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정책만 ‘그럴 듯’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오전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도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고, 국민통합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정규직에 지급되는 현금과 현물에 대해 비정규직에도 동일하게 지급하고 2015년까지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던 새누리당의 이전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의 삶을 지금처럼 방치해 둔다면 여권에게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조치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이는 결국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일부에서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 아니냐며 코웃음을 치기까지 할 정도다.

쌍용자동차 노조의 투쟁이 지난 15일로 1000일을 맞았다.

2009년 4월 8일 정리해고 문제로 시작된 쌍용자동차 노사 갈등은 노조가 목숨을 담보로 한 ‘옥쇄파업’까지 진행할 정도로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1000일이 지나는 동안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은 부지기수였으며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외쳤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돼버렸다.

아직까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노조원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겼거나 이마저도 제대로 안 된 이들은 떠돌이 날품팔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가슴 한 편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정규직에 대한 새로운 정책은 크게 놀랄만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규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폐지한다는 정책은 확실히 좌클릭 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의 한 노조원은 박 위원장의 발언에 “먼 나라 얘기”라며 “공공 부문의 고용보장이 잘 되면 민간으로까지 확산될 거라고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재벌들이 비정규직을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리라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하우스푸어’→‘하우스리스’로 전락하는 서민들

‘하우스푸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출을 통해 집장만을 한 서민들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갈수록 가난해져 가는 하우스푸어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전세로 살다가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인천에 집을 사 이사한 직장인 최모씨(42)도 팍팍해져가는 삶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최씨는 “모은 돈이 별로 없어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샀는데 이자부담이 너무 크다. 투기를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구매한 것인데 이러다 조만간 집이 은행에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우스푸어’에서 ‘하우스리스’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와서 집값의 상승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불어 전·월세도 함께 올라 서민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집주인의 집값 인상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점점 주변으로 옮겨가다 결국 서울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던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부담감이 높아질 것은 뻔하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재개발에 대한 재검토 뜻을 밝히면서 그동안 치솟을 대로 치솟은 집값과 전·월세 값은 떨어지거나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만의 정책 추진으로 전국의 집값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어서 선거를 앞둔 각 당의 정책에 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박 비대위원장, 발언과는 다른 모습

양극화 해소, 서민경제 활성화, 대학등록금, 취업 등 각 당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인물도 있다.

MBC 노조의 파업과 맞물려 KBS 새노조도 파업을 결의했다. 양사 모두 언론에 재갈을 물린 현 정권을 반대하며 언론바로서기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 대다수는 언론은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이 돈과 권력에 굴복하면 제대로 된 소식을 들을 수 없음은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부의 입장만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각 당의 국회의원들도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 언론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할 터지만 상황을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혼란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일보의 주인은 정수장학회다. 현재 정수장학회는 법적으로 공익재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박 비대위원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2005년 이사장 자리를 떠난 박 비대위원장이지만 최필립 현 이사장은 박 비대위원장의 측근이며 이외에도 다수의 측근들이 포진되어 있다.

현재 부산일보 기자들은 박 비대위원장의 영향력의 아래 있는 재단으로부터 부산일보를 분리해야 한다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영남대학교 해고 노동자들 또한 박 비대위원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박 비대위원장 자택 앞에서 벌이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말한 “미래로의 전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등록금 한숨에 해결책은 ‘나 몰라라’

대학생을 둔 가정이 등록금으로 인해 가계가 파탄의 지경에 이른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와 여당은 등록금 인하를 추진했다. 각 대학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등록금을 살짝 인하했다. 전국적으로 평균 5% 정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올릴 때는 매년 7% 이상씩 올리다가 막상 인하폭은 5%에 그친 것은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립대만이 진정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며 재학 및 입학생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뿐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다른 대학들도 서울시립대처럼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등록금 인하폭이 적을 수 있지만 장학금 혜택을 많이 늘렸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강변할 따름이다.

특히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인 울산공업학원이 운영하는 울산대학교의 경우 등록금 인하폭은 1.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울산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싸고 장학금 혜택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인하폭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결국 공언(空言)이 돼버렸다.

富의 나눔 강조하면서 자신은 ‘축적’

정치인들이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부의 나눔’이다. 부의 나눔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여전히 은밀한 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에 소속된 의원들은 다른 위원회에 비해 개인 보유 자산에 대한 검증이 철저한 편이다. 자신의 업무로 인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위를 이용한 부의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해당 상임위를 맡지 않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 의원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당당히 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직무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을 받자 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끌면서 주식을 보유하는 일까지 벌이는 등 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무너진 중산층 복원 해법 내놔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가계분포는 마름모꼴이었다. 상위층이 일부를 차지했고 대부분이 중산층이었으며 극빈층과 차상위층이 일부였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했던 중산층이 붕괴돼 극빈층과 차상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경제생활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으며, 3,40대는 어렵게 마련한 집마저 다시 내놓고 하우스리스가 될 상황이다. 거기에 20대 청년들은 아르바이트해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지난 4년 넘게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한 MB정부 덕분으로 대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중산층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여야는 모두 서민들을 살리기 위한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정책에 박수를 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747공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票플리즘’으로 불리는 정책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찾기 쉽지 않다.

현역 여야 의원들을 포함,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들은 말로만이 아닌 무너져버린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작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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