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2월 17일 8시30분 열차 여행 중 심근경색과 심장성 쇼크로 급사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한반도에 새 봄이 갑작스럽게 다가올 것 같은 성급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밝혔듯이 김정일 지배하의 북한은 ‘악(惡)의 축’이었다. 김정일이 사라진 한반도에 ‘선(善)의 축’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1994년 급사한 뒤 권력을 승계해 16년간 통치했다. 그의 통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조선 공산화였다.

김정일은 저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중국처럼 개방하지 않고 문을 굳게 걸어 닫았다. 그리고 수십만 내지 수백만 북한 주민들을 굶겨 죽였다.

김정일은 ‘남조선 해방’을 위해 잔혹한 대남 테러를 거침없이 저질렀다. 아웅산 묘소에서 연평도에 이르기까지 무자비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그 많은 도발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관 속으로 영원히 도망쳤다.

그는 1인 우상화 독재권력을 탄압과 거짓말로 연명해 갔다. “남조선은 미제국주의 식민지”요, 북한은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는 김일성이 급사했을 때 주민들에게 땅을 치고 통곡게 하는 ‘통곡 쇼’를 벌이게 했고 북한을 울음 바다로 연출했다. 김정일 자신도 조작된 ‘통곡 쇼’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김정일은 ‘악의 축’을 설계한 장본인이었을 뿐 아니라 ‘두 살 짜리 히틀러’ ‘10대 갱단 두목’ ‘사욕만 채우는 독재자’ ‘터미네이터’ 등으로 불렸다. 그가 사라지자 이번엔 인민군 대장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벼락감투를 쓴 20대의 김정은이 ‘영도자’로 나타났다. ‘김씨왕조’의 3대 세습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앞으로 “‘악의 축’ 지도자가 사라진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 주민들은 1980년대 말 동구에서 그랬고 지금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고 있는 것처럼 북한 독재체제를 뒤엎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그동안 너무 짓눌려 살았다는데서 반정부 시위에 나설 체질이 못된다.

당분간 북한은 김정은을 상징적 정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 같다. ‘김(金)씨왕조’의 연장을 의미한다. 김정은의 고모부이며 로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의 역할도 주목된다. 집단지도체제 기간 김정은은 자신의 단호한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남한을 상대로 군사도발을 감행 할 수 있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김정은은 애송이라는 데서 권력을 지탱할 수 없다. 그는 대장은 커녕 대위 자격도 안 된다. 끝내 김정은을 상징적 정점으로 한 ‘김씨왕조’는 제거되고 새로운 권력체계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Post:다음의) 김씨왕조’ 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

‘포스트 김씨왕조’ 권력은 북한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부득불 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일성·김정일 족적을 지워가며 실용주의 중국 모델로 갈 수 밖에 없다.

‘포스트 김씨왕조’ 세력이 중국을 모델로 삼는다면, 김부자식 대남 적화책동도 완화 될 수 있고 교류협력도 진전될 수 있으며 평화공존 관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포스트 김씨왕조’로의 변화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다.

설령 ‘포스트 김씨왕조’권력이 들어선다 해도 대남 도발책동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악의 축’ 화신이 사라진 마당에서  ‘선의 축’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이 필연적 변화는 역사의 발전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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