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과 ‘통합정당’으로 바라본 민주와 친노

▲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당이 ‘연내 통합전대’를 선언하며 야권통합정당에 대한 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야권통합의 또 다른 중심축인 ‘혁신과 통합’(혁통)에서도 이에 반색하며 시민주도의 혁신통합을 제안하면서 통합정당 출범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혁신과 통합’의 문재인 상임대표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가지면서 통합정당을 위한 이들의 공개행보에 속도가 붙더니 급기야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오는 12월 17일에 야권통합전대를 치르고 통합신당의 지도부를 선출하겠다며 구체적 일정까지 내놓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야권통합정당’의 모습은 과거 17대 대선을 앞두고 창당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과 상당부분 닮아 있다. 통합의 과정은 다를 수 있지만 목적이나 내용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통합정당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로 열우당(열린우리당)’ ‘도로 민주당’ 지적은 과거 대통합민주신당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17대 대선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대한민국의 정당사는 창당과 분당, 합당과 탈당을 반복해온 역사이다. 정권탈환을 위해 세를 규합하고 정당을 새롭게 출범시키는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목격해왔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이 탄생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가 창당됐고 자연스레 민주세력을 흡수하면서 야권이 통합됐다. 당시 신한국당과 통합민주당 일부세력은 한나라당을 출범시켰으며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해 김대중 후보와 맞섰다.

2007년 8월에는 열린우리당계와 민주당계가 헤쳐모여를 거듭한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됐다. 17대 대선을 4개월여 앞둔 극적인 통합이었다.

참여정부 말기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못한 탓에 노무현 정권을 승계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 민주정치세력들은 통합정당을 창당하게 되었고, 세가 약해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흡수통합하면서 통합신당은 143석의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선후보가 17대 대선을 치르게 되지만 참패한 후 손학규 신임당대표가 당을 추스르게 된다.

18대 총·대선 앞두고 ‘야권통합정당’ 추진

지난 10.26 서울시장재보선이 계기가 되면서 야권통합의 당위성이 부여되고 이에 따른 후속작업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과거 정치적 고립상태에서 흡수 통합됐던 열린우리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으로 인한 당내 갈등과 내홍은 차차 하더라도 민주당은 야당의 맏형으로써 통합을 진두해가고 있으며, 손학규 대표는 통합의 선두에서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야권통합의 또 다른 중심축인 ‘혁신과 통합’은 원내정당이 아닌 순수시민사회세력이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통합대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비록 친노(노무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과거 열린우리당을 연상케 하지만 분명 이전의 통합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같다. 내년 총선승리를 기반으로 대선에서의 민주정권 탈환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통합에 대한 당위성과 대의에 모두들 공감하면서도 통합의 형태와 형식을 두고 당내 정치적 역학관계가 얽히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당의 분열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과 통합’ 문재인 상임대표는 민주당의 분열을 극도로 경계하며 과거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친노’의 핵심인 그가 일종의 자기반성까지 한 셈이다. 그는 “통합에 찬동하는 세력만 함께하고 민주당 잔류파는 남는 식의 민주당 분열방식 통합은 결코 안 된다”며 “민주당 모두를 포함하는 통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통합정당, 민주당과 ‘친노’의 재결합?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혁신과 통합’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통합정당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도로 열우당’ 또는 ‘도로 민주당’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재집결한다는 측면에서 당대당 통합보다는 세 확장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 안팎에서 ‘혁통’과의 통합이 복당형식으로 가야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현재 ‘혁신과 통합’은 친노세력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노무현 재단’의 문재인 이사장과 참여정부시절 실세였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도 이에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8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야권통합이 과거 대통합민주신당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과의 통합이 쉽지 않은 만큼 결국 과거에 함께 했던 이들이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실상 대통합민주신당과 같은 그런 식으로 가고 있다. 대부분 그렇게 인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으며, 민주당의 핵심관계자는 “과거 대통합민주신당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과거에 모두 다 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합정당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혁신과 통합’의 핵심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만으로는 내년 정권교체가 힘드니 더 큰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통합정당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께서 상임대표직을 맡고 계시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 더욱 많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혁통’을 포함한 범야권진영은 통합정당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현 정치판의 새로운 구조개선을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과 ‘친노’ 그리고 민주당 내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상임대표는 어떤 묘안을 짜낼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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