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비대위 또다른 박근혜 사당화 반대”

▲ 15일 오전 국회 본관 246호 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서울=뉴시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날 약속대로 15일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거칠게 탈당을 불사할 태세였던 쇄신파 의원들도 '순한 양'이 돼 의총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개혁이라는 박 전 대표의 설득에 이날 의총에서는 재창당이라는 표현이나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각에 열린 의총인데도 12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한 당직자의 입에서 한나라당 의총장으로 이용되는 국회 본청 246호가 이렇게 꽉 찬 것은 처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가라면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말보다는 실천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라고 했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아직 비대위원장도 아닌데 이런 말 하는 것은 어색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 가치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서 열심히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이 말 속에 친이·친박 문제라든가 이런 저런 문제가 다 녹아있다며 비상국면이라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탈계파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탈당계를 제출한 김성식, 정태근 의원에 대해 씁쓸함이 묻어났다. 이와 관련해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낀다두 분의 탈당계가 아직 내 책상에 그대로 있다. 수리할 수 없다. 두 의원을 마음에서 지우지 말고 같이 만나자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쇄신파 의원들은 그간의 오해와 불만들을 걷어낸 것처럼 서둘러 덮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던 쇄신파의 거센 요구를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설득했고, 또 통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의총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이 뿔뿔이 갈라졌던 당내 지류들을 모처럼 하나로 모으며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불안한 분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 여기서 무너지면 산산조각 날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황우여 원내대표도 의총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숨죽이며 박 전 대표의 입만 주시했다.  

하지만 원희룡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대위가 또 다른 박근혜 사당화가 돼서는 안된다. 측근 대리 정치는 안된다. 혼자 끌고 가서는 안된다당내 다른 지도자들은 물론 당밖의 인사들과 광폭의 대화정치를 증명해보여야 길이 열릴 것이라고 거듭 불신의 날을 세웠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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