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달라”, “교육 받게 해 달라” 절규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한 재소자의 몸부림이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천안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이모씨(66)는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재소자들이 사회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재기했다. 이씨는 “수백억 원씩을 들여 새로운 시설을 지으면서 감호자는 교육이송을 위한 타 교도소 이송도 안 된다”며 “시험을 봐야하는데 시험도 못 보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서울]의 확인 결과 재소자 수용시설에는 보호감호자를 위한 별도의 교육은 없었으며 교정 당국도 이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호감호라는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로 인해 사회와 격리된 그들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사회로 돌아올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본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이씨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감호자 교육이송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며 “보호감호자의 목적은 교육 개선인데 감호자 교육을 위한 시설이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은 법무부가 감호자의 교화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결국 정부가 사회에 재기하고자 노력하는 보호감호자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씨가 수감되어 있는 천안교도소에는 현재 외국인, 보호감호자, 미결수가 수용되어 있으나 보호감호자를 위한 별도의 교육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다양한 사회적응 교육은 마련되어 있지만 보호감호자만을 위한 교육은 준비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천안교도소 이외 보호감호자가 수용되어 있는 다른 교도소 또한 일반 재소자와 거의 같은 교육 내용이다.

 

결국 이씨의 주장처럼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가 다시 복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호감호자에게 맞는 복귀 교육은 없어 교정(矯正) 당국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회 복귀 교육은 어디서 받나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이씨는 수의를 입고 참석했다.

 

66세의 이씨는 백발의 보호감호자였지만 얼듯 봐서는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재판부(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에게 “교육을 받기 위해 이송을 신청했으나 법무부지침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송 신청을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이송은 신청 가능하나 시험의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리고 별도의 교육시설은 한 곳도 없다”며 행정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박 부장판사는 “피감호자가 이리저리 옮겨달라고 하면 교정행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며 판단을 잠시 보류하고는 “법률·조례상 청구할 구체적 법률이 없으면 재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뜻은 이씨가 제기한 소는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재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따라서 이씨의 재판은 원고 패소의 가망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이씨는 이번 재판에서 지더라도 계속해서 이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 보호감호자에 대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의지다.

 

폐지된 사회보호법 여전히 존재

 

형벌만으로 교화·개선이 불가능한 상습범이나 정신 질환 범죄자 등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1980년 12월에 제정된 사회보호법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05년 8월 폐지됐다. 그러나 여전히 보호감호자는 존재한다.

 

그 이유는 보호감호법이 폐지되기 전에 이미 판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씨의 경우도 2001년 성폭력범죄로 징역 7년과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보호감소 조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호감호자 선거권 요구에 법원은 ‘NO’

 

이씨는 지난해에도 투표권이 제한된 보호감호자들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감호자 선거권 회복에 관한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그대로 사회에 복귀시켜 공동체 질서를 다시 위협할 가능성이 큰 범죄자에 대해 보호감호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보호감호제가 폐지됐지만 폐지 이전에 보호감호 선고를 받은 감호자의 선거권을 제한한 것은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곧바로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내려질 가망성이 높아 결국 헌법소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이 무슨 자격증도 교육을 받은 후에야 주어지는 것 같은 이상한 논리”라며 “처벌 받은 것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정당한 선거권 행사가 어렵다고 본다니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원이 국민의 선거 성향까지 예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현재 일반 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의 경우 부재자투표를 통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으나 보호감호자의 경우 선거권이 제한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올해의 경우 국민의 투표 참여는 이전 투표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당은 현 정권의 실정을 질타하며 정권교체를 주장할 것이고 여당은 야당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며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다.

 

총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모든 언론에서 선거와 관련된 뉴스를 쏟아내고,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져 어느 때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씨를 포함한 보호감호자들은 이런 국민의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이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오늘도 두 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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