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후보론! 심상치 않다.”최근 여권을 강타하고 있는 2007 대선 ‘제3 후보론’에 대한 정치권 인사들의 촌평이다. 야권 주자들이 ‘차기 대통령감’ 지지도 조사에서도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정동영-김근태’ 대권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 10월26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여당 내부의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창당 초심’을 내세워 쐐기를 박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친노사단의 핵심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노무현식 ‘대권 도박’이 감지되는 일련의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지난 10월30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등반을 하면서 “내년 초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진지하게 제안할 몇 가지를 정리해서 제출하겠다. 미래 과제와 그 과제를 잘 해결해 갈 수 있는 우리들의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내 놓을 ‘구상’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당시의 상황이란 10월26일 재선거 참패 이후 여당 내에서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새 구상’에 기대를 걸고 여당이 안정될 상황이 아니었다.

민주당 통합론에 ‘쐐기’

여권의 분위기는 마치 레임덕을 방불케 했다. 노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10%를 겨우 유지하고 있었으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잠룡들과 그 계파들의 움직임은 ‘청와대 의중’은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은 듯했다. 물론 변수는 외부에도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DJ) 전대통령과 여권의 불편한 관계가 그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권이 놓인 상황이 최악이라면, 작금의 DJ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도덕성에 상처를 받은 DJ,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 광범위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그의 측근(임동원·신건)도 구속됐다. 때맞춰 빗장을 걸고 있던 동교동 문도 열렸다. DJ가 여당 지도부에 이어, 한화갑 민주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국무총리 등과 회동한 이유엔 현정권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DJ의 정치적 영향력의 부활,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도 줄을 이었다. 일각에선 DJ가 차기대선에서 호남을 대변하고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킬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설익은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다시 ‘DJ와의 차별화 전략’

동교동 문을 활짝 열어 제친 DJ의 노기, 호남민심의 계속되는 이반, 재선거 이후 “동요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민주당과의 접촉에 나서며 ‘통합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여당 의원들의 행보는 분명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준비한 후속타는 의외의 것이었다. 지난 11월14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제동을 걸었다. 다시 한번 ‘DJ와의 차별화 전략’. 참여정부 출범 당시, DJ와의 차별화 전략은 친노사단의 양 축을 구성하고 있는 ‘386 그룹’과 ‘부산인맥’의 공동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에 맞춰 친노사단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당 초심 발언이 친노세력들의 결집에 탄력을 주고 있는 양상이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와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주당과의 합당은 과거로의 회기”라 주장하며, 노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국민참여 1219’ 상임고문도 나서 DJ를 방문한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이 고문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글 제목은 ‘이 죽일 놈의 정치’였다. 노 대통령의 ‘창당 초심’에 이은 친노사단의 광폭행보에 정치권의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창당 초심이란 무엇인가.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은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한 핵심 관계자는 “더 이상 지역정당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냐”면서 “결코 과거로 회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연초 구상도 현 여권의 상황과 친노사단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또 한 사람이 있다. 노 대통령의 386 측근 이광재 의원. 그는 최근 정동영-김근태 두 입각 주자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여당 내 가장 큰 세력이며 주류라 할 수 있는 이들과의 접촉보다는 정부 각료를 지낸 인사들에 대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40대 기수론과 정체성 혼란

이와 관련 ‘노무현 사단’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부산인맥의 핵심인사는 지난 17대 총선 직후 친노사단에 차기 대선주자를 물색하라는 ‘밀명’이 내려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창당 초심’ 발언 이후 여권에서 ‘제 3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여권 한 핵심인사는 지난 17대 총선 결과에 주목했다. ‘탄핵 역풍’ 때문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근저에는 지역주의가 아닌 개혁세력의 결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의 복심엔 더 이상 ‘호남’이냐 ‘영남’이냐는 정치적 계산은 자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제3 후보는 호남민심의 결집이 아닌,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개혁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여권에서 ‘제3후보론’이 등장한 것 역시 노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애초 여당발(發) 제3 후보론은 정동영-김근태 두 입각 주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 당의장 후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흥행을 보증할 수 없다’, 이어 김두관 특보의 ‘40대 기수론’이 제기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2007 대선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권에 유력한 제3 후보는 누구인가. ‘리틀 노무현’으로 통하는 김두관 특보의 ‘40대 기수론’, 그리고 현재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관측이 높다.

# 연초 ‘대폭 개각설’에 여당 의원들 ‘후끈’“전문 분야 아님에도 소문내고 있다”

내년 초 개각을 앞두고 근거 없는 입각설에 열린우리당이 휘말리고 있다. 하마평이 등장한 당사자들 중에는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유력 후보는 물론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대폭 개각설에 휘말려 스스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을 순방중인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나고 난 뒤 연초에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후 여당의 개각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 자천타천 입각설이 나도는 의원만 해도 10여명이다.

현 장관들 중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장관들이 10여 명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당내 일각에선, 국면전환을 위해 대폭 개각에 대한 관측도 높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임을 밝힌 이해찬 총리도 그 대상이다. 우선 총리 후보로서 문희상 전 의장, 김혁규 의원, 이상수 전의원, 이강철 전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이 거론된다. 교체가 유력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임에는 문희상 배기선 임종석 의원 등이, 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바통을 이을 후보로는 유시민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정세균 당 의장은 경제부총리설, 원혜영 의원은 행정자치부 장관설에 휩싸였다. 특히 부총리급 장관직에는 진원지가 어디인지도 모를 하마평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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