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근 이어 김성식 탈당 “낡은 정치판 바꾸는 정치 의병” 자처

▲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서울=뉴시스>

한나라당의 핵분열적 내홍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다.  

최근 당 주류로 부상한 친박계는 미래권력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큰 변화 없이 조직을 유지해온 반면 친이계는 현 정권 초부터 분화를 시작해 이제는 지리멸렬 상태로 거의 와해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10.26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의 승리는 사실상 한나라당 친이계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는 단초가 됐다. 이를 기점해서 안철수의 등장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운명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정당의 존재 이유를 뿌리 채 흔들어놓았다.  

한나라당 위기의 서막은 디도스 공격 배후가 드러나면서 지도부 붕괴와 홍준표 대표 사퇴에 이어 당내 분위기는 서울·수도권 쇄신파 초선의원들의 탈당 릴레이로 요동치고 있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충격파로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는 출발을 알리기도 전에 비틀거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비상국면을 추스릴 여지도 없이 한나라당은 산산 조각날 처지에 놓여 있다. 당내 일각에선 홍준표 살생부가 나돌다가 이젠 박근혜 살생부가 떠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급거 박 전 대표는 14일 오후 탈당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당 쇄신파 의원들을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 14일 오후 5시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들과 면담을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날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탈당 움직임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전 대표와 면담할 것으로 알려진 쇄신파 의원들은 남경필, 권영진, 주광덕, 김세연, 황영철 등으로 민본21모임의 일원이거나 소장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회동에 앞서 황영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시를 전후해 박 전 대표와 만나기로 했는데 구체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공개적으로 만나자고 했고, 박 전 대표 측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논의한 당 쇄신 방향을 전달할 것이라며 오늘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을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비상대책위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것을 두고 쇄신파의 불만이 표출된 것은 친박계 주도의 비상대책위 구성에 반발하는 권력투쟁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쇄신파 두 의원의 탈당은 더 이상 간판만 바꾸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쇄신이 어렵다는 자기 결단에 따른  일종의 정치적 분신자살이나 다름없다.   

박 전 대표가 발빠르게 쇄신파 설득에 나서기 했지만 당 밖에서 박세일 신당이 출몰했고, 안철수라는 유력 대권주자가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쇄신파로서는 굳이 뜻이 맞지 않고 지향점이 다른 박 전 대표, 친박계와 함께 칼바람이 부는 형편 속에 한 지붕 아래 같은 이불을 덮을 이유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내고 있다.  

▲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인 김성식(오른쪽), 정태근 의원이 13일 오후 조건부 탈당과 탈당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두 의원의 모습.<서울=뉴시스>

김성식 의원은 14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성명회를 통해 청와대에 대해 응답 없는 변화 요구를 반복할 시기도 지났고, 신당 수준의 재창당이라고 하는 국민적 요구를 당내에서 실현하기도 어렵게 됐다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국익과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낡은 정치판 자체를 바꾸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정치 의병이 되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의 싹이 피기를 바라며 풍찬노숙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서 그가 낡은 보수로 규정한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재창당을 거부한 친박계와 박 전 대표였다. 아울러 그간 정태근, 김성식 의원과 함께 진로를 고민해왔던 권영진 의원도 탈당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의 면담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당의 간판 리더십은 이미 균열이 발생했고, 촉발된 탈당 릴레이는 그 수가 얼마가 됐던 새로운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 직전에서 한나라당을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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