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결집+광역지차제 연합 … 총·대선 승리예감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노무현정권의 실정과 열린우리당의 분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잇따른 악재... 친노(노무현)세력이 폐족(廢族)신세를 면치 못한 이유다. 그랬던 친노가 10.26 재보궐선거이후 ‘혁신과 통합’(혁통)이라는 이름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친노세력은 과거 민주당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설움을 뒤로한 채 통합의 주도권을 쥐면서 정치권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부활을 꿈꾸는 이들 세력은 야권통합의 새로운 정치판을 구상함으로써 내년 총선과 대선의 큰 판을 그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흉인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혁통-민주, 통합정당 연석회의 추진

‘혁통’과 민주당이 내달 17일 통합정당 창당을 목표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민주진보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모임’을 통해 통합정당을 위한 일정조정에 들어간데 이어, 20일에는 1차 연석회의를 갖고 통합정당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통합정당이 꾸려지면 이내 4월 총선정국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총선 3개월여 전부터 공천심사위원회에 대한 구성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창당이후 곧바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통합정당의 신임당대표가 공심위 구성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노의 맏언니 한명숙 전 총리의 ‘당권 등판론’은 혁통으로써도 반가운 일이다.

친노의 또 다른 이름 ‘혁신과 통합’

현재 범야권통합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혁신과 통합’에는 친노세력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와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도 이에 포함돼 있다. 모두 6명의 상임대표 가운데 2명을 제외한 4명이 친노 인사로 채워져 있다.

이밖에도 ‘노무현재단’의 정윤재 사무처장은 ‘혁통’의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그는 문재인 이사장으로 핵심인사로 불린다. 또한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내고 있는 최민희 씨는 ‘혁통’의 분과위원회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그 역시 문성근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해찬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시민주권’의 오종식 정치기획실장은 ‘혁통’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듯 보니 ‘혁통’이 곧 또 다른 의미의 ‘친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친노세력이 혁통에 대부분 들어가 있다”며 “혁통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친노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절치부심하던 친노의 새로운 반란

참여정부 말기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친노진영은 17대 대선에서 대패하였고, 이후 2008년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

참여정부시절 관료출신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18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낙마했고, ‘좌(左)희정’이라 불리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는 ‘비리전력자 배제 공천기준’에 걸려 출마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나마 재선에 성공한 ‘우(右)광재’ 이광재 의원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결국 유죄를 선고받고 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라고 표현돼 온 우리는 ‘폐족’(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손)”이라고 표현했으며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말한 바 있다. ‘친노’의 멍에가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친노세력은 그간 민주당(한명숙, 안희정, 이광재, 백원우 등), 혁신과 통합(문재인, 이해찬, 김두관 등), 국민참여당(유시민, 천호선)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개인적인 활동을 해오다 최근 ‘혁신과 통합’이 친노진영의 구심으로 등장하면서 재결집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 적을 두고 있던 이들은 문재인 상임대표 등 혁신과 통합이 주장하는 야권통합의 밑그림에 적극 동의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통합의 큰 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과 통합’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결집한다는 측면에서 내년을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계기를 통해 친노진영이 정치권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혁신과 통합’이 꿈꾸는 전국정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국정당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잠시나마 이를 구현하는 듯했다. 영호남을 포함, 전국을 아우르는 중도개혁 성향의 정당이 출범함으로써 전국정당을 꾀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시한부 정당으로 전략하면서 그 생을 마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청산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생전에도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이 되려면 전국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호남과 충청표를 합쳐도 영남표만큼 안 된다. 정권을 잡더라도 영남을 포기한다면 다수당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혁신과 통합’은 통합정당이라는 전국정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을 ‘통합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상임대표는 지난 15일 ‘혁신과 통합 충북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야권의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모두 함께 모인 대통합정당, 정당운영방식과 구조를 바꾸는 혁신정당을 만들어야 ‘전국정당’ ‘대안정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과 통합’의 핵심관계자도 “혁통이 추구하는 통합정당은 전국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전국정당을 우리가 계승하고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친노의 결집으로 부산경남 승리할 것”

혁신과 통합은 호남의 민주당과 부산경남의 친노가 결집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문재인 이사장과 경남의 김두관 지사가 중심이 되어 영남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과 통합’ 핵심관계자는 16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통합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한나라당과 좋은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중심의 호남과 친노 중심의 부산경남에서 각각 바람을 일으켜준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내년에 있을 총선의 승리여부가 대선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이 탄생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듯, 내년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8개월 뒤에 치러질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했듯 영남과 호남의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혁신과 통합’은 영호남을 결집하는 통합정당의 구상을 통해 민주정권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광역지자체장의 연합벨트 형성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 16일 서울 소재 한 식당에서 박원순 시장과 조찬 면담을 갖고 ‘아름다운 협력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동반자적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은 두 사람 모두 ‘혁신과 통합’의 핵심멤버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혁통’과 민주당이 ‘민주진보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모임’을 갖고 통합에 대한 방향과 일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도 함께해 야권통합을 위한 보폭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줬다.

이날 김두관 경남지사는 “제가 도정을 담당하고 있는 경남을 넘어 대구경북(TK)지역을 포함해 영남권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통합정당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로운 정당을 통해 국민을 감동시키고 다음 정치행사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그 길에 나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상호간 협력하고 현안해결에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야권출신 지방단체장들의 잇따른 회동은 야권통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 김두관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통합정당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들 광역지자체장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돌풍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을 위시한 전국적 바람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연합 통해 총·대선에서 ‘바람’ 예고

한국의 정치역사상 수도권과 충청 그리고 호남과 영남이 갖는 정치지형적 의미는 매우 크다.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바로 3당 합당이었다.

대구경북의 민정당(노태우), 부산경남의 통일민주당(김영삼), 충청의 신민주공화당(김종필)은 한 몸이 되어 호남포위 전략을 구사했다. 1997년에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결성되면서 호남과 충청이 연대했다. 그 결과 호남-충청연합은 영남 고립작전을 폈고, 동서구도의 선거가 치러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종 당선됐다.

‘혁신과 통합’에서 강조하고 있는 호남(민주)과 영남(친노)의 결합 그리고 수도권(박원순, 송영길)과 충청(안희정)의 세가 합쳐지면서 그간의 지역 구도를 완전히 깨는 새로운 개념의 정치판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까지 합세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열망했던 전국정당의 모습을 비로소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당이 되고 정권을 탈환한다고 해서 전국정당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통합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지만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라는 목적으로 뭉친 세의 결집이라는 측면에서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 열린우리당이 보여줬던 것처럼 정권창출의 목적을 다한 후 서로 분열하여 소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권의 인물부재... 친노의 대권 ‘잠룡’

안철수 교수의 돌풍은 차치하더라도 야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할 만한 대항마가 없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을 강력한 대권후보가 절심함에도 마땅한 인물이 없어 늘 고심이었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정도가 대권잠룡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간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했고 또한 기존 정치권에 쌓인 국민적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지율은 제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노진영에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문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비록 민주당 후보가 36.6%의 득표율을 보이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지만 반대로 보면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36.6%의 득표율을 얻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지사는 뚜렷한 정치적 연고가 없음에도 지역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영남지역은 물론 호남지역에서도 그에 대한 반감이 적어 향후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친노진영에 이 같은 대권후보들이 있다는 점은 내년 대선정국을 더욱 밝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친노의 결집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원외에서 주로 활동해온 친노세력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대선승리를 구상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언급한 “내년이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긋는 때”라는 발언은 분명 ‘친노의 부활’도 함께 숨어 있는 것이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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