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경유를 훔치다가 기름이 하천으로 다량 방류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기름을 훔치던 절도범들은 단속반에 적발되자 현장에서 달아났으며, 경유 200ℓ가 인근 하천은 물론 토양으로 유출돼 소방당국과 해당 지자체가 이틀 동안 긴급 방제작업을 벌였다.

5일 대한송유관공사(이하 공사)와 화성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2시쯤 화성시 동탄면 신리천 상류지점에 매설된 인근 송유관에서 갑자기 압력이 떨어지는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는 것. 압력 이상 징후를 발견한 공사는 누유를 의심해 현장조사를 실시, 이날 오후 2시쯤 동탄초등학교 500m 인근 지하 2m에 매설된 송유관에 2인치 가량 구멍이 뚫린 채 불법 밸브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발견했다. 또 현장에는 단속반을 피해 달아난 절도범들이 버린 그랜저 승용차 1대와 불법 개조한 트럭이 발견됐다.

공사는 현장에서 탱크로리 차량에 보관된 경유 5400ℓ를 회수했다. 하지만 절도범들이 송유관 밸브를 열어놓고 도주하는 바람에 탱크로리를 가득 채우고 계속 흘러나온 기름 200ℓ가 인근 토양과 오산천으로 유출됐다. 이 송유관은 호남지역의 정유사에서 생산된 기름을 판교저유소까지 옮기는 호남라인 송유관이다.

송유관공사와 경찰은 차량 2대의 운전자,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밸브를 설치한 전문가 등이 필요한 점으로 미뤄 3명 이상이 범행에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현장 인근에는 CCTV가 있으나 범행 모습이나 차량이 찍히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절도범들이 현장에 버리고 간 차량의 소유주가 서울 소재 모 법인차량으로 나타나 확인을 벌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용접을 해 송유관에 구멍을 낸 점으로 미뤄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고 동종범죄 전과자를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와 소방당국은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이틀간 방제작업을 벌였다. 화성시 관계자는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유출량은 200ℓ 정도”라며 “유출된 기름이 신리천에서 오산천 쪽으로 흘러 오산천 하류까지 오염 위험이 있어 오일펜스를 치고 흡착포를 이용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중 기자>k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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