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한진·현대중공업, 순수 교육재단보다 못해 비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삼성·두산·한진·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대학,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에 대학들이 무릎을 꿇고 등록금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인하 폭은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해마다 4~5% 정도의 등록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3% 미만으로 등록금을 인하했다. 특히 삼성, 두산, 한진, 현대중공업이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감이 더하고 있다.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재벌들이 운영하는 대학의 현황과 함께 과연 학생·학부모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국내 재계순위 부동의 1위인 삼성은 성균관대의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두산은 중앙대, 한진은 인하대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울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네 개 그룹은 국내 재계순위 10권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불어 닥친 등록금 인하 요구를 수용해 등록금 인하를 단행했지만 인하대학교만 5% 인하했을 뿐 중앙대·울산대는 2.3%, 성균관대는 고작 2%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기업이 재단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대학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댈 수는 없겠지만 순수한 교육재단이 운영하는 대학과 비교해 자금 여력이 훨씬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하에는 상대적으로 낮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상은 4%, 인하는 2%...‘생색내기’

성균관대는 올해 등록금 협상을 다른 대학에 비해 늦은 2월 3일에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학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가 학교 측과 총학생회의 9차례에 걸친 등록금심위위원회를 열어 2% 인하율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많은 성균관대 재학생들은 불만족을 드러냈다.

이준영(22·한문학 전공 4학년) 학생은 “학교 측에서는 2%도 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은 결코 2% 인하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도승훈 학생 또한 “최소 5% 정도는 인하해야만 인하율을 실감할 수 있는데 인하율이 너무 낮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낮은 인하율을 지적했다.

실제로 성균관대, 중앙대, 인하대는 등록금 동결 열풍이 불었던 2010년도에는 등록금을 소폭 인하(성균관대 1.4%)하거나 소폭 인상(중앙대 0.1%, 인하대 0.2%)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물가 상승률과 학교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 4.9%~5.7%까지 등록금을 인상했다.

따라서 올해 2%대로 등록금을 낮췄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체감 인하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울산대의 경우 2010년도에 1.6% 인상했다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8%, 2.3% 인하해 2년 연속 등록금 인하 조치를 취했지만 총 인하율이 4.1%에 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등록금 인상 때는 눈치 보지 않고 너도나도 올렸지만 내릴 때에는 다른 대학의 눈치를 보며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난이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적립금, ‘이자놀이용’ 인가

대학생들은 대학들이 해마다 쌓아놓는 적립금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2010년도 회계 기준으로 무려 6568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었으며, 홍익대도 5537억 원을 적립해 각각 1,2위에 꼽혔다.

인하대의 경우도 1520억 원을 쌓아둬 10위에 랭크됐다. 성균관대는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1476억 원을 적립해 둬 결코 이에 뒤지지 않았다.

중앙대와 울산대는 상대적으로 적어 각각 526억 원, 459억 원에 그쳤지만 이 금액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네 개 대학의 적립금을 모두 합하면 무려 3981여억 원이 된다. 이를 시중 금리 2%로만 계산해도 연간 79억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장학금 등으로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김민재(여·22) 학생은 “학교에서 적립금으로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쌓아놓고도 셔틀버스 값까지 받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각 대학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은 장학금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인재양성을 위해 투자를 하고 그 결과로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졸업 후에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 두산, 한진,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기준과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 수혜율은 ‘꼼수’

성균관대, 중앙대, 인하대, 울산대의 평균 장학금 수혜율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정보를 보면 성균관대는 2010년 회계기준으로 장학금 수혜율이 49.3%(1인당 2157.0천 원)였으며 중앙대 59.3% (1인당 1670.0천 원), 인하대는 52.1%(1인당 1360.3천 원), 울산대 51.4%(1인당 1409.8천 원)였다.

성균관대의 경우 장학금 수혜율이 49.3%로 낮은 반면 1인당 금액이 높았으며 중앙대는 장학금 수혜율은 거의 60%에 달했으나 금액은 성균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인하대와 울산대의 경우는 수혜율과 금액 모두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학금 금액이 높은 성균관대의 경우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학생들에게는 입학과 동시에 전액 장학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장학금을 뺀 일반적인 장학금만 계산하면 현재의 금액보다 적어진다.

이들 네 개 대학과 비교해 서울 소재 서강대의 경우 장학금 수혜율은 60.2%에 금액 또한 1742.3천 원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네 개 대학에 뒤지지 않았다.

수치상으로는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장학금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금액과 상관없이 자신이 일을 하고 받는 근로장학금과 학업장학금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장학금 금액에서는 큰 차이가 나 수혜율만으로 장학금 혜택이 많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2010년 울산대학교의 경우 학비감면 장학금은 90억6800만 원 정도였으나 근로장학금은 18억2300만 원가량으로 전체 장학금의 무려 16.7%에 달한다.

인하대의 경우도 전체 장학금은 약 177억7200만 원에 달하지만 이 중 학비감면 장학금은 152억3000만 원으로 85.7%, 근로장학금은 18억2300만 원으로 10%를 초과했다.

결국 근로에 대한 대가로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이는 순수 장학금이라고만은 볼 수 없어 순수 장학금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재단전입금 대비 등록금 비율 여전히 높아

기업들이 대학에 투자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지만 여전히 대학들은 대학 운영을 등록금에 의지한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 2010년도 등록금회계 기준으로 성균관대에 투자한 재단전입금은 838억 원에 달한다. 중앙대의 경우는 이보다 더 많아 무려 1286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성균관대의 경우 전체 운영수익은 3961억 원이었으며 등록금수익은 2496억 원으로 그 비율이 63.0%에 달한 반면 재단전입금 비율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2.4%였다. 인하대의 경우 전체 운영수익 2323억 원 중 등록금 수익은 1752억 원으로 75.4%, 재단전입금은 185억 원으로 고작 8.0%에 그쳤다. 울산대학교도 14.5%에 그쳐 재단의 학교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중앙대의 경우 두산이 2008년에 학교를 인수하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재단전입금 비중이 31.4% 달하지만 대학 운영을 기업식으로 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재만 빼가지 말고 학교에 투자해야

이렇게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의 상황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히 좋은 점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들이 재단전입금 비중을 높이지 않는 이상 등록금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기반으로 학교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향후 자신들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투자가 있어야 하며, 일부 학과에만 투자 집중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반 정도 이상의 학생들이 부모에게 등록금을 부담지우는 것을 미안해해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의 말에서 기업들의 인재양성을 위한 지속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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