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주식시장 독서와 사색이 최고의 방책

주식시장, 내년 2월 이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
급할수록 돌아가돼 독서와 사색으로 준비하는 자세 가져

쇠락하고 음울한 항구도시가 때에 찌든 낡은 담요 같은 잿빛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다. 희망조차 사라진 거리 위로는 먼지만이 휘날리고 깡마른 개가 심드렁한 눈빛으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거리의 끝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 시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뒤에 남겨진 것은 한숨뿐이었지만 그 한숨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라났다. 그 아이들 중 공부하는 것이 싫어 한데 어울려 놀던 몇 명의 소년들이 있었다. 대개는 결손가정 출신이었고 그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소년은 학교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문제아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999년. 타임지는 20세기를 정리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하며 그 문제아들을 리스트에 올렸는데 그들은 그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전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이미 신화와 전설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틀즈라고 불렀다.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은 베토벤이 20세기를 살았다면 비틀즈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틀즈는 대중음악을 클래식음악과 동등한 수준의 반열에 올려놓은 우리 시대의 베토벤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비틀즈는 세계적으로 10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며 가수 중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비틀즈는 빌보드 핫100 역사상 가장 많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비평가들로부터도 동시에 인정받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밴드”로 칭송 받고 있다.

이 위대한 밴드의 출발 환경은 후일의 명성에 비한다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4명의 멤버는 모두 영국의 퇴락한 항구도시 리버풀에서 태어났는데 조지 해리슨을 제외한 나머지 3명 모두 결손가정 출신이었다.

팀의 리더인 존 레논의 아버지는 부두가 잡역부였고 이모의 손에서 자랐다. 링고 스타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거의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또한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네 명 모두 제대로 된 음악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악보를 보거나 쓸 줄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악상이 떠오르면 데모테이프에 기타로 주선율이나 리프를 일단 녹음한 뒤에 멤버들이 연주해가며 다듬어가며 완성시키는 방식으로 직접 모든 곡을 만들었다. 지극히 거친 방식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노래와 밴드로 남아있는 것은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열정은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던 그들의 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존 레논은 자신의 어렸을 적 꿈이 엘비스를 능가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고, 폴 매카트니 역시 존 레논과 많은 노트에 매일 자신들의 꿈을 기록하며 열정을 불태웠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결코 멈추지 않았고 네 명 모두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심지어 존 레논은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동양고전인 역경에 심취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이 만든 노래이기에 노랫말 역시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도 같다. 일찍이 도올 김용옥이 노자의 도덕경을 노래로 표현하면 비틀즈의 ‘Let it be’가 된다고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8월 이후 대한민국 증시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지나고 있으며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현재의 상태는 어떤 장기전망도 무색한 혼돈 상황이고 불행히도 이 혼란은 내년 2월 이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돌아가되 결코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읽고 또 읽으며 사색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가치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버핏 역시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다고 한다.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사람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독서와 사색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치열한 독서와 사색 그리고 열정만이 우리를 성공으로 안내해 줄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광주북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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