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잃고 이혼 경력까지…국제결혼 브로커에 우는 한국 남성들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 해에 성사되는 결혼 10건 중 1건은 국제결혼일 정도로 다문화가정은 우리사회에서 익숙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다문화가정 부부도 적지 않지만, 국제결혼 사기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브로커를 낀 조직적인 국제결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로커가 외국인 신붓감을 찾는 우리나라 남성에게 접근해 각종 명목으로 잇속을 챙기고, 여성 역시 브로커의 꾐에 빠져 입국 혹은 국적취득 후 가출해 가정이 파탄나는 등 국제결혼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잘 살아보려던 꿈이 무참히 짓밟혔다”
다문화가정 파탄내는 국제결혼 브로커 유형도 각양각색


▲ <뉴시스>
국제결혼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지만 다문화가정의 이혼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 전국적으로 3933건이던 한국 남성과 외국여성의 이혼 건수는 2010년 7904건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 대부분이 중개업체나 브로커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중개업체나 브로커가 배우자 간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정보를 숨기거나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다문화가정 파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국제결혼 사기를 당한 남성들 대부분은 “중개업소는 외국인 아내가 혼인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본국에서의 혼인 경력을 숨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입국 후 혹은 국적취득 후 가출했다”는 피해를 하소연한다.

일주일 만에 가출한 아내

김모(53)씨는 2010년 11월 초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중개업소를 알게 됐다. 중개업소 직원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면 잘 살 수 있다”며 국제결혼을 부추겼다.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살고 있던 김씨는 중개업소의 말만 믿고 결혼 중개 비용으로 980만 원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씨는 이달 중순께 중개업소가 알선해준 베트남 여성 N모(28)씨와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다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해 12월 중순 N씨와 결혼 약속을 하게 된 김씨는 혼인신고를 하고, N씨는 2011년 2월 말게 국내에 입국했다.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있던 김씨는 입국 당일 아내의 행동에 아연실색했다. 아내는 입국하자마자 인천항공에서 도주를 시도했다. 김씨는 도주하려는 아내를 붙잡아 신혼살림을 꾸려놓은 광주로 데리고 가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 등록까지 마쳤다.

아내를 광주로 데려왔지만, 김씨의 기대와는 달리 N씨와의 결혼생활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결혼 당시 N씨의 친정집에 500만 원을 주고 N씨에게 고급 예물을 선물했다. N씨가 김씨에게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급전이 필요하다. 도와 달라”고 사정해 김씨는 두 차례 90만 원을 베트남에 송금했다. 김씨는 “아내는 광주에 오자마자 수시로 베트남에 전화를 걸었다”며 “신혼생활은 고작 일주일뿐이었지만 청구된 국제전화비는 100만 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아내는 틈틈이 도주의 기회를 노렸고, 입국 3일 후 새벽에 도주를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3월 초에 아내는 김씨가 집을 비운 사이 도주했다.

김씨는 아내가 가출을 하게 된 데에는 브로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브로커는 “집에 없을 때 도망가라. 그런데 김씨 동생이 네가 안보이면 형한테 전화할텐데…”, “쓰레기 버릴 때 도망가라” 등 N씨에게 가출을 부추겼다. N씨 역시 브로커와 전화통화를 하며 “도망갈 때 택시를 잡지 못해 걸리면 나를 죽일거야”, “쓰레기를 버릴 때 짐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간다면 의심하지 않겠지” 등 가출을 궁리했다.

김씨는 “아내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채 헤어졌다. 국제결혼으로 잘 살아보려던 꿈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아내가 가출한 이후 확인해 보니 이미 나와 결혼할 당시 베트남에 남편과 아내가 있는 유부녀였다”며 “아내가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나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가출 부추기는 브로커

국제결혼피해센터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외국 여성에게 가출을 부추겨 가정을 파탄 내는 브로커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안재성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는 “대표적인 브로커 유형은 외국여성과 사전모의를 하고 입국시킨 뒤 한달 또는 1년 안에 남편의 귀책사유를 잡아 이혼하거나 가출하게 하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브로커는 외국인 여성에게 ‘남편에게 갖가지 핑계를 대고 돈과 선물을 뜯어내라. 폭행을 유도하고 자해를 해 남편에게 뒤집어 씌워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로커들은 사전에 이런 수법을 알려주고 외국 여성이 가출하거나 이혼하면 일자리를 알선하고 월급 중 일부를 일자리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받는다”고 밝혔다.

안 대표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국제결혼하는 외국 여성에게 접근해 “남편이 속썩이거나 심심하면 전화달라”며 연락처를 줘 유혹한 뒤 가출시키는 사례도 빈번하다. 브로커들은 중국의 경우 채팅사이트, 중앙아시아의 경우 메일·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외국인 여성과 합의하에 만나 가출 방법 등을 알려줘 외국인 여성이 남편 몰래 잠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브로커의 접근 방법도 다양하다. 국제결혼한 외국인 여성 직장에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길·공원·쇼핑몰 등에서 접근해 연락처를 주고받고 가출을 유도하는 경우도 잦다고 안 대표는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안 대표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남성이 브로커로 나서기도 한다. 이들 브로커의 경우 아내 또는 같은 국가 여성을 시켜 가출을 유인한다. 이후 외국인 아내 몰래 가출한 여성의 방을 얻어주고 동거하거나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안 대표는 “심지어 브로커가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 등에서 가출시킨 외국인 여성에게 서비스업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다문화쉼터, 한국어 공부방, 외국인 축제 등에서 만난 본국의 남녀들이 남편 몰래 연락차를 주고받고 가출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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