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주당 ISD 폐기 재협상 서면 합의 요구는 결례”

▲ '아구통'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아구통발언이 첨예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치 정국 속에 또다시 설화로 번지면서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화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함께한 만찬 자리에서 홍 대표가 11월 안에 한미 FTA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기자에게 100만원을 주겠다는 내기를 걸었다. 또 만약 통과될 경우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의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는 것.  

당시 상황과 장소, 분위기가 농담을 섞여 있다고는 하지만 기자들과 친분을 들어 여당 대표의 입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처리시한을 놓고 내뱉은 발언이다보니 야당이 그냥 지나칠 리 만무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논평을 통해 홍 대표의 망언은 야당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어 김현 부대변인도 국가 중대사를 두고 돈내기를 한 것도 모자라 이기면 기자를 구타하겠다는 발언의 천박함이 경악스럽다고 몰아붙였다.  

급기야 홍 대표가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친한) 기자하고 한 농담도 흠집이 잡히는 세상이 됐다며 토로하듯 해명했다.  

한나라 민주당 서면합의서 요구는 대통령 모욕

  한편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라는 미국정부와의 서면 합의서를 민주당이 요구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믿지 못하고 미국 장관은 믿는다는 건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16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재협상을 하겠다고 명확히 약속했고 미국 정부는 ISD를 포함해 모든 이슈에 대해 재협상 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혔다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결례의 도를 넘어 모욕이라고 밝혔다. 

그는 FTA 비준 처리와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 간 논의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국회법 절차를 밟는다며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당내 협상파 의원들이 계속해서 끝까지 최대한 합의처리를 위한 대화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지만 당내 전반적인 흐름은 갈 데까지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홍 대표 역시 재선급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렵다며 강행처리에 속도를 낼 것임을 재확인했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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