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국가와 국리민복 위해 살아온 명예 무너져”

▲ 돈봉투 파문으로 물의를 일의킨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며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서울=뉴시스>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잔치 분위기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2008년 돈봉투 살포를 에둘러 시인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공식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런 것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반세기 넘게 오로지 국가와 국리민복만을 위해 살아온 저의 명예가 무너지는 큰 아픔을 겪었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해냈다.

돈봉투 사건으로 캠프 관련자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선 “(경선) 캠프에서 일한 사람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아무런 대가도 못 받고 더운 여름에 땀 흘리며 저를 위해 봉사한 분들”이라며 “김 전 정무수석은 정말 저 때문인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캠프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박희태를 위해 한 일이니, 저에게 책임을 묻고 그분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며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느냐. 모든 것은 제 탓”이라고 밝혔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던 지난 18일 인천공항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돈봉투 사건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 것과 관련해선 “그때는 솔직히 몰랐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고,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명했다.

박 의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무실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포함해 윤원중 국회 사무총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과 만난 뒤 국회를 떠났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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