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의혹’ 총선 전략에 경고등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천 후보들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은 성추문에 관련된 인사를 후보자로 내세워 도덕성에 상당한 흠집이 생기는 등 4·11 총선 전략에 비상등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때에도 최연희 의원의 ‘술자리 성추행’, 강용석 의원의 ‘대학생 성희롱’ 발언으로 ‘성추문당’이라는 오명을 다는 등 곤욕을 치룬 바 있어 ‘도로 한나라당’으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새누리당의 성추문 논란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통합진보당 역시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부실한 후보 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부산 수영구에 공천을 받은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이 기자회견을 한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누리당, ‘성추문당’ 오명 못 벗고 ‘도로 한나라당’으로 후퇴?
통합진보당, 새누리당에 핏대 세우더니 성추문 후보 공천으로 곤혹


새누리당이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인물들을 잇따라 공천해 또 다시 성추문에 휩싸였다. 새누리당은 논란이 확산된 일부 공천자들을 안고 4·11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 쇄신 의미 퇴색

우선 김태기(서울 성동갑)후보가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는 2006년 11월 새누리당 성동갑 당원위원장 시절 같은 당 여성 위원을 한남동의 한 유흥주점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의원은 각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관련 사실을 알리는 한편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그동안 이 사실을 숨겨오다 지난 9일 김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세상에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게시판에 올린 해당 글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진술서는 당 공천위에도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역 여성 단체들이 김 후보 공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김 후보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에 대해 지난 12일 서울 동부지검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 같은 성추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공천위는 김태기 후보에 대한 공천은 철회하지 않았다.

부산 수영구에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경선을 벌였던 유재중 의원은 불륜의혹이 불거졌다.

유 후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40대 여성이 지난 19일 정론관에서 “유 의원과 불륜관계를 맺어 가정이 파탄났다”고 폭로했다.

이 여성은 “유 의원과 반강제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며 “이후 유 의원이 150만 원을 건넨 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이에 유 후보는 “상대후보 측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시나리오”라고 결백을 주장하며 삭발과 단식에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국민참여 경선 대신 여론조사 경선으로 룰을 바꿨지만 친이계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반발하며 경선 참여를 거부했다.

새누리당 공천위는 결국 박 전 수석의 반발에도 유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공천을 확정지었다. 유 의원 측이 성추문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해 사건의 진위는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이나 현역의원 성추문과 관련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 전 KT부회장) 후보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석 후보는 2007년 5월 ‘21세기 경영인 클럽 조찬회’ 강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됐다. 여성은 구멍이 하나 더 있지 않냐”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의 여론이 석 후보의 공천 취소를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자 석 후보는 당의 공식 철회 방침이 나오기 전에 공천을 반납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석 후보는 지난 18일 공천반납과 함께 “강의 내용 중 한 단어만을 인용해 여성비하로 보도된 사실이 안타깝다”며 “여성권익 향상을 위해 앞장섰던 노력만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앞서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강용석 의원보다는 수위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의 성추문 의혹은 현재 진행 중으로 아직 사실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앞서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꾸며 당 쇄신에 힘썼지만 계속되는 성추문 논란에 ‘새누리당이 성추문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당 쇄신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야권 연대 시너지 효과 반감

통합진보당 역시 성추문 논란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윤원석(성남중원) 후보가 과거 성추행 전력으로 물의를 빚었다. 윤 후보는 2007년 ‘민중의 소리’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술자리를 마친 뒤 계열사 여기자를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여기자는 회사를 그만뒀고 윤 후보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2008년 경영상의 의유로 대표직에 복귀해 출마 직전까지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은 뒤늦게 윤 후보의 성추행 전력을 확인했지만 대표단은 윤 후보를 공식으로 인준했다. 윤 후보 역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며 출마 강행의사를 밝혔다. 이에 여성위원회 등 당 내부는 거세게 반발했고 비난 여론도 일파만파 확산됐다.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윤 후보는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개인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으로 당에 누를 끼치고 나아가 야권연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4번을 받은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논란도 진행 중이다. 정 후보가 통합진보당 개방형 비례대표로 확정되자 이른바 ‘민주노총 김OO 성폭력 사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정 후보는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춰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정 후보의 비례대표 공천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피해자 측 반발을 고려하지 않고 결국 당선 안정권인 4번에 배치한 것을 두고 통합진보당의 후보 검증 시스템을 둘러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해당 문제는 비례대표를 박탈할 사안이 아니다”로 결론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정 후보가 비례 대표로 확정되면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관련 논란은 당지도부에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성추문 의혹에 가장 예리하게 비판의 칼날을 세우던 통합진보당 역시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기는 등 야권 연대의 시너지 효과도 반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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