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위 안철수 멘토들 거론, 朴 의중 오리무중

▲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군헬기를 이용 연평도로 향하하는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당명 변경을 비롯해 정강 정책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비대위 산하 정책분과위는 25일 정강ㆍ정책에 ‘큰 시장, 작은 정부’라고 기술된 부분을 ‘작지만 강한 정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강 정책을 개정하는 이유는 경제구조 개혁과 중도 복지 분야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책분과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정강ㆍ정책 개정안을 논의하고 오는 27일까지 분과위 차원에서 초안을 마련해 비대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권영진 의원은 현 정강ㆍ정책 표현 문구를 개정 논의와 관련, “시장의 공정성이 많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규모는 작더라도 역할을 강화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며 복지를 확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제 폐지 조직 기구 개편

당 비대위는 또 현행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구성된 당 지도부 체제를 폐지하고 중앙당을 전국위원회가 당직 전반을 운영하는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식 정당구조처럼 전국위원회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 대표와 사무처 등 상근조직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당의 명목상 대표는 전국위 의장으로 일원화하고 당원 관리와 정치교육을 관리 운영하는 수준에 권한을 부여하고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관장하는 방식이다.

당 비대위 정치쇄신분과를 맡고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은 24일 당 조직 개편에 대해 “중앙당을 폐지하지는 앟고 당원 국민과의 소통 및 저변확대 정책개발 기능을 하는 미국 정당들을 생각하면 된다”며 “국회의원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가고 사무총장 같은 (당직은) 전국위 의장이 인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내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전국위 의장이나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전국위 의장과 원내대표 선출 대회가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만큼 또 다시 격렬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무거운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권영세 사무총장 역시 “중앙당을 폐지하고 완전히 미국식으로 가는 것은 비대위에서 결론을 내기엔 너무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돈 비대위원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중앙당의 전국위로의 체제전환은 당장 추진한다는 게 아니라 우선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명 변경추진, 공심위 구성 하마평

이밖에도 한나라당은 당명 변경에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 직전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당명 개정 찬성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찬성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위를 구성하기 전 당명 개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당명 변경은 비대위에서 26일 회의에서 개정 여부를 확인한 뒤 내달 초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명 개정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일부 비대위원들과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4월 총선 공천의 키를 쥐게 될 놓고 박근혜 위원장이 설연휴 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로는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 인명진(66) 갈릴리교회 목사와 법륜 스님(59)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 한나라당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당사로 입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중앙당을 전국위원회 체제로 바꾸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뉴시스>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심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실물정치를 아는 분이 맡아야 한다”며 “윤여준 전 장관 같은 분이 적합한 인물”이라고 추천한 바 있다.

이들 세 사람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와 뜻을 같이해왔다는 측면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두 번이나 지낸 전략통으로 꼽힌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시 공심위 전반을 주도했다.

인명진 목사는 2006년 당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돼 최근 당 쇄신과 관련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고, 법륜 스님은 안 교수의 멘토로 최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당사자들 모두 공심위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인 김광웅(71) 서울대 명예교수, 송복(75) 연세대 명예교수 등 학계 원로들이 거론되고 있다.

공심위 구성에 대해 이상돈 비대위원은 “다음 주 월요일(30일)까지 공심위원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2월 6일까지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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