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3호 발사 ‘후폭풍’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북한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계획’을 지난 16일 밝혔다. 광명성 3호 발사 예정일은 총선 다음날인 12~16일 사이로 예고됐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총선 국면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전제로 대북 식량지원에 합의한 북미 합의 역시 사실상 깨질 공산이 커졌다. 북미 합의로 청신호가 켜졌던 6자회담에도 찬물을 끼얹는 등 한반도 해빙무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뉴시스>

협상파 외무성과 강경파 군부 간 갈등현상… 김정은 체제 불안정 상징
총선 다음날 발사 예정, 남측 4·11 총선 개입 목적?… 안보 이슈 쟁점 가능성

북한은 지난 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 15일)을 맞아 내달 12~16일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는 ‘2·29 북미합의’를 16일 만에 번복한 것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와 충돌한다. 북한이 예고대로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할 경우 북미 합의는 깨지거나 이행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북한은 담화에서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 위성’,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 발사와 관련해 국제적 규정과 관례를 지킬 것이고 투명성을 최대로 보장할 것’이라며 군사적 목적이 없는 실용위성 발사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장거리미사일은 모두 장거리로켓발사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기술적인 차이가 크게 없다. 장거리 로켓에 통신위성을 얹어서 쏘면 인공위성이 되고, 장거리 로켓에 탄두를 얹으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된다. 한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핵무기가 있으면 핵무기를 실어 나를 운반체가 필요한데 그 운반체가 광명성 3호와 같은 장거리 로켓이다. 이 장거리 로켓에 핵폭탄을 달면 핵무기가 되는 것”이라며 “북한은 예고한대로 위성을 달 것이며 북한은 이미 1·2호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시험 발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광명성 3호 위성 발사와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시켜 보는 이유에 대해 “북한이 이번 발사를 성공하면 핵무기를 장거리로켓에 얹어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이라며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정부는 각국의 정상들이 서울에 모이는 핵안보정상회의라는 기회를 활용해 광명성 3호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각국은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고 재발되지 않게 외교적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 목적보단 내부 결속 수단

과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대외적인 목적보다는 내부 결속 수단의 의미가 컸다. 1998년 광명성 1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등극 즉 새로운 공식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축포였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당시엔 김정은 후계자 공식 지명이 이뤄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외적인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명성 1호는 북미 미사일 합의, 대북 포용정책을 골자로 한 ‘페리 프로세스’를 이끌어 내는 등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여 협상 국면을 맞았다.

광명성 2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2개월 반 만인 2009년 4월 발사됐다. 북한은 광명성 2호를 통해 미국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해 4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북제재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의도와 관련해 이 전 차관은 “내부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이 강성대국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북한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김정은 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목적으로 북한 체제를 김정은 중심으로 북한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북미협상과정에서 미국과의 협상력을 더 높이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지휘체계가 안착되지 않았다.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갖춰졌다면 최근의 정책들이 일관되게 나타나겠지만, 북미 합의를 (16일 만에) 깨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협상파이자 대미관계를 주로 다루는 외무성과 강경파인 군부가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 엇박자가 나는 것으로 외무성과 군부 간 갈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미 합의 등을 통해 북핵문제가 협상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위성 발사에 나선 것은 ‘남측 4·11 총선 개입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북풍’이 불면서 안보이슈가 쟁점으로 떠올라 보수진영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반면 MB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정권심판론과 맞물리며 진보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6자회담 장기표류 가능성

북미 합의로 훈풍이 불기 시작한 북·미 관계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발표로 또다시 냉각상태로 접어들면서 6자회담 재개도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명성 3호 발사는 6자회담 재개 전제 조건에 해당하는 2·29 합의를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남북 관계가 동시에 개선되어야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관계는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남북관계가 진전에는 회의적”이라며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6자회담 재개는 불투명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이 더 늦어진다 하더라도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또 “내년에 한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권력 교체가 이뤄진 다음 6자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며 “북한은 6자회담을 앞당겨 추진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6자회담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를 강행하면 국제 사회의 제재가 추진되는 등 제제가 더 가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북한이 제재에 반발하면서 6자회담 프로세스도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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