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허위 문서 만들어 비자금 조성

 

서울시와 국민생활체육회로부터 받는 보조금 수억 원을 빼돌려 유흥비로 사용한 서울시생활체육회 간부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생활체육 사업을 진행하면서 허위 문서를 꾸미고 물품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빼돌린 돈을 관리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만들고 수차례 돈세탁을 거친 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 단체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는 제보도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차명계좌 만들어 돈 빼돌린 후 유흥비로 흥청망청
“외부 인사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음담패설 했다” 성희롱 의혹

서울광진경찰서는 수억 원의 보조금을 빼돌려 유흥비로 탕진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서울시 생활체육회 산업팀장 황모(4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범행을 주도한 이 단체 전 사무처장 김모(56)씨와 전 본부장 정모(46)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보조금 횡령해 유흥비로 사용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무처장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회의비, 간식비, 자원봉사자 식대 및 교통비, 행사진행요원 일일수당 등 비용지급 관련 문서를 허위로 꾸미거나 운동용품 업체 및 행사 대행업체로부터 계약 단가를 높인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49차례에 걸쳐 3억9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생활체육회는 서울시 보조금 76억 원과 국민생활체육진흥기금 27억 원으로 운영되는데 이들은 자체 14개 생활체육사업을 진행하면서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본부장 출신인 김 전 사무처장은 2008년 4월 부임해 서울시생활체육회에서 17년간 근무한 정 전 본부장과 짜고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무처장은 지시 및 총괄하고 정 전 본부장은 업체로부터 돌려받은 차액금을 관리했으며, 황 사업팀장 등은 차명통장 4개를 관리하고 해당업체에 연락해 차액금을 돌려받는 등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사무처장 등은 지인이나 회사 직원,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 4개를 만들어 행사대금 1억4500만 원, 운동용품 대금 9400만 원, 단체버스 임대 대금 3400만 원 등 총 3억90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빼돌린 돈의 대부분을 카드대금 결제나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무처장 등은 이전 자원봉사자 명단을 또 다시 사용하는 방법으로 지급하지도 않은 자원 봉사자 식대 및 교통비를 지급했다고 서류를 꾸미고 사인 등을 조작해 횡령했다. 이들은 또 실제 단가가 2만 원인 운동용품을 서류상에는 3만 원으로 기재해 놓은 뒤 부풀린 계약금으로 결제하고 업체로부터 차액금을 차명계좌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유흥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할 경우 감사에서 적발될 것을 우려해 회식을 한 뒤 직원 카드로 결제하고 차명계좌에서 해당 직원에게 돈을 지급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김 전 사무처장과 정 전 본부장은 서울시민생활체육사업 등을 진행하기 전 사업팀장으로부터 예산 규모, 행사내용 등 사업계획을 듣고 업체 단가를 조정하여 돌려받을 금액을 미리 계획하는 철저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황 사업팀장은 “김 전 사무처장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고 해서 차명계좌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차명계좌를 만들 때 위압이 있었고, 김 전 사무처장의 직접 지시로 계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사무처장은 인사권과 예산 집행권을 갖고 있는 등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라며 “사무처장 등이 오랜 기간 동안 조직적으로 문서를 조작해 관리 감독을 피한 점으로 미뤄 관련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김 전 사무처장은 사업 실패로 세금 체납액이 8억 원에 달한다”며 “신용불량자인 김 전 사무처장이 부임하면서 범행이 시작됐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 동기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서울시 및 국민생활체육회와 유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2일 김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가 내려옴에 따라 추후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여직원 성희롱 의혹도 불거져


한편 서울시생활체육회에서 여직원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는 제보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의회 김연선 의원에 따르면 회식자리에서 생활체육회 간부가 간장과 소주를 섞은 술잔을 새끼손가락으로 휘저은 뒤 이를 여직원에게 빨라고 강요했다. 이뿐 아니다. 또 다른 간부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가슴 사이에 나무젓가락을 꽂으려고 했다는 식의 성희롱 성추행 제보가 7~8건 들어왔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몇 차례의 익명의 제보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찾아 증언을 들었다”며 “간부실에서 외부 인사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음담패설과 성희롱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회사 내 압박 및 회유 때문에 여직원들이 피해를 입고도 쉬쉬하고만 있다”고 지적하며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이슈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토대로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여직원 성희롱은 제보에 의해 이뤄진 것인데 별도로 서울시에 제보가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시 생활체육회 비리 의혹 등과 같은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사실 확인 등 조사에 나서고 행정적 조치 등을 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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