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진보신당 신임대표 인터뷰] 진보좌파정당 추진, 당규수정 시사, 노심조에 일침

▲ 지난달 29일 홍세화 진보신당 신임대표가 [일요서울]과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에 분명 희망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통합진보정당(민노당-진보신당) 건설 실패와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탈당으로 혼란이 가중됐던 진보신당이 4기 대표단을 새롭게 꾸리고 진보정당의 재기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에 들어갔다. 홍세화 신임대표는 진보신당의 ‘사병’이 될 것을 원했지만 진보정치의 현실은 그에게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서도록 했다. 그리고 진보신당의 대표가 된 지금 ‘진보좌파정당’의 새로운 정치구상을 통해 진보정치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홍 신임대표는 이른바 ‘탈당파’에 대해서는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진보의 희망’을 말할 때는 진정어린 눈빛을 보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척박한 땅에 참된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겠다던 홍세화 진보신당 신임대표를 지난달 29일 [일요서울]이 만나봤다.

-중요한 시기에 대표직을 맡게 됐다.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올랐다. 상황이 나에게 이런 선택을 하도록 한 것 같다. 그간 동요했던 당원들을 추스르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작과 참된 진보정치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진보정치가 새롭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진보신당의 간판스타로 불리는 이들이 당을 떠났다. 당내 새로운 스타를 키우는 문제도 중요할 것 같은데?
▶중장기적으로 당연히 중요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통해 진보신당을 새롭게 형성해 내는 것이 중요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경험했든 간판 정치인들이 당을 그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위한 둔덕으로 여기고 행사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전 대표들의 탈당이 좋은 교훈이 됐다고 본다.

-당직개편은?
▶진보신당의 당규를 보면 경직된 부분이 좀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인력도 부족하고 어려운 여건이지만 내년 중에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일단 팀제 운영의 문제라든가 비례대표 선정의 문제 등은 일차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특히 비례대표 선정문제는 총선 전에 개정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당원선거에 의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고 있는데, 이제는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해 이를 추인 받는 식으로 가야할 것이다. 전략적 후보의 당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3자(민노당-국참당-통합연대) 통합에 비판적인 진보세력과 노동계, 학계, 청년들이 참된 진보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그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애당초 나 자신부터 기득권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열어놓은 채 통합에 임할 것이다. 현재 사회당과 녹색당창당준비위원회 그리고 노동자세력과 진보교연(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등에 연석회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사회당 측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통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 보인다. 당대당 통합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세의 통합이 아닌 가치와 이념이 함께하는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3자 통합을 비롯해 기존의 통합이 세를 불리는 통합이었다면 사회당과의 통합은 진보의 가치와 전망 그리고 이념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이뤄지는 통합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당원들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진보좌파정당’ 추진이 ‘3자 통합’에 반하는 통합이라는 지적도 있다.
▶3자 통합이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한미FTA와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던 국민참여당이 함께하고 있다. 당이 하나가 될 때는 당의 강령과 가치 등이 맞을 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재벌권력문제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권력을 비롯한 재벌권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새로 출범할 통합진보정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진보신당 ‘탈당파’ 중심으로 진보통합정당이 추진되고 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전 대표들의 행보가 결국 진보신당의 소멸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진보신당의 위상과 평당원들의 역사적 가치 등이 소멸되는 것은 너무나 참담한 역사의 배반이다. 그리고 과연 이들이 추진하는 진보통합정당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치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물론 그분들의 그간 행보가 그러했듯 물이 흐르고 흐르다보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이들과 함께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하방(下方)으로 향하는 길이 아닌 세를 불리기 위한 행보를 유지한다면 그들과 진보신당이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향후 ‘야권통합정당’, ‘통합진보정당’ 등과 연대도 가능한가?
▶한미FTA 폐기가 통합을 위한 일차적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한다면 연대는 가능하다고 본다. 상황과 선거 국면에 맞게 서로 연대하고 연합하고 후보를 단일화하는 등의 문제는 언제나 열려있다. 그러나 통합은 다르다. 당이 하나 되는 것은 당의 강령과 가치 등이 맞을 때 하는 것이다. 공자 말씀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남들에게 똑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으며, 소인은 같은 점이 많아도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적대관계로 받아들인다. 이는 우리 역사의 부정적 유산 중 하나다. 같은 편이 아니면 적으로 돌리는 문화는 진보정당 내에도 있어왔다. 한편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상황에 따라 연합하고 연대할 수도 있으며,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나뉠 수도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을 비롯해 한국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문제점은 무엇이며 개선돼할 부분은 무엇인가?
▶‘안철수 현상’이 일고 있으며,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의 물결을 기존의 정당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또한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이 같은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도 못됐다. 이 부분에서는 진보정당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분당과 분열이 지속되면서 진보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져갔고, 진보진영과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요구가 억압받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구조개선 노력도 부족했다. 국민이 겪고 있는 민생의 어려움과 변화의 요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해 진보정치세력의 영향력도 함께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려움은 있지만 분명 진보정당에 희망은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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