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남편 김재호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에 대한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의 공천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나는 꼼수다’ 측에 의해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줄 것을 검사에게 청탁하는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기소 청탁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당 공천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불거진 악재인 만큼 사태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의혹은 진실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청탁 전화를 받은 당사자로 알려진 박은정 인천지검 부청지청 검사가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파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그동안 도와준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지난 28일 ‘나는 꼼수다’가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뒤 외부와 연락을 끊었으며 기소청탁 사실 여부 등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검찰청은 “박 검사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사표를 제출했으나 현재로서는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다”며 사직서를 반려했다. 검찰은 “박 검사가 (‘나는 꼼수다’에 기소 청탁 사실을 알렸는지 여부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으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조만간 박 검사를 조사할 계획이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달 28일 방송분에서 “박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공안 수사팀에 가서 2005년 김 판사가 나 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을 밝혔다”며 “박 검사는 이번 양심선언으로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검사 생활이 끝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을 듣는 이들은 박 검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혼자서 몰래 자기가 다 떠안고 가려고 했던 사람이다”라며 “앞으로 이 분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목해 달라”고 부탁했다.

방송 직후 박 검사의 이름은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 전 의원은 “기소 사건은 청탁 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김 판사는 기소시점부터 재판이 진행하는 동안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김 판사가 박 검사와 통화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나 전 의원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기소한 최영운 당시 서울서부지검 검사(현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며 “김 판사를 본 적도 전화한 적도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2006년 1월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떠나면서 문제의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뒤 나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 김모씨를 그해 4월 13일 기소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의혹사건 그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이것은 나 전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직 판사가 자신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검찰에다 기소를 해달라고 청탁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나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공천심사가 임박했으니까 했다고 봐야 되겠다”며 “아마도 이 문제는 공천위원회에서 특히 좀 신중하게 감안을 할 것이라고 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고 공천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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