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이번에야말로 학교폭력 뿌리 뽑겠다”

▲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 하고 있다.<서울=뉴시스>

정부가 6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은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격리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그야말로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학교폭력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 10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김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 형식을 빌어 “저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연말 꽃과도 같은 어린 학생들이 선택한 죽음이지금도 제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총리는 “이따금씩, 아이들이 세상의 끝자락에서 홀로 느꼈을 암흑 같은 절망을 떠올려 본다”며 “그럴 때마다 총리로서 한 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며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학부모에게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  

그런 뒤 “이번 대책은 학교 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책”이라며 “학교 안팎의 자원들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다”면서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누구 잘못이 더 큰지 따지고 탓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력서클이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패거리를 진 채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이 그저 장난삼아, 아무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다”며 “가해학생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저 굴종하고 가정과 학교도 무관심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교, 학부모와 정부,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나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종합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권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열쇠는 일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실효성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가해학생 즉시 격리조치, 출석정지일수 제한 폐지, 징계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등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담임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수담임제를 도입하고, 전문 상담인력도 크게 늘려나갈 방침이다.

학교나 교원 평가 시 폭력발생 건수가 아닌 조치실적을 반영하고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총리는 “선생님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솔직히 저는 학교마다, 교실마다 소위 일진들이 권력의 탑을 쌓고다른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따돌림 하고 있는데도 선생님들이 몰랐다는 것도, 모른 척 했다는 것도, 어느 쪽이든 이해하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장과 교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매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대 1 면담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사는 면담 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과 문자 등의 방법으로 통지해야 하고 학생 수가 많은 학급에 담임교사 2명을 배치하는 '복수담임제'도 도입된다.

담임은 전체적인 학급 관리를 맡고 부담임은 학교폭력, 행정업무 등 정담임이 지도하기 어려운 일부 학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올해 중학교에 우선 적용되며 내년부터 고등학교 등으로 확대된다. 추가 배치된 담임교사에게는 담임수당이 지급한다. 

학생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전문상담교사를 올해 1383명에서 내년에 2383명으로 1000명 늘릴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예비교원들이 교사자격증을 받으려면 교직소양 분야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또 가해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도 특별교육을 이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 학기마다 학교설명회를 개최해 학부모와 교사가 원활히 소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선생님과 학부모라는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이루려면 서로 긴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부모님들은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선생님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도 학부모 간담회 등을 내실 있게 준비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학교현장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시군구 단위에는 '학교폭력 지역대책협의회'를 신설하고 전국의 Wee 센터와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One-stop 통합지원센터'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전문성 있는 지역사회 인사나 학부모들도 자원봉사 등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올해 안으로 '교육기부 인력풀' 10만 명을 확보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1대1로 상담·지원할 수 있도록 맺어주겠다는 취지다.

학교폭력 신고체계와 관련해선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경찰이 운용하고 있는 '117'로 통합했다”며 “117에는 경찰청과 상담기관, 관련학교가 연계돼 있어 피해 학생이나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학생에 대해선 “학교폭력 실태를 조기에 파악해 일진회 등 학교폭력 서클을 기필코 발본색원 하겠다”며 “보복행위는 가중 징계 등 엄중처벌하고, 경찰을 학교폭력에 적극 개입시켜 나갈 계획이며, 앞으로 일진회 문제는 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혐의로 교내 처벌을 받은 가해 학생들은 처벌 사실을 반드시 해당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처벌 기록이 남게 된다. 생활기록부의 조치 내용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되고, 학생부에 기록된 조치 사항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요구할 경우 입시전형 자료에 반영된다.

아울러 학교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건 처리기간 단축, 신분노출 차단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고 충분한 상담치료 기회를 받도록 돕고 '선(先)치료 후(後)비용처리'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피해학생의 경우 치료 비용을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우선적으로 지원한 뒤 향후 가해 학부모에게 구상권이 청구된다.

그러나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학생들을 처벌로만 일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 사전에 예방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는 한편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 누리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활동에 인성교육을 핵심가치로 두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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