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38·전북 익산갑) 열린우리당 의원은 ‘익산의 386’이라 불린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중심에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주도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국제의료협력단 이사, 17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일자리창출을위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한병도 의원은 국정감사 때도 집중 추궁한 정유사 기름값 담합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한 의원의 질문에 이어 주유소 사업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주유소 시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동영상에 담아 방영한 것이다. 지난 16일 의원회관 606호에서 만난 한 의원은 “9월 디지털 국회로 본회의장이 바뀐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본회의장에선 국회의원이 아니면 발언을 할 수 없다. 다음 날 본회의장 내에서 동영상을 이용한 일반인의 발언을 금지하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한 의원은 올해 38세로 여당 최연소 의원일 뿐만 아니라 전체 299명의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 의원에 속한다. ‘동영상’이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젊은 의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여러 의원들과 동행한 중국 방문일정 중 한 의원만 제지를 당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의원의 젊은 외모 탓에 보좌진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국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17대 국회가 개원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국회 출입시 전경들로부터 일반인으로 오해를 받아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러나 젊다는 게 불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전북 익산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하루만에 익산과 서울을 왕복할 때가 많다. 때문에 신동해 수행비서의 고생도 만만치 않다. “아침 6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일정을 함께 하다보니 신 비서가 하루 3~4시간의 수면도취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지역구에 내려갈 때는 교대로 운전하며 신 비서의 피곤을 덜어주곤 한다.” 한 의원과 신 비서는 원광대 선후배 사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요즘 고민은 ‘쌀 비준안’이다. 익산 역시 도농복합지역으로 한 의원은 농민문제나 쌀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쌀 비준안 국회 처리와 관련, “WTO 협상이 세계적인 흐름이라 하더라도, 농민들이 갖는 피해의식은 상당히 크다. 정부가 과연 농민 단체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농민의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적절한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앞 식당에서 몸소 익산지역 특산품인 ‘보석쌀’을 홍보하기도 했다. 한편, 젊은 의원답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와 논리적인 질의’로 정평이 나 있는 한 의원이지만, 가끔 목에 힘을 주기도 한다. 강원랜드 국정감사 도중 인사비리 사안을 집중 추궁하다 강원랜드 이사장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혼을 내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를 본 네티즌들은 평소답지 않은 한 의원의 모습에 “속 시원하다”는 반응의 글을 올렸다. 열린우리당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민심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정치적 입지 및 지형에 따라 통합 논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데서 통합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산과 서울을 오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 의원이지만, 가슴 한 구석엔 애틋한 감정을 묻고 있다. 익산에 거주하는 아직 어린 두 아이들과 부인이 마음에 걸려서다. 그는 스스로를 ‘기러기 아빠’라고 부른다. “한창 아버지가 필요한 시기지만, 마음만 앞설 뿐이다. 당선후 한강 유람선을 두 번 태워준 게 전부다. 며칠 전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평가전을 함께 응원하며 그동안 쌓인 아쉬움을 달랬다.”

# 정가(政家) 뒷담화한나라당 A 중진의원과 B 여성의원의 ‘힘겨루기’

한나라당 A 중진의원과 같은당 B 여성의원의 힘겨루기가 요즘 정가의 화제다. A 중진의원은 다선으로 주요 당직을 거쳤으며, 대선 때마다 잠룡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정치 원로격인 인사다. 거물급에 속하는 이 중진의원과 신경전에 돌입한 여성의원은 누구일까. 공교롭게도 B 여성의원은 17대 총선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그렇다면 어울리지 않는 이들 사이에 벌어진 힘겨루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바로 ‘지역구’다. B의원이 A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것. 16대 국회에 불어 닥친 정치개혁의 소용돌이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연임’에도 실력을 행사했다.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 과거 정권에선 총재 및 계파간 지분 나눠먹기로 비례대표가 활용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17대 총선 직전 모든 정당은 연임 불가라는 방침을 세웠으며, 비례대표로 입성한 의원들은 18대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물색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사정이 그렇다고 A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순순히 물려줄 턱이 있나. 2007년 대선, 한나라당이 정권창출에 성공한다면 그는 국회의장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처지다. 젊은 초선의원의 패기는 결국 중진의원의 노기를 불러왔다는 후문이다. <정치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