이 투자자로서 이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과거와 달리 국제금융환경이 개방화되면서 국채 매입이나 인수에 국내은행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은행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미국 국채를 중국은행이 인수하거나 남유럽국가의 국채를 프랑스나 독일의 은행들이 인수하는 형태가 된다.

국채 역시 채무이기에 채권자인 은행에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상환요청이 있게 되면 원금을 갚아야만 한다.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으면 마땅히 계산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채무자인 국가가 부채를 갚지 못할 형편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개인의 경우에는 소득을 늘려 빚을 갚거나 아니면 생활비를 줄여서 빚을 갚아야만 한다.

그럴 형편이 못된다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다가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야반도주를 해야 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로 GDP를 늘려 세금을 더 많이 걷어 빚을 갚거나 긴축재정으로 내핍하여 빚의 규모를 줄여야만 한다. 그럴 형편이 못된다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여 앞서 발행한 국채를 갚는 돌려막기를 해야만 한다.

개인만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돌려막기를 한다. 돌려막기를 할 때마다 이자율은 높아지고 부채규모는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국채를 인수해줘야 할 은행이 돈 떼이는 것이 두려워 국채 인수를 거부한다면 국가는 곧장 지급불능상태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를 디폴트라고 한다.

지난 주 중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가 7%를 넘긴 바 있다. 7%라는 이자율이 중요한 것은 앞서 동일한 국가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국채금리가 7%를 넘기자마자 나란히 구제금융 신세로 전락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