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유동성,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유연한 자세

금융위기란 결국 신뢰의 위기와 다르지 않아
편견 없이 상황을 바라보되 스스로 중심을 잃지 말아야

지난 8월 유럽발 재정 위기로 인한 폭락 장세 이후 계속되는 여진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서로 호각을 이루며 4개월 내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루한 장마철을 지나듯이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변동성 장세는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지리라는 분석이다.

유로존의 경우 무언가 악재가 돌출될 때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 각국의 정상이며 재무장관 등이 모여들어 해결책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효과는 지극히 미미한데 이것은 그들이 내놓는 해결책이라는 것이 그저 립 서비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강력하고 실제적인 액션플랜인데 정작 그들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은 허황된 약속뿐이니 그 결과 시장의 격렬한 변동성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현재 이런 아노미적 경제상황을 야기한 원인이 레버러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법이다. 서로의 편리와 이익 그리고 입장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해법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상태이며 그 때문에 회담 후에도 시장이 원하는 액션플랜은 없고 듣기 좋은 립 서비스 뿐인 것이다. 경제위기 그리고 금융위기란 결국 신뢰의 위기와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장이 이처럼 뉴스와 이벤트에 일희일비하며 휘청거릴 때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자세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다. 한쪽 방향만을 바라보는 것과 반드시 이렇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경제상황은 과거의 그것과 흡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부터 다르다. 독립투사에게 있어서 지조는 덕목이지만 분분한 경제에 대한 경직된 시선은 파멸이다. 다만 편견 없이 상황을 바라보되 스스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태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키워드는 바로 펀더멘털, 유동성 그리고 경제블록(미국, 유럽,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에 의한 성장, 부채로 인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추가적인 부채, 그로 인한 신뢰의 위기, 이것이 현 글로벌 경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다. 부채가 산처럼 많아 소비 역시 어렵기에 펀더멘털은 암울하다. 부진한 기업실적과 미미한 가계소비 추세가 이를 반영한다.

첫번째 키워드인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이 암울한데도 주가는 나름 선방하고 있다. 여기서 두번째 키워드 유동성이 등장한다. 부채로 인한 성장이 위기에 도달하자 마침내 각국 정부는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신용경색을 피해가려고 했다. 그 결과 현재의 주가는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키워드, 블록 단위 경제주체들의 미묘한 움직임이 등장한다. 악화된 펀더멘털과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은 각기 입장이 다른 미국, 유럽, 중국의 합종연횡과 정책수립에 따라 더욱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아무리 복잡하고 해석이 어려워 보여도 결국은 이 세 가지 키워드 즉 펀더멘털, 유동성 그리고 경제블록을 중심축으로 삼아 궤적을 그린다. 변동성 장세를 슬기롭게 헤쳐가기 위해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이나 고집이 아니라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유연한 자세이다.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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