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양대 법치 기관 갈등 국민 이해 못해”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검·경이 갈등하면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상호 협조를 지시했다. <서울=뉴시스/사진=청와대 제공>
일선 경찰들의 집단 반발과 정치권에서 마찰을 불러일으켰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실에서 올린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확정하고 의결했다.

대통령령에 따라 제정된 이번 조정안은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 긴급체포 또는 현행범인 체포로 내부적으로 수사해온 사건에 대해 입건하지 않고 종결할 경우에도 관련 수사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검-경 갈등을 초래했던 내사 부분의 검열에 대해선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재지휘 건의 제도를 신설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는 서면 지휘를 원칙으로 명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결의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문제는 시행령 내용 자체보다는 근본적으로 양 기관의 불신에 원인이 있다”며 “이제 검찰과 경찰 모두 인식의 변화와 함께 서로 존중하면서 국민의 인권과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두고 법치의 가장 중대한 역할을 하는 양 기관이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면서도 “경찰의 위치와 자세, 검찰의 위치와 자세 모두 진화돼야 한다”고 했다.

김황식 총리는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는 검찰이 하게 돼있는데 일부 사건에 대해 경찰이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모법에 모순이 되는 것”이라며 “내사와 수사의 경우 범죄인지서를 쓰는 시점이 중요한데 그게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서 그렇다”고 조정안의 적정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정안의 주무부처인 국무총리실 임종룡 실장은 “여러 논란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 건과 관련해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인권이고 내사 부분이 가장 관건이 됐다”며 “국민의 인권 수사의 강제성 등을 가장 중점적으로 봤고, 국민의 신체나 주거를 강제하는 경우에 사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수사협의회라는 새 기구를 만들어 향후 계속 제도개선을 논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놨다”고 경찰의 반발을 의식해 에둘러 설명하기도 했다.

▲ 경찰의 내사 권한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서울=뉴시스>

조현오 “납득하기 어렵다…낡은 관행 문화 과감히 배격”

수사권 조정안이 원안대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 제정안이 통과된 직후 검찰은 형사정책단 명의로 자료를 내고 “사법경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휘하겠다”면서 “법리상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국민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또 “대통령령 시행을 계기로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해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정 과정에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서 출발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취지와 정부기관간의 신성한 합의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면 재차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10만 경찰에 전달한 서한문에서 “더 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낡은 굴레와 족쇄를 걷어내어야 할 때가 됐다”며 “경찰이 1차적·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 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후부터 종결권·기소권을 통해 경찰수사를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구조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내부적으로 후속 대책 수립 의지를 내비쳤다. 

조 청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과 제3항의 삭제가 우선 필요하다”며 “대통령령 시행 과정에서도 수사 주체성에 걸맞은 권한과 역할이 확보될 수 있도록 경·검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조직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검-경 간에) '명령과 복종'식의 낡은 관행과 문화는 과감히 배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간의 합의와 국회의 입법취지가 반영되도록 직권조정안을 수정하고자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며 “57년전의 사고와 틀이 21세기의 우리 형사사법구조를 지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더 이상 우리 경찰이 인권이나 공정성, 청렴성 등을 이유로 검찰로부터 통제받아야 할 근본적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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