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팬 아니면 모두 적?

[일요서울Ⅰ전수영 기자]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엄청난 호응 속에 그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나꼼수를 이끄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시사평론가 김용민,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수감돼 조금은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이른바 ‘정봉주법’을 통해 그를 구명하기 위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을 정도로 나꼼수는 대단한 응집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나꼼수 4인방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거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문제를 부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나경원 전 의원 1억 원 피부숍설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받았다.


특히 “각하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는 멘트는 유행어로 번질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꼼수는 조금씩 초심을 잃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보의 분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키니 시위’에 남성 중심 문제 그대로 드러내

 

나꼼수 진행자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되자 그의 지지자들은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정부에 정 전 의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의 여성 지지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가슴 부분에 정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적은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하며 문제가 벌어졌다.

 

작가 공지영은 트위터에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 시위 사건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또 “나의 입장은 수꼴(수구꼴통)이 그리고 마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그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나타내는 석방운동을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반대하며 그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꼼수 팀과는 분명히 의견을 달리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나꼼수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공지영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비키니 시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에 대해 나꼼수 측은 한동안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오히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4일 ‘시사인 토크 콘서트’에서 “성의롱할 의도가 없었고 성희롱이 아니다”라며 “해당 사진을 올린 여성이 우리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가는 우리한테서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관계가 우리와 그녀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김 총수는 “저희가 던지는 얘기에 특히 여성들이 불편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사과했다.

 

김 총수의 사과 발언으로 이 문제는 잠시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포털사이트 다음의 삼국카페(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화장발)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 사건이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불리길 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국카페는 나꼼수에 대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며 지지 철회를 밝혔다.

 

일부에서는 표현의 방식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대부분은 진보를 주장하면서도 그 안에는 구시대적인 형태가 남아 있으며 남성 위주의 패권주의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삼국카페 앞으로 사과 편지를 보냈고 공지영씨도 “사과란 잘못에 대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들의 상처를 공감하는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 거다. 이게 다 나꼼수의 지주인 내가 빠진 탓이니 너그러이 봐주시라”는 정 전 의원의 말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지나친 팬덤이 문제라는 지적


‘비키니 시위’로 촉발된 나꼼수에 내재되어 있던 문제들 속에는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혈 나꼼수 청취자들은 나꼼수에 거론됐던 얘기들을 대부분 사실로 믿으며 그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공격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나꼼수의 지지자인 공지영씨가 정 전 의원의 사과 발언을 트위터에 올리자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에 공씨는 “정봉주 의원의 말을 그의 요구대로 전하고도 수꼴들이 아닌 그의 추종자들에게 이렇듯 욕을 먹을 줄은 꿈도 못 꾸었기 때문이죠. 지금도 어안이 벙벙합니다”라고 글을 올린 뒤 이어 “저도 당분간 트윗 접습니다. 잘 쉬고 새 소설 좀 쓰다가 돌아올게요”라며 소통을 잠시 쉴 것임을 밝혔다.

 

공씨의 글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그(정봉주 전 의원)의 추종자들에게 이렇듯 욕을 먹을 줄은 꿈도 못 꾸었기 때문이죠”라는 부분이다.

 

나꼼수의 지지자인 그가 결국 같은 편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봉주 지지자 중 상당수가 나꼼수 청취자인 점을 가만하면 이는 아군에 대한 공격으로 풀이될 수 있다.

 

‘나’ 또는 ‘우리’와 견해가 다를 경우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공격에는 팬덤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같은 목적을 가졌음에도 행동방식이 다르면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분열을 가져올 가망성도 있다 볼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무한경쟁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야권은 현재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처지이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은 바로 내부 분열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여소야대란 같은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이번 ‘비키니 시위’와 같이 서로를 공격하거나 침묵할 경우 이는 곧 연대의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나꼼수를 놓고 벌어지는 팬덤이 야권연대를 저해하는 요소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단순한 우려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입 다문 야당들도 문제


조금 과장한다면 나꼼수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수십만에 이를 수 있다. 총선·대선을 치르는 이른바 ‘선거의 해’에 이 정도로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조직은 반드시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대중정당에게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조직을 적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곧바로 패배와 직결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도덕성과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진보세력들이 이번 ‘비키니 시위’와 관련한 대응에는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경우 정 전 의원이 수감되자 크게 반발하며 ‘정봉주법’을 만들어 조속히 석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키니 시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들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공식적인 논평이 없었다.

 

‘비키니 시위’에 대한 무대응의 이유를 분석해보면 첫째 ‘비키니 시위’가 각 당의 시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남녀평등, 성의 도구화 반대라는 모습과는 상당히 배치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비키니 시위’ 문제를 굳이 들먹여 나꼼수 지지층과 척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알면서도 못 본 체 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라면 이는 표만을 의식해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야당들은 아군을 적군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선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나앗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만히 있으므로 인해 당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당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차이 인정해야


나꼼수는 이제 단순한 정치적 분출구가 아닌 중요 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치 2008년 촛불정국 때 등장한 ‘칼라TV’, ‘사자후TV’ 등과 같은 인터넷 생방송 뉴스팀들이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과 비견된다.

 

그들은 집회·시위 현장을 편집 없이 실시간으로 방송하면서 시청자들 자신이 현장에 있는 듯한 일체감을 주었다.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논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대다수는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했다.

 

나꼼수도 초반에는 이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지만 갈수록 시청자들 스스로가 어느덧 울타리를 형성하고 그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만을 자신들의 편으로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경계선을 오고가고 있는 듯하다.

 

총선이 6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분열은 곧 패배이므로 목적이 같다면 그 안에서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와 용서라는 대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키니 시위’와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 논란을 두고 나꼼수 측과 야당 그리고 진보·개혁세력들 모두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논란 이전보다 더 공고한 연대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10일 방송된 나꼼수 ‘봉주 5회’에서 주진우 기자와 김용민 평론가는 ‘비키시 시위’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성희롱의 의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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