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중심으로 당 재편가능… ‘국민참여경선’ 적극 검토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혁신과 통합’(혁통) 문재인 상임대표가 지난 9일 회동을 갖고 ‘원샷 통합전대’를 통해 야권을 합치자는 방안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이 오는 12월 17일 통합정당의 창당대회를 열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 달여 가량 남은 야권의 통합정당 창당 작업도 더욱 속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창당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제시됨에 따라 통합정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방식과 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새 지도부의 면면을 통해 통합정당의 밑그림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전략도 함께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의중도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통합정당의 지도부 구성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통합정당이 출범할 경우 진보세력이나 노동자세력이 통합에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혁통’ 중심으로 당이 꾸려지는 만큼 양측의 주요 인사들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통합정당의 신임지도부는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상임대표가 합의한 대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끌 것이다.

한명숙 정치행보 잰걸음... ‘한명숙 등판론’ 급부상

현재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한 전 총리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자금법위반혐의에 대한 무죄판결 이후 검찰개혁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향후 정치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손 대표의 최측근 의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야권통합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당권의 대표주자로서 한명숙 전 총리가 전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당권을 도전할 지에 대해서는 한 전 총리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만 한 전 총리는 민주당으로써도 꼭 필요한 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력이 풍부하고 내외적으로 이미지도 좋은 만큼 당권의 대표주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측근 의원은 “한 총리가 나온다면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현 지도부가 한 전 총리의 당권도전을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통합정당으로 인한 당내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이러한 이유로 손학규 대표도 ‘한명숙 카드’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야권통합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손학규 대표 입장에서 보면 한명숙 카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핵심관계자도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짜여 진다면 한 전 총리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 분위기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8일 열린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의 출판기념회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 등과 함께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지원·김부겸 “통합전대든 단독전대든 출마하겠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의원이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까지 민주당 단독전대를 요구했으나 손학규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지도부는 대선 1년 전에 사퇴한다’는 내용의 당헌규정을 준수할 것을 약속한 후부터 강경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당헌·당규상 정해져 있는 절차대로 통합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적인 통합을 해야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단독 전대를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독자전대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당내 호남지역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통합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당헌당규를 따라 질서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단독전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내 갈등과 내홍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통합정당 창당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를 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예비후보자들도 현실적인 준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의원모두 “현실적인 준비를 하겠다. 통합전대든 단독전대든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현 지도부 중에서는 ‘통합의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이인영 최고위원과 구 민주계 출신인 박주선 최고위원이 당대표 경선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종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0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이 통합의 전도사로 활동한 만큼 앞으로도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영선, 당내 분위기 좋다... 지도부 입성 충분히 가능”

당 안팎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점쳐지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무난하게 당대표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리면서 박 의장이 출마할 경우 당연직 최고위원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통합정당 창당에 박영선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써 현 지도부와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지만 지난 선거를 통해 박영선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박 의장에 대한 당내 분위기도 그전과 다르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박영선 의장이 차기 지도부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선거이후 박영선 의장에 대한 지지가 확실히 달라졌다. 비록 두 번의 선거를 연달아 치러야 하는 부담감과 피로감은 있지만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 보이는 ‘혁신과 통합’내부적으로 논의 가능

‘혁신과 통합’ 측은 통합정당의 차기 지도부선출과 관련 “어떤 논의도 없고, 그런 것을 얘기할 단계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통합정당의 출범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기 지도부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갔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정당을 꾸리기도 전에 ‘혁신과 통합’에서 차기 지도부를 거론할 경우 자칫 계파갈등이나 지분 다툼으로 비칠 수 있고, 이로 인해 통합정당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조심스런 분위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차기 지도부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혁신과 통합’에 정통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0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통합정당 출범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시급하다”며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혁통’ 측 차기 지도부로 김기식 상임대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그간 제 정당과의 야권통합 테이블에 좀처럼 얼굴을 비치지 않던 김 상임대표는 지난 11일 ‘혁통’의 상임대표단이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 이해찬 전 총리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와 함께 나란히 참여했다.

김 상임대표는 자신의 차기 지도부 출마설과 관련해 “현재 새 지도부에 대한 어떤 구상도 없고, 이에 대해 논의한 바도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범위도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합정당의 새 지도부 선출방법으로 ‘국민참여경선’이 유력한 가운데 ‘혁신과 통합’에서는 좀 더 대중적이고 지명도가 있는 인물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의 출마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임지도부 선출 시 ‘국민참여경선’ 적극 검토

민주당과 ‘혁통’ 모두 통합정당의 시민참여를 중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지도부 선출방법으로 통합정당에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투표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경선’이 하나의 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경선은 10.26 서울시장재보선 당시 박원순-박영선 단일후보 선출방법으로도 쓰였던 경선룰로 이를 도입할 경우 ‘시민이 당원이고, 당원이 시민인 정당’을 모태로 출범하는 통합정당의 명분 또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 선출에 당원이 아닌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대의견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 2012’ 소속 문학진 의원은 지난 7일 ‘야권통합 관련 공개제안문’에서 “야권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의 요구와 명령에 모든 것을 따라야 한다”며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등을 통해 통합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과 통합’에 정통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합정당의 새 지도부 경선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가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통합정당을 지지하는 당원뿐 아니라 새롭게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갈 것 같다”며 “첫 번째로는 시민 참여형이 우선이며, 두 번째로는 현장투표와 모바일 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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