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창당-통합정당 합류-개인적 행보유지... 그의 선택은?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 가운데 1500억 원 상당을 사화에 환원키로 하면서 우리사회는 물론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안 원장은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의 사재출연을 정계진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선후보 가상대결 시나리오에서 ‘박근혜 독주론’을 제치고 단숨에 1위를 차지한 안 원장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정치판을 뿌리 채 뒤흔드는 ‘상수’가 됐다.

안철수, ‘돌풍’을 불러오다

10.26 서울시장 보선이후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원장은 지난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 액수만도 무려 1500억 원.

안 원장은 사재출연 배경에 대해 중산층의 붕괴와 젊은 세대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펌프로 물을 퍼 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이 되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의 사재출연으로 ‘대선 시계’는 더욱 빨라졌으며, 이날 이후 정치권은 ‘안철수 블랙홀’로 급속도로 빨려들었다. 그는 자신의 사재출연을 ‘순수 기부’라 칭하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동을 본격적인 대권행보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시장 재보선이후 안 원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점쳐지던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그의 움직임에 정치권은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속수무책이다. 안 원장의 이런 행동이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호응을 받겠느냐”며 탄식했고, 전여옥 의원은 “여의도는 이미 태풍권”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계입문으로 악용마라” “안 교수가 머리를 쓴 것 같다” “의도가 있어 보인다” 등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안 원장의 사재출연 발표 시기를 두고 사전에 계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사재출연 사실을 사전 공지한 날은 지난 14일로,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표가 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94회 탄신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경북 구미에 내려간 날이다.

또한 사재출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1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 대표단과 함께 국회면담을 가진 날이기도 하다.

안철수 사재출연 이후 지지율 급등

안철수 원장의 사재출연 이후 지지율도 덩달아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뉴시스와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를 묻는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33.7%로 공동 1위에 올랐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이 47.9%로 박근혜(42%) 전 대표를 6%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노리서치 이민호 이사는 “안철수 원장의 사회 환원 발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기존의 사회지도층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치권에 대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안 원장의 의지와 국민들의 바람이 더해진다면 대권 행보에 대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수 있고, 그럴 경우 내년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측 ‘안풍’ 극도로 경계

안철수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긴장감이 상당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안 원장을 극도로 경계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 맞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이 같은 돌풍은 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안 원장과 박 전 대표는 이른바 ‘서신과 수첩정치’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비교대상이 됐다. 결국 안 원장의 승리로 막을 내린 선거에서 박 전 대표 측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여론은 안 원장에게 쏠린 상태였다.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의 사재출연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안 원장의 정치행보에 대한 물음에는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안 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에 “나서도 좋고 안 나서도 좋고 다 좋지만, 내가 환영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경험과 경륜, 사람의 갈등을 다루는 자리”라며 “마우스 커서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안 원장을 깎아내렸다.

정치적 선택폭 넓어진 ‘상수’ 안철수... 그의 선택은?

안 원장의 주가가 이처럼 높아지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의 영입에 혈안이 됐다. 그간 안풍(安風)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던 인사들도 모두들 안 원장 ‘모시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안 원장 하나만으로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돌풍을 몰고 올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더 이상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수’가 된 것이다.

안 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폭도 그만큼 넓고 다양해졌다. 지금까지 나온 시나리오를 근거로 안 원장의 향후 선택을 분석하면 △제3당 창당 △통합정당 합류(야권통합정당, 박세일 신당) △개인적 행보유지 등으로 나뉠 수 있다.

또한 정치 전면화를 내세우며 본격적 행보에 나서는 시기도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전과 후로 구분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에 있을 안 교수 출판기념회가 정치행보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안 교수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며 “내년에 안 교수의 자서전이 나오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사재출연은 결국 정치전면화를 선포한 것이다. 대권의지의 행보를 본격적으로 예고한 것”이라며 “언제 등판을 하고 언제 정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놓은 것은 아닐지라도 이제는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중심의 제3당 창당... ‘친박연대’처럼 갈수도

안철수 원장은 지난달 27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의 신당창당과 관련해 “학교 일만으로도 벅차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이 제3의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법륜스님 등 이른바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를 중심으로 신당창당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말까지 들려왔으며, 법륜스님은 안 원장이 신당에 참여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20여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까지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이에 대해 “법륜스님이 엄청 화내더라”며 “신당창당은 터무니없다”고 전했다.

‘안철수 신당’의 근원은 대부분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들에서 나온다. 법륜스님이나 윤여준 전 장관 등을 둘러싸고 신당창당에 대한 얘기가 줄곧 이어져 왔다.

‘청춘콘서트’에 함께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치를 하기위해서는 당이 필요하다”며 “안 원장과 같이 대권 지지율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친박연대’의 예를 들며 안 원장이 신당창당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더라도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들과 지지 세력이 중심이 된 신당창당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간판을 단 사실상의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입지를 다져주고 이를 기반으로 대권을 노린다면 안 원장 입장에서도 신당창당으로 인한 정치적 공격을 덜 받은 상태에서 대권가도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직접 신당창당을 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안 원장의 이름을 달고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며 “친박연대와 같은 형태로 당이 꾸려질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혁통 “사실상 야권인사”... 야권통합 적극권유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혁통)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야권통합의 큰 범주 속에는 안철수 원장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최종 합류함으로써 통합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안철수 원장을 사실상 범야권인사로 규정하고 통합정당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마다않던 그였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통합정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 원장의 사재출연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만간 안 원장에게 연락해 한 번 만나겠다”고 말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야권통합 합류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치란 무릇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안 원장은 정치를 하든 안 하든 이미 우리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권의 이 같은 구애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여전히 말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언급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심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안 원장은 손학규 대표나 문재인 상임대표의 지지율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가 통합정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유지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은 엄청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교수가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은 채 독자행보를 유지할 수도 있다”며 “이후 내년 대선에서 범야권진영의 통합후보와 맞붙을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세일 신당 ‘러브콜’... “안 교수 꼭 필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입대상으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전 의원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박세일 신당 측에서 안철수 교수의 영입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세일 신당의 영입대상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안 교수를 추켜세우며 ‘안 교수 영입론’을 주장했다. 김 지사는 “안철수 교수는 나보다 10배 이상 한나라당에 적합한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이 노력을 안 해 정치하려는 사람을 뺏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이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현 정권을 심판하고 반(反)한나라당에 대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사실상 중도보수신당인 ‘박세일 신당’에 합류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신율 교수는 “박세일 신당 측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철학이나 이념에 결코 맞지 않다. 지난 선거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박세일 신당 쪽에 합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안 원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며 박세일 신당도 한나라당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정당”이라며 “안 원장이 반한나라, 반보수적 입장을 밝힌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손 내밀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이어 “안 원장은 무당파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며 “만약 박세일 신당으로 갈 경우 지지 세력이 급속도로 이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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