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핵심 인물, 친이계 몰락 가속 페달 밟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저축은행 비리, SLS 구명로비, 돈봉투 살포, 다이아몬드 게이트 등 정관계 로비를 겨냥한 검찰수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쳐온 검찰이 칼끝을 전·현 정권 핵심부를 동시에 겨눈 채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검찰의 칼날은 현정권 실세들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현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수사를 양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검찰 수사 조사대상에 거물급 인사 거명…정국에 메가톤급 파장
‘지지율 하락→측근·친인척 비리 의혹 제기→레임덕 본격화’ 수순 밟나

검찰의 본격적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 정권 실세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사법처리 되면서 MB계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속성을 감안할 때 MB정권 역시 ‘지지율 하락→측근 및 친인척 비리 의혹 제기→레임덕 본격화’라는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 실세 줄줄이 엮여

각종 비리의혹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 조사대상으로 거명되면서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 전망이다. 특히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엮인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총선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조사에서 김 전 수석은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수석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친이계의 절대적 지지로 국회 수장직 위치까지 오르는 영예를 안았던 박 전 의장과 청와대의 행정적 브레인이었던 김 전 수석이 동시에 사법 처리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친이계의 몰락이 가속화 될 수 있다.

‘상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수렁에 빠졌다. 이 의원을 둘러싼 거액의 수상한 돈 흐름 의혹 등이 불거진 것.

이 의원실 여직원 임모씨 개인 계좌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7억여 원이 발견됐고 이 의원은 여비서의 계좌에서 발견된 ‘괴자금’의 실체와 관련해 모두 자신의 돈이라는 내용의 소명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의원이 정치적 타격을 무릅쓰고 차명계좌를 실토한 배경에는 검찰 수사가 이 의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검찰은 SLS그룹 구명로비를 위해 정권실세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이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 보좌관,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 대구지역 사업가 이치화씨 등 관련자 5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 의원을 둘러싼 불법정치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도 MB 측근들과 마찬가지로 개혁의 대상이 돼버렸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사정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MB의 참모들이 몰락하면서 이 대통령 당선에 핵심 역할을 했던 6인회도 와해 국면을 맞고 있다. 6인회 가운데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만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 출범 이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 지는 등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CNK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MB정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히며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국무총리 차장은 CNK주가조작 관여의혹의 중심에 서있다. 또 다른 의혹의 핵으로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이 입에 오르내렸다. 감사원은 두 사람의 연루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김은석 대사에 혐의를 집중시켰다. 결국 MB식 ‘회전문 인사’의 대상들은 회전문을 돌아 사법부의 단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MB도 이들을 지켜줄 힘이 없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참여정부·MB정부 인사 얽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저축은행 수사는 참여정부 인사와 MB정부 인사가 얽혀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지난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이었던 정윤재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파랑새저축은행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했다. 친노세력의 핵심인사인 정 전 비서관의 구속은 참여정부-저축은행 간 ‘커넥션’ 가능성을 제기시키고 있다. 이번 4월 총선에서 ‘노풍(노무현 바람)’을 타고 정치적 부활을 꿈꾸고 있는 친노그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 정 전 비서관의 구속이 PK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를 예고한 민주통합당의 ‘낙동강 전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도 지난 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지사는 2009~2010년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은 201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이에 앞서 MB 측근 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대통령 사촌처남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4억2000만 원, 이 의원의 박 보좌관은 1억5000만 원을 유 회장으로부터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처럼 검찰은 전·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 정권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정권보다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면 단번에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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