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정당’ 계기로 손-정 공동연합전선 구축

▲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권통합정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공동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써 그간 계속해서 충돌해왔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오면서 ‘물과 기름’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왔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공조는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손학규-전동영 ‘연합전선’ 구축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의 최근 기류가 심상치 않다. ‘물과 기름’이던 이들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공조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을 두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 사이에 불어 닥친 위기의식이 결국 이들의 공조를 가능케 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안풍(安風)으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이나 서울시장 재보선이후 통합의 주도권이 ‘혁신과 통합’으로 넘어가면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자연스레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이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국 이들의 연대를 불러왔고, 이러한 협력관계를 통해 민주당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중이 깊게 깔려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대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이도 상당하다. 또한 일각에서는 통합정당 추진과정에서 두 사람의 공조체제가 두드러지면서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공동전선을 구축함으로써 당 안팎의 갈등국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정동영의 대립과 갈등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은 그간 사사건건 대립하고 갈등관계를 맺어왔다. 공식 석상에서 두 사람이 얘기할 때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긴장감마저 흐르곤 했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둘러싸고 정 최고위원은 ‘희망버스’에 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손학규 대표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더욱이 ‘투쟁’을 앞세운 정 최고위원을 겨냥하듯 ‘상생과 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북문제를 놓고 두 사람의 충돌은 더욱 격해졌다. 지난 7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손 대표는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으며, 정 최고위원은 격분하며 “어떻게 종북 주의라는 표현을 할 수 있냐”며 “당장 사과하세요”라고 말해 회의장을 순간 긴장으로 몰아갔다.

정동영, 손학규의 통합론에 힘 보태다

갈등관계의 골이 깊던 두 사람이 통합정국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연대관계를 형성, ‘연내 통합전대’를 합의하기에 이른다.

지난 3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는 이 시각부터 하나가 되어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데 동참하기로 했다”며 ‘연내 통합전대’를 선언했고 많은 이들은 이 자리에 정 최고위원이 포함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통합정당론에 힘을 보태며 “민주당 독자전대는 국민의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당이 지금까지 진보적 길로 걸어온 것은 손학규 대표가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왔기 때문에 나의 주장과 일치할 수 있었다”며 이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4일 민주당사에서 가진 전국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자신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까지 거론하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가진 장본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심정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열린우리당 분화과정과 이번 야권통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손-정, 한미FTA 강경입장 고수

‘좌클릭’ 행보를 통해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한 정동영 최고위원은 그간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에 주력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을사늑약보다 더 나쁘다”며 강경입장을 보여 왔다.

특히 당내 강경파와 협상파가 충돌했을 때는 작심한 듯 “당론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협상파를 쏘아붙였으며, “한미FTA 찬성론자들과는 통합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현안에 대한 직접 돌파보다는 비켜가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진중공업사태도 그랬거니와 대북문제, 한일문제 등에 있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랬던 그가 한미FTA 국면에 들어서면서 강경일변도로 변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면담에서 제안한 ‘선(先) 비준, 후(後) 재협상’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민주당은 “ISD 폐기·유보를 전제로 한 장관급 이상 합의문을 받아오라”는 당론을 확정했다.

“라이벌은 있지만 영원한 적은 없다”

정치에는 영원도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라 상호 연대하거나 경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을 두고 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미워하면서도 어려움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협력하는 경우)라는 말을 심심찮게 하고 있다.

당내 유력대권주자이면서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이 상호 협력관계를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 현재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보았듯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지형적 역학관계 속에서 자칫 내가 아닌 ‘혁신과 통합’ 또는 안철수 교수 등 다른 누군가에게 대선후보를 넘겨줘야 한다는 불안감은 이들에게 엄청난 위협과 위기의식을 불러왔을 것이다.

그러나 노선자체가 다른 두 사람의 연대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행보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대권을 두고 경쟁이 붙으면서 자연스레 협력관계도 깨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각에서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이러한 연대관계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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