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분’요구에 친이계 ‘배후정치하나’

▲ 사진설명 :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가 합당한 후 지난 7일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노철래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가 지난 2일 합당을 공식화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합당 수임기구회의를 열고 공천 지분 및 채무승계 문제를 마무리 짓는 등 양당의 합당 절차를 마무리했다.

친박 성향의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흡수 통합됨으로써 보수의 결집은 물론 친박계의 세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향후 내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연대의 채무 급증, 소속 의원들의 공천지분 여기에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승계 문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총선지분을 요구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에 친이계와 당 사무처에선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전 대표에 대해 ‘박근혜 그늘에서 막후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미래희망연대 ‘합당’

새누리당과 미래희망연대가 4·11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합당했다. 지난 2일 양당 원내대표와 주요 당직자 9명은 국회에서 양당 합당을 위한 수임기구회의를 열어 합당 절차를 마무리 짓고 4월 총선의 승리를 다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여러 사정으로 합당이 지연됐는데 이렇게 한 가족이 다시 만나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 역시 “총·대선을 앞두고 보수가 사분오열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합당이 성사됐다”고 화답했다.

미래희망연대는 지난 18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친박연대’의 후신으로, 지역구 의원 6명은 새누리당에 복당했지만 비례대표 8명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양당의 통합논의는 새누리당이 미래희망연대의 부채와 당직자 승계 문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전 대표의 복권문제와 공천 지분 등의 조건을 철회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더욱이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양당 간 통합은 더욱 가시화됐다. 박 위원장이 “야권은 통합으로 가는데, 보수진영은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희망연대와 통합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채무-공천-당직자 승계문제는?

새누리당은 앞서 지난 2010년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 결의안을 상정,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를 의결했다. 하지만 희망연대가 증여세 13억 원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당이 미뤄졌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희망연대의 채무와 당직자 승계문제 등을 전격 수용키로 하고, 19대 총선 출마 후보자에 대한 공천 지분 문제는 새누리당 내에서 경선을 통해 경쟁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면서 통합 논의는 급진전을 보였다.

희망연대는 당초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공천 헌금으로 기소된 서청원 전 대표의 복권문제와 채무승계 그리고 공천 지분 등의 보장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 서 전 대표의 복권문제는 정부 관할이기 때문에 당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또한 총선 공천문제와 관련해서도 당 쇄신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지분을 약속한다는 것은 구태로 비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고사해왔다.

특히 친박계 소속 의원들에게 공천을 보장한다는 것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숙청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천문제에 대해서는 친이, 친박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새누리당과 미래희망연대 모두가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면서 타협점을 찾았고, 채무승계와 사무처 당직자 15명에 대한 승계문제가 협의되면서 양측은 합당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서청원 개인 빚을 우리가 왜?”

하지만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희망연대의 채무가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희망연대의 채무는 당초 13억3000만 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현재 증여세에 대한 중가산금이 붙어 29억5000여만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총선을 앞둔 당으로선 엄청난 빚이다.

새누리당 사무처의 한 직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희망연대가 납부해야할 증여세는 29억5000만 원 정도”라며 “2008년 당시 13억 원이었던 증여세가 지금까지 미납되면서 이만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무처에서는 “30억 원이나 되는 서청원의 개인 빚을 왜 우리가 갚아야 하느냐”며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전 대표는 김노식 전 의원과 양정례 전 의원 측으로부터 32억여 원을 받은 뒤 선거 이후 당에 반환했다. 그러나 영등포세무서는 이들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행위를 불법증여로 보고 증여세 13억3000만 원을 부과했다.

미래희망연대는 “경제적 이익이 없어 증여라 볼 수 없다”며 이에 불복, 결국 소송까지 불사했지만 패소하고 이후 증여세 미납으로 중가산금이 붙으면서 현재 29억5000여만 원으로 채무액이 늘어났다. 새누리당 사무처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범여권 통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할지라도 거액의 증여세를 대납하는 행위는 매표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돈봉투로 전당대회 대의원의 표를 구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했다.

실제로 당 사무처 직원들도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새누리당 사무처 한 당직자는 지난 8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사무처 내에서는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상충한다”며 “문제는 증여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우리가 지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래희망연대의 채무는 엄밀히 말하면 서청원의 개인 빚인데, 왜 당비로 이를 청산하려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며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나온 마당이라 더 이상 제동을 거는 것은 어렵지만 각자의 불만들이 있다”고 사무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7일 중앙선관위는 새누리당이 미래희망연대의 증여세를 대납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이나 정당지원금, 후원회를 통해 모금된 후원금 등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당비는 당원이 내는 정당의 고유재산인 만큼 자율적인 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유제원 노조위원장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절차적 문제들이 모두 정당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양당 합당에 따른 견제기능을 계속해서 담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노조위원장은 미래희망연대 소속 15명의 사무처 직원들이 새누리당에 승계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인재들이 사무처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절차와 검증을 통해 이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의 합당과 친이계의 ‘부담’

17대 대선후보 경선부터 시작된 친이-친박 간 갈등은 18대 총선 공천을 두고 더욱 거세졌으며, 대선 승리에 이어 당의 실권까지 거머쥔 친이계가 친박에 대한 대대적 살생을 감행하면서 양 계파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들은 2008년 총선 당시 공천 결과에 불복하면서 탈당, 서청원-홍사덕 두 인사를 중심으로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18대 국회 등원에 성공한 이들이다.

양당은 합당에 앞서 4·11총선 출마 후보자에 대한 지분 문제를 논의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희망연대 소속 의원들 역시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여전히 희망연대 소속 의원들의 공천 지분이 약속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희망연대와의 합당이 결국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양당이 합당을 의결했음에도 그간 이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미래희망연대의 채무 승계가 표면적인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서청원 전 대표의 복권문제와 희망연대 소속 의원들에 대한 공천 지분요구를 친이계가 거부했다는 것이 당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청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합당하면서 공천 지분을 원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러나 경선을 통해 공천하기로 한 만큼 친박이 보복 차원에서 친이를 공격하거나 공천을 거부하는 과거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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