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민주당)의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파산상태에 빠진 그리스의 사회당을 닮아가는 것 같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값 등록금에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를 주장해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고교졸업자들에게도 대학 4년의 반값등록금에 해당되는 1200만 원 지급도 추진키로 했다. 이 당은 취업 준비생에게 월 25만 원씩 4년간 1200만 원을 대주고 창업하는 경우엔 1200만 원의 목돈을 주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사병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되면 매달 30만 원씩 적립해 21개월 복무 후 630만 원을 받도록 했다.

민주당은 저 같은 복지재원으로 매년 33조 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2012년 우리나라 국가 예산 325조4000억 원의 무려 10%에 해당한다. 국가 예산의 10분의1을 떼어내 2030세대의 복지비로 쓰겠다는 것은 4월 총선에서 돈으로 2030세대의 표를 사기 위한 것으로 의심받기에 족하다. 그리스의 사회당이 지난 날 그랬던 것을 상기케 한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스는 ‘범 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을 결성, 1981년 선거에서 압승해 총리가 됐다. 그는 취임 후 각료들에게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줘라”고 지시했다. 그는 10년 집권기간 복지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렸다. 의료보험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으며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묶었다. 무상 교육은 대학원까지 연장시켰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그리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7%로 당시 유럽연합(EU) 평균 3%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파판드레우스의 복지정책은 기업의욕을 떨어트렸고 근로기강을 해체해 경제성장을 연평균 1.5%로 곤두박질치게 했다. 파판드레우스는 실업 구제 수단으로 공무원 수를 늘려갔다. 인구 1100만 그리스의 공무원 수는 85만 명이다. 이 숫자는 인구가 그리스보다 4배나 더 많은 한국 공무원 98만 명과 맞먹는다. 35년 근무한 공무원이 58세에 퇴직할 경우  월급의 96%를 매달 연금으로 받는다.

그토록 국가 재정을 펑펑 쓰면서도 그리스인들의 조세부담률은 20.4%에 불과했다. 한국의 20.8%와 비슷하다. 마구 정부 돈을 퍼주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세금은 적게 거두었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돈은 모두 빚으로 때웠다.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2011년 기준 무려 국내총생산(GDP)의 160%에 달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3.5% 보다 5배나 된다.

그리스 사회당이 헤픈 복지로 표를 사게 되자 우파인 신민주당도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 퍼주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부도위기에 직면한 파판드레우스의 아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스 총리는 작년 EU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국가부도위기를 모면했고 긴축정책을 펴지않을 수 없었다. 그는 판사의 급여를 40% 삭감했고 공공부문 인력 중 1만5000명을 감원키로 결정했다. 공무원의 임금과 연금도 대폭 깎았다. 그에 반발해 판사들이 파업했고, 매일 십수만명이 폭력시위에 나서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리스 좌익 정권의 재정파탄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복지공약 남발을 떠올린다. 대한민국도 복지공약 남발로 그리스 신세로 빠져들고 있다는 위기감을 금할 수 없다. 국민세금으로 표를 매수하려는 정치권의 복지정책은 저지돼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 저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줘라”며 표를 사기 위해 복지를 내세우는 무책임한 정당에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 길만이 복지 포퓰리즘을 바로 잡고 나라의 부도를 막는 길이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