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소통 전환, 2년 7개월 만에 의총 참석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해온 당내 쇄신파 의원들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당 쇄신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뉴시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재창당을 요구해온 쇄신파와 면담을 갖고 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당의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경필 전 최고위원을 포함해 쇄신파 7명과 만난 뒤 “(쇄신파) 그 분들의 당을 위한 충정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고 어쨌든 창당을 뛰어넘는 당의 변화를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자, 힘을 모으자, 그런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쇄신파의 거센 재창당 요구에 대해선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이 국민들 원하는 길이고 비대위에서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면 당명을 바꾸는 것도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에 가면 당명 바꾸는 것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탈당계를 제출한 김성식, 정태근 두 의원의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표에게 탈당을 철회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박 저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 이 자리 김성식 정태근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그간 의원총회에 불참하며 친박 측근의 전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것과 달리 15일 오전 예정된 의원총회에 참석할 것이라고도 했다.  

2009년 5월 이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철저히 나 몰라라 했던 박 전 대표였다. 의총에 참석한다면 27개월만의 일이다. ‘탈당 릴레이라는 불을 끄지 않으면 안 될 비상 국면에 닥치고서야 불통에서 소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회동을 두고 남경필 의원은 아주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당의 쇄신과 우리 쇄신파가 생각하는 당의 쇄신의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고무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연쇄 탈당 가능성이 점쳐졌던 권영진 의원도 아픔을 겪은 뒤에야 이렇게 만나 안타깝다박 전 대표가 의총에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새로운 소통으로 가는 것이라고 회동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한편으로 보면 박 전 대표가 마지못해 등 떠밀려 나온 것이 아니다. 정태근, 김성식 의원에 이어 추가로 탈당계를 제출할 쇄신파 의원들까지 놓친 뒤에 친박당으로 전락할 벼랑 끝에서 버선발을 벗어던지고 뛰어나온 것으로 비쳐진다 

그 이유는 쇄신파와 면담을 갖고 나온 박 전 대표가 내뱉은 발언이 재창당이 아니라 창당을 뛰어 넘는 당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비대위를 맡아 창당 보다는 당내 개혁이 우선 목표라는 것이다.  

의총에서 어떤 말들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박 전 대표의 소통 행보로 쇄신파의 탈당 릴레이라는 급한 불은 끈 것으로 관측된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