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날치기 직후 문방위원에게 500만원 살포 의혹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지난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직후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시중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지난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잇단 의혹과 관련해 강한 우려감을 표한 뒤 사퇴의사를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통했던 최 위원장은 그간 정치권의 사퇴압박에도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그러던 그가 방송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답례로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최시중 사퇴 선언… 의혹은 전면 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불거진 잇따른 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육체적·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 저의 사임 발표가 갑작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제가 떠나야 할 때”라며 사의를 표했다.

그는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면서 “지난 20일 검찰에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을 기소했지만 부하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자신을 둘러싼 잇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답례…“500만원 돈봉투 살포”

최 위원장 사퇴에 앞서 지난 26일 한 언론매체는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된 직후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국회 문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5만 원권 100장의 5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문방위 소속 A의원의 보좌관은 “정 전 보좌관이 국회의원회관 의원실로 찾아와 명함을 건네며 ‘최시중 위원장이 (의원이) 해외출장 갈 때 용돈으로 쓰라고 전해달라’며 500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 보좌관은 “봉투에는 5만 원짜리 신권지폐로 100장이 들어 있었다”며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한 뒤 “의원 지시로 정 전 보좌역 지인에게 돈 봉투를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정 전 보좌관이 돈봉투를 돌린 시점은 미디어법이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직후로 국회 문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법안 통과 후 해외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미디어법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디어 관련법으로 이 법의 처리로 조선·중앙·동아·MBN의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게 됐다. 미디어법 통과 당시 거대 족벌언론의 방송소유를 허용한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을 비롯해 언론 및 시민사회진영 각계에서는 강한 우려감을 표하며 ‘언론악법’ 반대농성에 돌입했지만 한나라당은 결국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국회 문방위에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동조했던 의원은 고흥길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 나경원 간사와 진성호, 강승규, 구본철, 김금래, 성윤환, 안형환, 이경재, 이정현, 정병국, 주호영, 최구식, 한선교, 허원제, 홍사덕 의원이 있으며 여기에 친박연대 김을동 의원도 함께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친이계 의원은 미디어법 통과에 이의제기할 이유가 없다는 점과 직권상정을 위해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했다는 점에서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돈봉투가 살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돈을 직접 건네받았다는 A의원의 보좌관은 “해외출장 갈 때 용돈으로 쓰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디어법이 통과된 후 문방위 소속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이정현, 최구식, 한선교 의원과 친박연대 김을동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 전액 지원으로 비엔나 영화제에 참관한 사실이 있으며, 이들 모두는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A의원의 보좌관 이외에도 문방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까지 돈봉투가 살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만약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이어 종편 답례 돈봉투 파문으로 사건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이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위원장이 얽혀있는 정부실세의 입법로비 의혹사건인 만큼 현 정부에 대한 비리전 양상으로 사건이 번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욱 전 보좌역… ‘금품수수 의혹’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정용욱 전 보좌역은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방통위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더욱이 정 전 보좌역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과 케이블 업체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는 지난 25일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김학인 이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한 김 이사장이 EBS이사로 선임되기 위해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인 정용욱 정책보좌역에게 2억 원을 건넸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정 전 보좌역은 조만간 귀국해 검찰조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경악 금치 못할 사건” 검찰수사 촉구

최 위원장 측이 입법 대가 명목으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이 터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27일 방통위 앞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돈봉투 살포의혹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검찰조사를 촉구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강화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온갖 거짓말로 조중동 방송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당시 문방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입법로비’를 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미디어행동은 “조중동 방송에 대한 날치기 대가인 ‘입법 답례 뇌물’이자 야당과 언론인들을 짓밟은 ‘입법 날치기 용역비’”라고 꼬집은 뒤 “정용욱은 비리의 깃털일 뿐 모든 화살의 과녁은 몸통인 방통위원장 ‘최시중’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뇌물 사건은 최시중 위원장뿐만이 아닌 조중동 방송 탄생을 위해 입법 뇌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 의원들도 철저한 수사와 진상조사가 필요한 중차시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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