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보다 더 무서운 여주 중학생 ‘일진회’ 전모

후배 수십 명을 상습 폭행하며 돈을 빼앗고 가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경기도 여주군의 모 중학교 중학생 등 2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무리는 청소년 폭력조직인 이른바 ‘일진’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폭력, 공갈, 특수절도, 무면허 운전 등 범죄 전과와 학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문제 학생들이었다. 이들의 탈선은 타인의 시선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이뤄져 여주 일대 중학생들을 공포로 밀어 넣었다. 특히 이들의 범행은 성인 범죄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과격하고 잔인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기절시킨 후 집단 폭행 해 깨어나게 하는 등 각종 가혹행위

운동장 구석에서 성폭행한 뒤 과시하려 동영상 촬영까지



지난해 9월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의 여주공설운동장 옆 야산에서 모 중학생 수십 명이 모였다. 이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 등 ‘일진’ 학생들이 1, 2학년 학생 10여 명을 불러 모은 것이다. 김군 등은 일진 중 한명의 여자 친구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집합시켰다. 후배들이 일렬로 서자 김군 등은 담배를 문 채 욕설을 쏟아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보복 두려워 ‘쉬쉬’


이들은 “감히 선배 욕을 하느냐. 용서 못한다”며 위협감에 움츠려든 후배들에게 차례로 주먹을 내질렀다. 공포감이 극에 당한 상태에서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자 후배들은 비명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이들의 폭행에 후배들이 몸을 웅크리며 고통스러워하자 오히려 폭행 수위는 더 높아졌다. 후배들이 맞을 때마다 배를 움켜지고 주저앉으며 신음소리를 내자 김군 등은 후배들의 입에 옷을 물리기까지 했다.


이후 집단폭행은 더 잔혹해졌다. 김군 등은 주먹과 발로 후배들의 온몸을 샌드백 치듯 구타했다. 심지어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쓰러지거나 주저앉으면 일으켜 세워 주먹을 내질렀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달려들어 이종격투기 동작을 연상케 하는 폭력을 행사했지만 피해학생들은 학교와 가족에게 호소조차 할 수 없었다. 이들의 폭행으로 피해학생들 몸 곳곳에는 참혹한 멍자국이 남았다. 피해학생들은 멍자국을 보고 가족이 물어봐도 보복이 두려워 “계단에서 넘어졌다” “장난치다 다쳤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김군 등의 가혹행위는 이뿐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절놀이’를 하기도 했다. 기절놀이는 이들의 표적이 된 후배를 교실로 불러 목을 조르거나 숨을 멈추게 하고 가슴을 눌러 기절시킨 후 집단 폭행해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피해 학생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기절 놀이 이후 가진 돈을 모두 준 뒤에야 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일탈


김군 등은 지난해 2월 초부터 11월까지 61차례에 걸쳐 34명의 학생들에게 260만 원 어치의 금품을 빼앗고 61차례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기한을 주고 돈을 빌려달라고 한 뒤 날짜를 어기면 이를 빌미로 폭행하기도 했다. 또 특정 후배 한 명에게 “돈을 모아 오라”고 협박해 이 학생은 동급생 여러 명에게서 돈을 거둬 5만~30만 원씩 상납했다.


지난해 11월 4일 이 학교가 일진들의 폭력행위가 계속된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이들의 잔혹한 행각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피해학생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피해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다.


이같은 제보에 학교는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김군 등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려온 2학년 학생 10여 명이 설문조사에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적어 제출했다. 또 교무실로 찾아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처벌해달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학교 측은 상담을 벌인 끝에 보복이 두려워 학부모나 학교 측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교사들은 같은 달 7일 가해 학생들에게 ‘접촉 금지 명령서’를 전달한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2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을 확보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같은 설문조사에도 김군 등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오히려 이날 오후 가출 여학생 2명(13)에게 “먹을 것도 주고 재워주겠다”며 자신들의 집과 모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가 술을 먹인 뒤 성폭행했다. 김군 등은 게임을 해 지면 옷을 벗거나 술을 마시게 했고, 돌아가며 집단 성폭행을 벌였다. 심지어 CCTV 사각지대인 운동장 구석에서 성폭행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손전등을 비추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자랑하려고 (동영상을) 찍었다”며 과시욕 때문에 범행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성폭행 동영상은 이들이 이미 삭제해 경찰에서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의 브레이크 없는 일탈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들을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후배 남학생 7명을 야산으로 불러내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시켰다. 후배들에게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자위행위 강요는 무려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학교 폭력 대물림


경찰조사 결과 경찰에 붙잡힌 일진 중 3명은 이 학교 출신 졸업생으로 2명은 무직, 1명은 여주 지역 모 고교 1학년 학생이다. 일진들이 선배로부터 학교 폭력을 대물림 해온 것이다. 이 학교 일진회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김군은 폭력, 공갈, 특수절도 등 이미 전과 7범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찰에 붙잡힌 22명 중 10명이 특수 절도 등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은 아직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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