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종목선정 보다 매매시점이 중요하다

개인투자자 500여 가지 변수를 아우르는 것 불가능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대단히 중요한 자질

“어떤 종목이 좋을까요?”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업무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객장을 방문한 고객, 지인이나 동창, 심지어 처음 인사를 나누며 방금 명함을 교환한 사람으로부터도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듣게 된다. 딱한 것은 이 질문을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도 쏟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질문은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도 가리지 않는다. 요컨대 재테크의 생활화이고 투자의 일상화가 빚어낸 풍경이다.

건전하게 주식에 투자한다면 기업들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자금조달이라는 주식시장 본래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도박판에 뛰어들듯 한 기세로 어느 종목이 유망하냐고 물어보니 사실 대략난감인 경우가 많다.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대략 50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파편화한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이 모든 변수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대한민국 주식시장 KOSPI200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은 모두 뛰어난 회사이자 우량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종목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최초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 회사들의 주식에 투자한다면 크게 낭패 보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고개를 든다. 이들 우량종목에 투자한다면 모두 대박이 나야 할 텐데 모니터의 종목시세를 응시하는 현실 속의 투자자들은 암울하기 그지없으니 뭔가 이상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투자자들이 마음속에 꼭 새겨두어야 할 소중한 지침을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종목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매매시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식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최고의 기술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상품라인업과 브랜드파워,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격 결정력 그리고 막대한 영업이익 등 우량기업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 종목의 올 한해 주가 추이는 연초 약 100만 원에 시작해 이후 하락하며 8월에는 67만 원의 연중최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기라도 한 듯 3개월 정도가 지난 며칠 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고작 1년 만에 거의 V자 형태의 만곡을 그리며 드라마틱한 하락과 상승을 보여준 셈이다.

하락과 상승폭을 더할 경우 거의 60%에 이르는 진폭을 나타낸 셈이다. 그런데 100만 원 대의 삼성전자는 훌륭하고 67만 원대의 삼성전자는 별 볼일 없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상황을 각 투자자의 입장에 투영하여 살펴보자. 삼성전자 주식을 연초 100만 원대에 매입하여 7개월에 걸친 하락세를 견디지 못하고 67만 원 대에 처분한 투자자에게 삼성전자는 30%가 넘는 투자손실을 끼친 나쁜 종목이다. 이와 반대로 67만 원 대에 매입하여 사상최고가에 매도한 투자자는 매우 흐뭇한 종목이 된다.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결국 종목 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매매시점이 문제임을 절실하게 가르쳐 준다. 이는 종목선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매매시점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투자의 세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자질이다.

박진열 HMC투자증권 북울산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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