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영남권 친박 중진 공천 물갈이 전방위 압박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대구 달성구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19대 총선 지역구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했다.<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를 두고 ‘영남권 물갈이’와 친이계 공천학살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말들이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결정이 수도권 친이계와 영남권 친박(박근혜)계 등 현역 중진 의원들에게 공천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당내에서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MB정권 실세 용퇴론’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더군다나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공천위)가 서울 수도권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갑·을과 서초갑·을, 송파갑·을, 양천갑, 분당갑·을 등 9개 지역구에 대해 비례대표 공천을 배제하겠다고 결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던 비례대표 대다수가 친이계 의원들이다보니 일각에선 ‘공천 학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는 “현재의 공천 심사 구조가 2008년 '공천학살'때와 너무 유사하다”며 “(비대위가) 비상상황을 명분으로 해서 반대세력을 몰아내는 공천학살을 하면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친이계 의원들 중 비례 초선으로 올 총선을 앞두고 강남을에 출마를 타진했던 원희목 의원은 물론이고, 양천갑을 목표로 삼았던 정옥임 의원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 의원은 트위터에 “정권의 최전방에서 정권을 보좌했던 인사들은 출마해도 되고, 비례대표들은 출마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회 균등 원칙에  맞지 않다”며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친박계 영남권 중진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설연휴를 전후로 떠돌았던 ‘공천 살생부’가 떠돌았는데 수도권과 영남권 42명 지역구 의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2명, 경기 12명, 인천 5명, 영남권 13명의 현역이 포함돼 있었다. 당 비대위는 살생부에 대해 “근거 없는 문건”이라며 “유포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유포 출처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살생부에 이름이 실린 해당 의원들은 공천위의 활동을 예의주시면서도 불출마와 탈당이라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리는 분위기다. 

특히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6일 손바닥tv '소셜데스크'에 출연해 “불출마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내발로 내가 결정할 것”이라며 “(공천 살생부는) 선거 때만 되면 온갖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공천 여부 쟁점 된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명단에 포함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명단에 포함돼야 할 분들이 빠져있다”고 에둘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당 비정규직대책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8일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에 대해 “박 위원장이 당 쇄신을 위해 본인의 몸을 던진 것”이라며 “영남지역 중진의원들도 결단을 내려 당 쇄신의 고삐가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해 2008년 '공천학살'때와 유사하다는 정몽준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당시 공천과 유사하다는 부분은 아직까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비대위 체제가 18대 총선의 악습을 답습한다면 다 죽자고 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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