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탈북여성 4~5명씩 1조 알몸 수색은 기본"

▲ 전거리 교화소 출신 탈북자가 그림으로 표현한 교화소 내 가혹행의 모습 <출처=국가인권위원회>
[일요서울|천원기 기자]  북한 요덕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던 A씨는 아침식사로 옥수수에 두부콩을 넣은 밥 한 그릇, 시래기국 한 그릇을 먹고 350평에 달하는 밭의 김매기를 하루 동안 해야만 했다.

게다가 수용소 간부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을 공부시켜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하게 했고, 3인 1조로 생활하며 서로를 화장실 가는 것까지 감시했다고 증언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5일 북한인권센터 개관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북한이탈주민들과 납북자 가족, 이상가족 등 843명으로부터 접수된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81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비법밀수죄로 구속돼 6년형을 선고받은 B씨는 교화소에서 굶주리며 강제노역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노역에 죽는 사람보다 전염병 걸려 죽는 사람이 더 많아” 

B씨는 “해발 1500m가 넘는 12교화소로 끌려갔다”며 “당시 ‘도주는 자멸의 길이다. 절대 도주행위를 하지 말라!’는 현수막 밑으로 시체 몇 구를 실어 운반하고 있는 소달구지를 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안남미 10%, 옥수수쌀 60%, 콩 30%를 썩어 서랍에 담아 증기 가마니에 넣고 쪄낸 것을 김을 뽑고 삽으로 부풀려서 ‘밥단지’라는 기구로 1급부터 5급까지 등급을 매겨 찍어냈다”며 “이것을 식기나 숟가락 없이 손바닥으로 받아먹었다”고 당시의 참상을 설명했다.

특히 B씨는 “이조차도 교화소가 1년 중 2개월은 식량을 장마당에 빼돌려 팔아먹고 교화소가 임의로 경작한 감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밥단지’로 찍어 하루 3끼 급식한다”며 “이 때문에 굶주림에 지친 수감자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풀, 뿌리, 나뭇잎 등을 먹었다”고 고발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노역 중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도 했다. B 씨는 “교화소 위생상태가 극히 열악하기 때문에 수감자 중 누구라도 전염병에 걸리면 바로 전체 교화소에 확산된다”고 말했다.

조사과정에서도 심감한 인권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탈북했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된 후 강제북송 돼 북한 보위부로 끌려갔던 C씨는 탈북여성 4~5명씩 1조가 돼 여자 보안원으로부터 알몸수색을 당하는 과정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C씨는 “몸수색은 옷을 모두 벗게 하고 생식기나 항문에 돈 등을 숨기지 않았는지 검사하기 위해 수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게 했다”면서 “이때 의심이 가면 보안원이 위생장갑을 끼고 미혼, 기혼, 여성 등 관계없이 직접 항문이나 질 안에 손을 넣고 검사를 했다”고 털어놨다.

현병철 국가인권위회 위원장은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모든 인간에게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할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인도적 행위”라며 “관련국들은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이 정한 강제송환 금지원칙에 따라 순수한 인도주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북한정권은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에게 정치적 박해는 물론 고문, 강제낙태, 공개처형 등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며 “인권위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북한주민이 받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 보존해 외부와 공유하고 이를 통해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리고 밝혔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사례에 대해 1년간 접수된 81건에 대해서는 국내는 물론 국제 인권사회에 알려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국회대표단, 유엔 유럽본부 앞 광장서 탈북자 강제 북송반대 시위

한편, 국제사회에 탈북자 저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제네바를 방문 중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등 국회대표단은 14일(현지시간) 유엔 유럽본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정부의 탈북자 송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송환 중단’, ‘친구들을 살려달라’ 등 영문으로 적힌 피켓을 들고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앞까지 약 300여m 가량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후 안형환, 박선영 의원 등은 주제네바 중국 정무대표부 앞으로 이동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가 중국 대표부측이 경찰병력을 요청해 차단 당했다. 하지만 북한대표부에는 안 의원이 직접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탈북자는 본질적으로 인권 문제다. 한국, 북한, 중국의 문제가 아니고 유엔 문제”라며 “북송 후 생명의 위협을 받게될 탈북자를 북송하는 것은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점 앞 인도에서 북한인권국제연대 등 관련단체 주최로 열린 '김정일에게 희생된 300만 추모 사진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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