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뛰어넘은 문재인 박근혜와 ‘접전’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근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이사장은 그간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강 구도 속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3위에 머물곤 했다.

그랬던 그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박근혜-안철수-문재인’ 3강 구도를 형성하는가 하더니 급기야 안철수 원장을 추월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특히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은 4월 총선을 기점으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통합당은 그 어느 때보다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원장 없이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지지율 ‘껑충’... ‘3강구도’ 형성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쉽사리 넘기 힘든 지지율이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그 격차를 계속해서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뷰앤폴과 리서치뷰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결과 문재인 이사장의 상승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을 뛰어넘은 문 이사장은 박근혜 위원장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문 이사장은 27.6%를 얻어 35.9%를 차지한 박근혜 위원장과 불과 8.3%p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철수 원장은 17.9%를 차지해 하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달 27~29일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다자구도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35.4%의 지지율을 보여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문재인 이사장이 25.3%의 지지율을 보여 22.7%p를 얻은 안철수 원장을 2.6% 포인트 차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안 원장은 30.3%의 지지율을 보여 1위를 차지했으며, 박 위원장은 29.7%로 그 뒤를 바짝 좆았다. 문 이사장은 17.2%p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문 이사장은 16.1%의 지지율을 얻어 안 원장(19.4%)을 3.3%p차로 추격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지난달 첫째 주 8.7%에 불과했던 것이 넷째 주에는 17.4%로 상승, 박 비대위원장(30.5%), 안 원장(23.2%)과 함께 지지율 격차를 계속해서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진영 ‘문재인-안철수’ 경쟁구도 형성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권후보 다자대결에서 선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야권진영에서는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이 2, 3위를 차지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안 원장이 뚜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정치입문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게 되고,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문 이사장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해온 문 이사장에 비하면 안 원장은 정치적으로 비전문가가 아니냐”고 반문한 뒤 “안 원장이 정치적으로 한발 물러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지지율 극복을 위해서는 어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원장이 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재단의 설립 방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주춤하던 안 원장의 지지율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안 원장은 그간 자신의 정치적 참여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에도 이탈이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안 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실장도 이날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향후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강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특히 “4월 총선에서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 당선되고 PK(부산경남)에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경우 문 이사장은 19대 총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총선이후 선거 기여도를 인정받으면서 지지도가 올라가고, 이렇게 되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이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대권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과 안 원장의 지지율 하락 요인에 대해 “문 이사장은 통합을 진두지휘했고, 이후에는 총선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보인 반면, 안 원장은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문 이사장 쪽으로 많이 이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안 원장을 완전히 역전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민주통합당이 그간 유력 대권주자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은 당내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을 만들었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권 ‘박근혜 독주론’ 비상

문재인 이사장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박근혜 대세론’ 이외에 특별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고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치르면서 ‘안철수 돌풍’이 일었고, 대권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단숨에 무너지면서 한나라당과 박 위원장 측을 경악케 했다. 지난해 11월 안 원장이 사재출연을 발표하면서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런데 안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한 사이 제2의 안철수가 나타나면서 이들을 또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27~29일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실시한 대선후보 다자구도에서 문재인 이사장(25.3%)은 안철수 원장(22.7%p)을 2.6%p차로 추월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42.7%를 차지해 45.4%를 기록한 박근혜 위원장과 2.7%p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안철수 원장을 견제했던 한나라당과 박 위원장 측 입장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의 무서운 기세는 단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철수 원장 이외에도 박근혜 위원장과 박빙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또 다른 야권후보가 있다는 점은 이들을 더욱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이사장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안철수 원장(51.0%)은 박 위원장(42.1%)을 뛰어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독주론’은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에게는 있고, 박근혜에게는 없는 것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 변화는 지난 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1월 둘째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문 이사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전주 대비 5.9%p 상승한 14.6%를 기록했다.

‘안철수 돌풍’이 일기 전인 지난해 8월 11.7%를 차지한 후 계속해서 한 자릿수에 머물던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힐링캠프’가 방영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현재는 2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윤희웅 실장은 이에 대해 “연초 방송된 힐링캠프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문 이사장의 인간적인 매력이 발산됐고,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젊은층과 진보세력과의 소통으로 지지율은 더욱 뛰어올랐다”고 덧붙였다.

한주 전 방송된 박근혜 비대위원장 편에 비해 시청률(박근혜 12.2%, 문재인 10.5%)은 다소 떨어졌지만, 내용면에서는 문 이사장이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정치 고단수답게 꼭 할 말만 하고 필요하지 않는 얘기는 가급적 피했다. 그러나 원칙 있는 모습을 보인 것도 좋았지만 모범 답안만을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박 위원장을 대하는 패널들은 어려워했고,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이사장은 ‘긴장’보다는 ‘소탈함’을 안겨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옆집 아저씨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그의 정치적 철학 등 패널들과 진솔한 얘기가 오가면서 프로그램도 자연스레 ‘인간 문재인’에 맞춰졌다.

두 사람이 살아온 배경과 환경의 차이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듯 방송을 통해 비춰진 박 위원장의 모습은 나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인물, 권위가 있고 다소 어려운 사람으로 읽힌 반면, 문 이사장은 평범한 옆집 아저씨, 소탈하고 친근한 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어쩌면 문 이사장의 모습에서 많은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탈함과 친근함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문재인에게는 있고, 박근혜에게는 없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이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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