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총선전쟁 돌입 ‘변화’와 ‘쇄신’ 강조

▲ 한나라당 정홍원 공심위원장(좌)과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우)<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오는 4월 총선에 대비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3월 23일 이전까지 공천을 완료한다는 계획 하에 총선을 향한 여야 지도부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당 쇄신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은 정홍원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공심위원장에 임명했으며,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자연스런 물갈이를 예고한 민주통합당은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공심위원장에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원칙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공천심사에 이러한 점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4.11총선을 통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 ‘총선전쟁’ 본격화

4.11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변화’와 ‘쇄신’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선거 분위기의 조기과열 조짐이 일고 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은 공심위 구성과 공천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이른바 ‘하위 25% 공천배제 규칙’을 4월 총선 공천에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아울러 이공계 출신 인사들에 대해서는 10∼20%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지역에 관계없이 경쟁력(50%)과 교체지수(50%)를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하위 25%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심이 좋지 못한 수도권 지역의 현역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지역에 관계없이 여론조사 결과를 적용할 경우 영남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지역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하되 여론조사 결과가 특정 지역에 불합리하게 나올 경우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를 재량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그리고 노동계 및 시민사회 진영의 오랜 산고 끝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지도부가 당 쇄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4월 총선 전략과 로드맵을 책임질 총선기획단장에 이미경 의원을 선임하고, 4.11총선의 ‘게임의 룰’을 정할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 심사소위 위원으로는 박영선 최고위원을 투입시키는 등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11 총선 공천과 관련해 30% 범위에서 전략공천을 하고 70%는 완전국민경선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30% 범위 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당헌규정에 따라 이 같은 로드맵을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사무총장은 또 한나라당 텃밭에 출마하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 “어려운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중진 의원들이라고 해서 당이 바로 전략공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경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야권연대와 관련,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제를 갖고 있지만, 정책연대부터 한 뒤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비대위, 정홍원 공심위원장 임명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는 지난달 31일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11명의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회(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정홍원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위원으로는 △정종섭 서울대 법대학장(공심위 부위원장)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박승오 카이스트 교수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진영아 패트롤맘 회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이 선임됐으며, 내부위원으로는 △권영세 사무총장 △현기환 의원 △이애주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정홍원 위원장은 공심위원장 선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쓴 잔도 마시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감히 공심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어려움과 험난한 일들이 있겠지만 평소 지녔던 소신과 역량을 다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개인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는 점을 공천심사에 염두에 둘 것”이라며 “개인 영달보다 국민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공천기준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 이어 19대 총선에서도 검사장 출신 공심위원장을 선임했다. ‘법조당’ 탈피를 강조하던 한나라당이 또 다시 법조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혹 사건과 이상득 의원 ‘괴자금’ 사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측근비리와 같은 당내 악재에 대한 돌파용 인선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천기준으로 ‘도덕성’을 가장 중시했다는 의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정 공심위원장에 대해 “검사 시절에도 비리에 단호하게 한분”이라며 “공정한 기준에 맞는 공천을 할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번 공심위 구성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외부 인사를 제외한 내부인사 3명 모두가 친박 색채가 짙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가 공천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듯 이번에는 친이계가 대거 숙청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내 이러한 기류를 의식한 듯 공심위원인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지난달 31일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에게 전화해 공정한 공천을 언급하고 공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은 물론 친이계 권택기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 등에게 전화해 ‘친이계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이런 가운데 공심위원으로 지정된 진영아 패트롤맘 회장은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공천 신청을 하는 등 적지 않은 정치적 이력과 함께 학력위조 논란이 일면서 공심위 지명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사가 만사란 말을 너무 흔히 써서 그렇지 정말 중요하다”며 “그냥 가다가는 누구보다 인사권자에 치명적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박근혜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0일까지 예비후보 접수를 완료하고 3월 초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폭 강화된 도덕성 기준에 따라 부적격자를 솎아내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영남 등 한나라당 강세지역을 대상으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디도스 공격, 돈봉투 살포사건, MB 측근비리의혹 등 당내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부패 이미지로는 4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근혜 비대위’는 지난 2일 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3일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 의결절차를 거쳐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변경과 관련해 “생각과 사람,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당명은 국민의 지지와 믿음에서 힘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국민의 지지와 믿음, 신뢰를 얻어 내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지난 2일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와 합당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4월 총선을 앞두고 세 결집을 본격화 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미래희망연대는 이날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통해 19대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 선임

민주통합당은 지난 1일 공천심사위원장에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임명한데 이어 3일에는 14명의 공천심사위원의 인선을 완료했다. 이로써 민주통합당 공심위는 강철규 위원장을 비롯해 당 내외 각각 7명씩을 포함 총 15명의 진용을 갖췄다.

강철규 공심위원장 이외의 외부인사 참여자로는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김호기 연세대교수 △문미란 변호사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조선희 소설가 △조은 동국대 교수 △최영애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내부 인사로는 재선의 △노영민 △박기춘 △백원우 △우윤근 △전병헌 △조정식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 초선인 △최영희 의원이 참여한다.

신경민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공심위 선임기준은 개혁성, 공정성, 도덕성”이라며 “정당 사상 최초로 여성을 30%로 구성하도록 된 당헌에 따라 여성 위원을 5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또 “강 위원장의 말처럼 생명을 존중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공동체 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로 공심위원을 선임했다”며 “한명숙 대표와 강 위원장이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팀워크를 고려해서 각계각층의 최적의 전문인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명숙 대표는 앞서 임명된 강철규 공심위원장에 대해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을 지녔으며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온 분”이라고 소개한 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개혁에 앞장선 면모를 높이 샀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창립 멤버로 평소 재벌개혁과 부패청산을 주장해 왔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위원장, 부패방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하며 경제민주화 분야에서도 개혁적 성향을 보여 왔다.

강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 제 철학과 소신, 원칙을 갖고 공천심사에 임하겠다”며 강력한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또한 직접 정치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그는 “우리 사회와 미래를 이끌어갈 참된 지도자를 추천하는 데 미력하나마 역할을 하겠다”며 공천 심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기준으로는 △사람을 존중하는 인물 △시대 흐름을 읽고 99% 서민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제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공정·신뢰 사회 구축에 노력하는 인물 등 3가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편, 민주통합당 공심위는 후보 공모가 끝나는 2월 중순부터 인적쇄신을 위한 본격적인 공천 심사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며, 전략공천 지역과 후보경선 지역을 구분해 예비후보를 압축하고 이를 통해 현역의원 물갈이는 물론 정치신인을 대거 등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후보 추천 시 여성을 15%이상 공천하고 전략공천 선거구의 50%를 여성 후보에게 배정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은 당초 1월 말까지 공심위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당내 계파나 출신 등을 고려해 공심위 인선 구성에 시간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는 6일 첫 회의를 열고 이어 개최되는 당무위원회에서 공천심사의 원칙과 기준, 경선방식 등을 구체화한 뒤 9일부터 11일까지 후보자를 공모하고, 13일부터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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