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을유년 한해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시장은 12월 들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하고 있고, ‘베스트 드레서’ 정치인 부문 1위도 차지했다. 지난 11월 청계천 복원이후 급상승하다 잠시 주춤했던 지지율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시장과 측근들은 상승무드를 내심 경계하고 있다. 아직 차기 대선까지는 2년이란 세월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대망론’에 심취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조기 대세론으로 낭패를 본 이인제·이회창씨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이 시장측은 호남공략 플랜, 차기 서울시장 측근 지원, 여야 잠룡들과의 전략적 연대 등 중장기적인 대권플랜을 보다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을 맞아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명박 시장과 고건 전총리. 장외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차기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고수했던 고 전총리가 2~3위로 밀리는 대신 1위 자리를 이 시장이 탈환했기 때문이다.

차기주자 지지율 급상승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감’ 1위로 이 시장(47.3%)이 선정됐다. 2위로 밀린 고 전총리(40.1%)와는 7.2% 차이였고, 3위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35.7%)와는 무려 11.6%나 차이났다.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25.6%의 지지율로 1위를 고수했고, 이어 고 전총리(23.8%)와 박근혜 대표(16.5%)가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고 전총리의 부진속에 이 시장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국민일보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지난 5~6일 양일간 여론조사 기관인 (주)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결과에서도 이 시장은 37.2%로 박근혜 대표(35.4%)를 눌렀다.

고 전총리의 부진속에 이 시장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학생들도 고 전총리보다 이 시장을 차기 후보로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대상 인터넷신문 미디어캠퍼스가 지난 12월5일부터 15일까지 11일간 미디어캠퍼스 사이트를 방문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739명 중 239명(32%)이 이 시장을 선택했다. 반면 고 전총리와 박 대표는 각각 181명(24%)과 124명(17%)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차기주자 지지율 상승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재산이 180억원대에 달하는 이 시장은 주식투자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정치인 1위로 뽑혔고, 지난 9일에는 2005년 최고의 옷 잘 입는 정치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기 대세론 경계

이처럼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이 시장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대권고지이기에 고민 또한 적지 않다.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여야 잠룡들의 견제도 심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 대세론이 확산될 경우 심각한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중 대세론에 심취해 막판 경선에서 탈락했던 이인제 의원과 조기 대세론에 안주했던 이회창 전총재의 실패사례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과 그 측근들은 지금의 분위기에 도취하지 말고 차분히 대권 마스터플랜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측근들은 무엇보다 시급한게 이 시장의 이미지 개선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한 이 시장은 독실한 크리스천 이미지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맹신자’라는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 시장은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불교신자들에게 큰 반발을 샀고,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는 ‘청계천은 하나님이 이루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기독교인 외에 불교신자 등 기타 종교계로부터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는 대권가도에서 총체적 민심을 겨냥해야 하는 이 시장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중 하나다. 대북문제도 이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반도가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현실은 차기 지도자에게 통일관 및 민족관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과거 대선 과정에서 대북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한 자릿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에 전력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장기적 대권 포석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군 중에서도 박 대표는 이미 북한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본 경험이 있고, 손학규 경기지사 또한 대북정책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이 여야 잠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문제에 신경을 덜 쓰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이 시장 측근들은 대북문제 해법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권 주자라는 정치 여건을 감안하면 방북이나 김 위원장 면담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일부 측근들은 동서독의 통일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우리나라 실정과 접목시키는 통일관을 재정립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호남공격 지속적 추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대권플랜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시장측이 물밑 추진하고 있는 대권플랜은 호남공략, 차기 서울시장 측근 지원, 여야 잠룡들과의 전략적 연대 등이 대표적이다. 호남공략은 영남출신인 이 시장이 호남표심을 잡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대권 전략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전남지역 자치단체와 우호교류협정을 맺고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펼치고 있다. 본청과 자치구 차원에서 수 차례 직거래장터를 열어 전남의 무공해 농산물을 서울시민에게 공급하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최근 폭설피해가 심한 전남지역에 서울시 발주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11개 건설업체를 총동원해 복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장 자신도 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김대중 전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향후 대선캠프에도 유능한 호남 인재를 대거 참여시킬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향배도 이 시장의 대권가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청계천 사업으로 이 시장을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가장 듬직한 텃밭이다. 이런 텃밭을 당내 경쟁자인 박 대표가 지원하는 후보에게 내준다거나 나아가 여권에 뺏길 경우 이 시장은 지도력에 적잖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여권 후보가 차기 서울시장에 등극할 경우 이 시장의 최대 치적인 청계천 사업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 서울시장 경선과 관련해 이 시장은 아직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믿을 만한 최측근을 물밑 지원사격할 것이란 관측에 점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 시장측이 구상하고 있는 대권 비플랜 중 하나는 다름아닌 여야를 망라한 대권후보군과의 전략적 연대론이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할 경우 기존 여야 잠룡들 외에도 수많은 잠재적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노 대통령과 현정부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란 이른바 정계개편 가능성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시장측은 기존 잠룡들과의 관계를 재정립, 언제든 연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장외주자들과도 물밑 접촉을 강화해 전략적 연대를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또 여권이 내년부터 개헌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개헌론 추이에 따라 ‘러닝메이트’ 등 대권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세부 방침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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