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실 숙명여대총장 <서울=뉴시스>

숙명여대 재단이 ‘15년간 수백억 원 돈세탁의혹에 휩싸이면서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숙명여대와 학교재단 간의 세력싸움으로 비쳐져 논란이 예상된다.

숙명여대 재단인 숙명학원이 15년 간 685억을 돈세탁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학 재단 이사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가 일고 있다.

9일 숙명여대 처장 학장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숙명발전협의회는 결의문을 내고 명문여대로서의 훌륭한 전통이 처참하게 훼손당하는 것을 목도할 수 없다며 이사진 사퇴를 요구했다.

숙명여대 총동문회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과 이사진은 숙명의 100년 역사에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재단은 학교법인인 돈세탁을 했다거나 기부금을 법인 통장으로 쪼개 관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숙명학원이 범법행위를 한 것과 같은 오해를 일으킬 소지를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단 측은  발전기금이나 기부금을 법인계좌를 거쳐 학교계좌로 들어가게 한 것은 사실이나 이 과정에서 1원도 유용하거나 배임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시작이 한영실 현 총장과 이경숙 전 총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학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단 관계자들은 한 총장 측이 재단 이사 중 이전 총장 측 인사들을 내보내기 위해 기부금 처리 문제를 이슈화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부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받은 것은 교육부 평가와 정부 지원 사업 등에서 (재단 전입금이 일정규모 돼야) 좋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부득이 하게 취한 방법 이었다고 해명했다.

재단 측은 또 숙명 학원은 타 사립 재단과 달리 재산이 거의 없어 학교에 재단 기부금을 낼 여유가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한 총장이 재선 걸림돌이 되는 이사장과 이사진을 퇴진시키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숙명여대는 전체 교수 회의에서 총장 후보 2명을 선출하면 재단이 최종 선임권을 행사하게 된다. 현 숙명학원 이사진 86명이 이경숙 전 총장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라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반면 학교 측은 이번 일은 총장 재선과는 상관없으며, 재단이 그동안 학교에 기부금을 한 푼도 내놓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다른 사립대 재단은 재단 전입금을 한 해 수십억~수백억 원 학교에 내는데 숙명 재단은 외부 기부금을 모금하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학교 측 일부 인사는 이경숙 전 총장이 아직도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이 전 총장은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았고 같은 해 8월 정년퇴임했다. 이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KBS 2TV ‘비타민으로 잘 알려진 한 현 총장은 최근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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