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에 해임, 5년간 징계만 72명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은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에 5개의 병원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런데 그중 중앙보훈병원에 대한 크고 작은 비리 문제와 특혜시비 등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예산이 크게 줄어 오래된 의료장비 교체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매하고, 특정 의약품 유통 회사에 유리하도록 쪽문을 개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파면·해임의 중징계부터 정직·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받은 직원이 총 72명에 달할 정도로 내부 관리의 허술함도 드러냈다.
해마다 이런 문제들이 국정감사에서 계속해서 지적되면서 감사원의 정밀감사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번번이 이뤄지지 못했다. 보통의 경우 이런 문제점이 지속될 경우 감사원 감사는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보훈병원에 약을 납품하는 의약품 유통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의 형이 야권 중진 의원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을 둘러싼 소문을 추적해 본다.

보훈공단은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의 의료복지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공단의 존재목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낮은 마음․봉사하는 마음으로 복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사명감 속에 직원들은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반면 그동안 보훈병원은 시설이 낡고 의료서비스가 민간병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애꿎은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9월 기존의 장기요양병동 800병상을 개·보수하고 진료병동 600병상을 신축하면서 보훈병원에서 중앙보훈병원으로 업그레이드 개원돼 기존의 비아냥거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보훈병원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쪽문 근방에 거래 도매상 건물 위치해


중앙보훈병원은 새롭게 600병상을 신축하면서 건물 옆쪽으로 쪽문을 개설했다.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기 때문에 출입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은 당연해 쪽문 개설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중앙보훈병원 정문(현재는 후문) 부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업주들은 쪽문이 개설된 이유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보훈공단은 신축건물 설립 계획 시부터 염두에 둔 사항이었으며 강동구청 도로과에서 같은 위치에 진출입시설의 설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설립했던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3일 강동구청은 중앙보훈병원 주변의 진흥2길 도로확장과 진흥2길에서 중앙보훈병원 후문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개설함에 있어 주변 주민들의 이동편의 등을 감안해 도로와 보행동선이 연결될 수 있는 위치에 통로개설이 필요하다는 협조공문을 중앙보훈병원에 보내 검토의견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앙보훈병원 측은 통로 개설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폭 90cm 높이 150cm의 통로를 개설하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강동구청은 또 다시 주변 민원사항을 고려해 폭을 2m 이상으로 넓혀줄 것을 요청해 중앙보훈병원 측에서는 이를 수용해 통로를 개설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주민 이동편의를 위한 것이기에 어떤 이의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통로가 위치한 곳 바로 근처에 중앙보훈병원과 의약품 납품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A 의약품 도매업체가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A업체는 현직 야당 중진 국회의원의 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A업체가 통로가 개설된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 건물을 신축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중앙보훈병원과 강동구청 사이에 통로 개설을 논의한 시점이 지난해 9월 말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병원과 도매업체 간 ‘유착설’


정부당국은 약가인하를 단행하면서 그동안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의지를 밝힌 후에도 리베이트 문제는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고, 지금도 분명 더욱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무성하다.

중앙보훈병원과 A업체에 대한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 측에서 필요한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공고하면 여러 도매업체가 입찰에 나서고 그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을 받아 의약품을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중앙보훈병원과 A업체를 두고 떠도는 소문은 제약사나 도매상이 낙찰을 받게 되더라도 병원 측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납품을 미룬다는 것이다. 낙찰을 받은 업체에서는 이유를 몰라 애를 태우지만 병원 측에서는 시간끌기를 지속하며 은근히 A업체를 통해 납품을 하라고 종용한다.

낙찰 받은 업체는 병원 측에 의견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A업체를 통해 납품을 하고 향후에도 그 관례를 따른다.

정당하게 낙찰을 받은 업체가 직접 납품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A업체를 거쳐 납품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자신들에게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제약사가 있을 경우 납품하는 해당 의약품에 대한 약품 코드를 병원 약제목록에서 빼겠다는 협박까지 해 결국에는 A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까지 있어 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의혹 속에는 병원 측 핵심 고위 간부들과 A업체 사장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어 단순한 소문으로 흘릴 수만은 없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도매업체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의 녹취록이 은밀히 돌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그 내용을 일부 확인한 결과 항간의 소문이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 안에는 한 도매업체 관계자가 A업체 대표를 만나 의약품 납품에 따른 담보와 회전일 등에 관해 얘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예산은 줄었는데 불필요 고가 장비만 구입


2010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보훈병원이 시급한 노후 장비가 많은데도 IPL(Intense Pulsed Light : 복합적인 파장의 빛을 다발로 나누어 피부에 전달하여 잔주름, 검버섯 등을 치료하는 시스템) 및 엑시머 레이저를 시장 가격보다 몇 배나 비싸게 구입하거나, 치과 의사는 1명임에도 불구하고 대당 이삼천만 원 하는 치과 유니트를 열 몇 대를 사는 등 재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과 유니트는 환자가 앉아서 치료를 받는 의자로 어느 치과 병원에 가도 의사가 한 대의 유니트에서 진료를 한 후 다음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치과 유니트를 한 대당 의사 한 명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훈병원의 경우 의사를 채용할 계획을 세우기보다 당장 필요한 의료장비가 아닌 유니트를 무려 열 대를 넘게 구매했다는 것은 어떤 해명을 해도 수긍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보훈병원의 2008년도에 비해 2009년도 고객만족도가 낮아진 것은 의사, 간호사 등 인력 부족이 큰 원인의 하나인데도 공단이 정원의 11.5%에 해당하는 383명을 감축한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됐다.

또한 신규 간호사가 숙련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6개월 정도 걸림에도 불구하고 보훈병원의 경우 대졸초임 간호사의 임금을 삭감함에 따라 이직률이 높아져 결국 예산낭비와 정책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보훈병원은 올해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용년수를 경과한 22종 중 내시경검사로 대체하고 있는 투시촬영기 3종과 계속사용 가능한 근전도진단기 등 7종을 제외한 MRI 등 12종 중 신경외과 드릴 등 6종은 지난해에 도입했으며, MRI 등 6종은 올해 도입 중에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 중앙보훈병원 240억 원 등 총 379억 원을 투입했다고 보고했다.

인원감축에 따른 고객만족도 저하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의사직 등 전문인력 250명 정원을 확보하고 올해 충원해 고객만족도를 올리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 특성상 고령의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보훈병원의 외래대기일은 2009년 평균 23.1일이나 걸렸다. 병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과 진료실 2실을 증설하고 류마티스내과를 개설해 3명의 의사를 채용했다.

이를 통해 16.5일로 6.6일을 단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외래대기일일 길어 여전히 보훈단체와 병원을 이용하는 외래환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향응 수수, 무단결근 등 내부 관리마저 허술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보훈공단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2명의 직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파면 4명, 해임 5명, 정직 5명, 감봉 33명, 견책 25명 등이며 징계사유는 향응수수로 인한 파면, 무단결근으로 인한 해임, 직원 간 다툼 등으로 인한 복무질서 위반, 각종 금품수수 등 종류마저 다양하다.

이는 보훈공단의 내부 규정이 느슨했거나 직원들의 직업윤리가 해이하다는 것의 방증일 수밖에 없다.

보훈공단은 이 부분에 대한 향응 및 뇌물수수 등 재발방지 대책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컨설팅을 받아 반부패청렴종합대책에 반영하였으며, 청렴교육시간 이수제를 도입하는 등 임직원의 청렴의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금품 등 수수 금지 위반의 징계양정 기준’을 신설해 100만 원 미만의 금품 수수에도 파면 또는 해임을 할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지적을 받고서야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쓴소리를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해마다 지적, 형식적 대응...정밀감사 필요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피감기관들이 지적을 받고 그 지적사항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해 다음해에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음해 국감에서 보고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점이 계속해서 노출되거나 개선안이 미흡할 경우 감사원의 정밀감사를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보훈병원에 대해서도 정밀감사 요구는 그동안 수차례 있어왔다. 하지만 번번이 그 의견은 묵살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6개 항목이 지적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이로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훈단체가 보훈병원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의혹들과 관련해 이를 제대로 심사해달라며 9일 감사원을 항의 방문해 정밀 감사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보훈병원이 계속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인한 것으로 인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훈단체 회원은 “보훈병원의 인사를 두고 외부에서는 ‘전설의 낙하산부대’라고 비아냥거린다. 그들과 관련된 문제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라며 “인사문제를 투명하게 진행해야만 그동안 쌓아온 보훈병원의 신뢰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국정감사에서도 그렇고 여러 의원들이 감사원의 정밀감사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 등 비호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MRI 한 번 찍기 위해 한 달 넘게 기다리는 선배, 동료 전우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있는 보훈병원이 명실상부한 보훈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좀 더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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