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백화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기방송’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1997년 수도권 유일의 민영방송으로 깃발을 올렸던 경기방송이 광고수주를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코바코) 임직원에게 향응제공과 함께 성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광고는 언론사의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광고수주를 위한 언론사들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실정이지만 경기방송과 관련해 일고 있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언론과 미디어렙과의 유착 고리를 푸는데 실마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 심기필 회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경기방송과 관련돼 제기된 의혹들을 파헤쳐 본다.

경기방송의 최모 기자는 2006년 ‘우리 회사 경영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라며 경기방송의 코바코에 대한 배임증재를 폭로한 바 있다.

이를 증빙이라도 하듯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방송은 코바코에 2006년 11월 1000만 원대 향응제공, 2008년 1월 스키장 접대, 2009년 11월 1000만 원대 향응접대에 이어 2009년에만 15차례 이상의 골프접대와 100여 차례의 코바코 직원과 대행사 직원에 대한 식사접대와 함께 상품권과 선물이 제공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지속적인 향응 제공과 성접대

심기필 경기방송 회장, 김모 경기방송 부회장, 김모 전 경기방송 사장은 2009년 11월 13일 프로그램 설명회를 가지면서 코바코 담당부장, 전·현직 담당 직원 3명을 초빙했다.

프로그램 설명회가 끝난 후 이들은 인근 갈비집에서 식사를 한 후, 동탄에 위치한 유흥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 술자리를 마친 후 유흥주점 위층에 있는 모텔을 이용해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회사 측의 주간보고서에는 프로그램 설명회 후 사용된 식사와 접대비용은 958만5000원이었으며 개별적으로 20만 원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후 경기방송 경영관리팀에서 유흥주점 사장을 불러 결제방식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올 것을 우려 3개월 할부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 3년 전인 2006월 11월에도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갈비집에서 식사를 한 후 룸살롱에서 2차 접대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코바코 직원에 대한 향응 접대는 2009년 11월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경기방송은 또한 매년 명절때마다 코바코 직원들에게 5만 원 상당의 농산물을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휴가비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명으로 골프 접대까지

경기방송이 코바코에 향응을 제공한 것 외에 골프 접대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차례 이어진 이른바 ‘골프 접대’에서 경기방송 측은 코바코 임직원들에게 일인당 20만 원을 주고 내기골프를 즐겼으며 경기 후 자연스럽게 술접대까지 이어졌다.

이 때 코바코 임직원들은 골프를 칠 때 신분이 노출될 것을 꺼려 이름을 가명으로 기재하고 심지어 골프가방에도 가명을 사용하는 방법을 써왔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경기방송이 코바코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인 향응을 제공한 것은 바로 광고수주가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방송 사장 중에는 코바코 출신이 많이 있어 이런 관계가 계속해서 유지되었을 개연성이 짙다.

코바코 임직원에 대한 성접대 문제가 불거지자 경기방송을 퇴직한 최모 이사가 코바코 감사실장을 만나 수원남부경찰서가 가지고 있는 경기방송과 코바코 간의 비리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 두 회사 모두 난리가 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고 입수 문건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경기방송과 코바코 사이의 비리 의혹은 조용히 사라졌다.

접대 효과, 광고 수주로 나타나

경기방송의 접대는 곧바로 광고 수주액으로 나타났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경기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개국 다음해인 1998년에는 0.08%로 미약했다. 하지만 2008년도에는 0.23%까지 증가했다. 그러다가 경인일보 사장 출신인 우제찬 사장이 취임한 2009년 광고 비중이 0.20%로 떨어지자 곧바로 코바코 출신의 김종훈 사장을 영입했다.

그 비중이 비록 0.03% 하락한 것이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결국 경기방송은 광고수주를 위해 코바코 출신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무래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접대가 광고 수주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경기방송 최모 이사의 녹취록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쓰는 것만큼 떨어지지…광고공사 광고주들…대행해주는 사람들…우리 골프치자…그것만큼은 떨어져…평상시만큼은 올라가 사실이야…그게 영향이 있으려면 2개월에…그니까. 그렇게 하는 거야. 돈 써가지고…”라고 말해 지속적인 접대를 했음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심기필 회장 소유 지분 문제 불거져

경기방송은 2010년 방송법상 1대주주 지분한도인 40%를 초과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심 회장은 자신의 보유 주식과 우호 지분을 합쳐 39.89%를 호주건설에 매각해 보유한도를 지켰다.

이전까지 경기방송의 지분은 심 회장이 세운 경기필(주)가 29.81%, 김 부회장의 두 동생이 각각 22.70%, 8.34%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부회장과 두 동생은 경기방송과 특수관계인인 까닭에 결국 1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전체의 60.85%를 차지하며 지분한도를 넘겼다.

특히 김씨의 여동생은 심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주식을 취득했으며, 남동생은 심 회장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경기방송은 총체적인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고 볼 수 있다.

심 회장은 주식을 매각한 후에도 경기방송 회장으로 경영권에 관여하고 있으며 고액의 급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 협의회 구성해 심 회장에 맞서

이렇게 각종 비리와 함께 심 회장을 비롯한 일부 인물들에 의한 전횡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권리를 빼앗긴 소액주주들이 소액주주협의회 구성을 위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23일 수원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심 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사직당국에 고발하고 이와 함께 구상권 발동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우선 주식 보유 40%를 넘겨 검찰에 고발된 개인적인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경기방송 재정에서 변호사비 7600만 원을 지출하고, 이와 함께 과징금 1억 원을 납부한 것과 관련 구상권 청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 회장이 경기방송 법인카드를 업무상 관계없는 일로 일본에서 사적으로 사용한 내용을 확인해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이를 고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심 회장이 경기방송 회장으로 계속해서 경영권에 관여하고 고액의 급료를 지급받은 행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소액주주협의회 구성에 대한 협의를 주도한 이모씨는 “그동안 대주주가 경영을 부실하게 운영했으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배당도 전혀 없었다”며 “이번에 소액주주협의회를 구성해 권리를 찾고 회사를 견제할 것이다. 소액주주들을 너무 우습게 본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한 그는 “심 회장은 재일교포다. 주로 일본에 있으며 상근도 하지 않는데 월 3천만 원씩 급료를 받는다. 이는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민영철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방송 주주님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호주건설이 경기방송의 주식을 인수한 것은 심 회장이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차용해 준 것으로 이는 명의신탁에 해당되며 이렇게 한 것은 방통위의 조건부 허가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민 사장은 심 회장과 김 부회장에게 소유와 경영의 내용에 적합한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회장의 직위변경과 독립적 사외이사 위촉을 건의했지만 두 사람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김 부회장은 수억 원의 급여를 받고 관용차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외제차량을 리스하게 한 후 대표이사가 보증 서게 하는 등 부도덕적인 행태를 보였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1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민 사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올해 초 박형배 사장으로 교체됐다.

이와 관련해 심 회장과 경기방송에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 경기방송 측에 문의하였으나 경기방송 측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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