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명운 내건 국민 감동 5대 반전카드 ‘눈길’


안철수 사재 기부 잠재울 ‘대학생 장학 기금 1조 원 조성안’ 제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생존이 걸린 이른바 ‘쇄신태풍’이라는 혼돈국면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자정당’, ‘특권 소수만을 위한 1% 정당’이라는 불신과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구시대 정당이라는 낙인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공중 분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국민에게 더 이상 감동을 줄 수 없는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내부 인식은 당 지도부 ‘쇄신’으로 돌출됐지만 그마저도 홍준표 대표체제 현상 유지로 가닥이 잡히면서 다시금 분열의 목소리만 층층이 쌓여가고 있다.

이 와중에 당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실에서 당 쇄신을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한 ‘극비 문서’를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했다.

‘한나라당의 재탄생을 위한 퍼포먼스 아트-참회의 회초리 릴레이’라는 제목의 이 극비문서는 현재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두터운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 울랄라세션 메시지 벤치마킹


우선 전면적인 대국민 이벤트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정한 ‘참회의 회초리 릴레이’로 이름 붙인 극비문건은 당을 대대적으로 쇄신하고 반성하는 것이 지도부 체제 개편으로 그치지 않고 대외적인 이미지 탈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지는 “‘창조적 발상’과 ‘혁명적 처방’이 필요하고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2040세대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 국민이 직접 눈으로 한나라당의 반성과 쇄신 의지를 퍼포먼스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규모 이벤트 형태로 기획된 극비문건에는 실행 방안이 두 가지 축으로 짜여 있다. 그 중 하나는 창조적 발상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2040세대의 이목을 끌어당기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3(이하 슈스케3)에서 우승한 ‘울랄라세션’의 메시지를 벤치마킹했다.

울랄라세션의 메시지란 다름 아닌 “팀이라는 건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걸 포기할 줄 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제 그 영광을 여러분께 돌려드린다”는 오디션 우승 소감이다.

이러한 메시지에는 한나라당이 그간 세대를 뛰어넘지 못하고 소통과는 거리가 먼 경직된 구태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던 정당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슈스케3에서 울랄라세션이 보여준 리더를 당 지도부로 대입해 리더의 헌신과 팀원인 소속 의원, 당원들이 모두 화합해 관객이 될 국민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감동 정치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집권여당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 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네 죄를 알렸다” 회초리 릴레이

문제는 참회의 메시지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극비문건에는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고 2040세대의 분노를 자아낸 것은 집권당의 잘못이 크다는 무거운 책임과 통감, 참회의 뜻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다른 한나라당 의원에게 회초리를 들어 장딴지를 때리고 회초리를 맞는 식으로 회초리 릴레이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종합적인 국민 감동의 깜짝 반전 카드를 제시한다”고 적혀 있다.

소속 의원들의 회초리 릴레이가 끝난 뒤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회초리를 맞고 그 맨 마지막에 대권주자들이 회초리를 맞는다”는 것이다. 참회의 회초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맞을 수도 있는데 대권주자나 대통령에게 회초리를 때릴 때에는 시민대표가 나선다는 설정이다.

권역별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발해 강원권, 호남, 충청, 영남, 제주로 순회 공연하듯, 지역별 특색을 조금씩 달리한 공연 주제를 곁들여 진행하는 전국적인 퍼포먼스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파간 갈등으로 촉발됐던 분열상에 대한 성찰도 가미된다.

극비문건에 구성된 참회의 회초리 릴레이 퍼포먼스는 예술적 공연 요소까지 가미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치 예능프로그램의 진행 대본처럼 자세하게 구성돼 있다.

이를 테면 농구장 형태의 장소에서 시민은 상석 개념의 관중석에서 의원 공연자들은 코트 위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회초리를 맞을 당내 의원들과 지도부, 대권주자들은 죄인이 된 심정으로 눈물의 입장하면 오프닝 뮤직이 깔린다.

이어 교수, 정치평론가, 시민단체, 종교, 언론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나서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입장에서 분노의 질타까지 첨가해 ‘너의 죄를 알렸다!’라는 회초리 릴레이 판을 벌인다.

또 “회초리 릴레이가 시작되기 전 왜 매를 맞아야 하는지 1문1답이 나오는 가운데 회초리를 맞는 횟수는 10회 내외로 하되 중진급에 (횟수 비중을) 무겁게 배정하며 권역별 지역구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참회의 발언들을 한마디씩 내놓는다”는 식이다.

여기에다 “회초리를 때리는 의원이 추궁하고 맞는 의원은 ‘그렇습니다. 이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극비문서에 담긴 퍼포먼스의 주요 골자다.


현역 50명 이상 총선 불출마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최후 퍼포먼스로 ‘국민감동의 5대 반전 카드’라는 진행단계에선 서울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현역 의원들의 릴레이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불출마 릴레이 선언에 나설 현역 의원들을 최소 30명에서 최대 50명 이상. 이러한 실천 이벤트는 계속해서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500억 원 기부를 무색하게 하는 대학생 장학지금 1조원 조성을 현역 의원과 당원들의 자발적인 기부, 재산 헌납은 물론 동시에 대기업 등의 동참을 유도하는 국민 모금운동을 발표하며 참회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불출마 선언 의원들은 19대 당선 시 세비 전액 또는 일정 금액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고 당내 재산 등록 순위 상위별로 일정 재산을 장학기금에 출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릴레이 선언이 끝난 뒤에는 내년 총선에 나설 한나라당의 새 인물 후보를 당 지도부의 공천이 아닌 국민참여 경선투표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삽입돼 있다.

국민참여 경선 방식은 슈스케 오디션 방식으로 사회 각계각층 100인의 후보를 미리 선정, 국민 투표를 시행하되, 상위권에 들지 못한 후보 인사들은 추후 50위까지 본인이 희망하며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한나라당 당명을 공모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돼 있다. 문건에는 “사전에 예비 당명을 3~5가지 선정해 국민 선택의 새 당명을 국민참여 투표로 결정하고 퍼포먼스 마지막 행사로 국민과 함께 새로운 당명과 당기를 흔들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감동 없는 진정한 쇄신 없다면 공중분해”

이처럼 한나라당 내에서 다소 황당하고 유치하게 비쳐질 수 있는 ‘참회의 회초리 릴레이’라는 퍼포먼스가 기획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 당이 처한 운명이 얼마나 절박한 위기에 놓여있는지를 대변해준다.

이런 당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일 개국된 종편 방송사들과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보면 신당 창당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새 비전과 새 정책이 필요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8년 전인 2004년에도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회생 불능 상태에 놓여 있었다. 당시 만신창이가 된 당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회초리’ 광고와 함께 천막당사로 옮겨 참회의 진정성을 극대화했던 박 전 대표의 쇄신 정치가 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그해 4·15 총선에서 채 5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 121석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아들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삼아 최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는 “모두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엎드려 무릎 꿇고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가열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당과 지도부가 먼저 반성문을 쓰고 청와대과 대통령이 같이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는 야권의 반대급부에 밀려 위태로운 것이 아닌, 기존 정당 중심의 대의정치가 국민적 기대를 부응하지 못해 외면당하고 무너져가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또 안철수 원장이 대선 직행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고, 정치권 주변에서 신당론이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권 내에서 소용돌이치는 쇄신 태풍은 단순히 과거의 천막당사 이벤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내 쇄신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 핵심 관계자는 “국민 감동은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다. 50% 물갈이론도 이런 취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변화가 핵심이다. 깜짝쇼로는 안 된다. 1%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새겨야 한다”며 “최근의 안철수 현상은 자기희생에서 비롯됐다. V3의 백신 무료제공과 1500억 원 기부 의미를 잘 살펴봐야 한다. 당이 혁명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정책쇄신을 통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여권 내의 계파 구조는 친이-친박-소장파를 넘어 여러 갈래로 분화돼 있다.

겉으로는 계파 해체라는 당내 화합에 목청을 세우지만 실상 친박 내부에서도 집권 불안감에 따른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앉아서 죽는다는 쪽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홍준표 체제 유지파로 갈려 있다.

민본21 모임으로 대표되는 소장파는 정두언 의원 중심의 혁신파와 홍 대표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친이 진영 역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면서도 박 전 대표와 홍 대표의 눈치를 보는 관망파로 쪼개져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한 정치평론가는 “한나라당 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쇄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현역 개개인이 ‘알맹이’가 빠진 공천 물갈이, 노선 변경, 보수세력 통합 등 인적 쇄신에만 매달려 갑을박론하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분열양상으로 흘러간다면 아무리 파격적인 쇄신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적 진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대로 가다간 스스로 분열하다 국민들에게 외면당한 채 공중 분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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