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동영.이해찬.정세균’에 한명숙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4.11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으로 10일후면 여야의 운명이 바뀐다. 여권에 비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투입한 야권의 경우 더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대선 주자급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비롯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의원, 세종시에 도전하는 이해찬 전 총리, 여기에 잠룡으로 구분되는 정세균 후보까지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생환 여부에 따라 한명숙 대표의 운명도 결정된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여야 최대 격전지는 누가 뭐라해도 부상 사상구다. 27세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59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다. 특히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차기 대권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후보와 나이만큼이나 경륜과 명성에서 앞서고 있다.

최근엔 손 후보가 ‘3천만원 선거 뽀개기’ 공약을 철회하면서 거짓말 논란에 말 바꾸기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조국 교수 등 진보진영 소셜 엔터테이너들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맹공을 퍼부었다. 급기야 손 후보는 눈물을 훔치며 ‘세심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기에 이르렀다.

여론조사에서도 20%P 차이를 보이면서 문 후보가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길 시작했다. 27세 나이 어린 여성 후보를 향한 소나기같은 질타가 오히려 지역구에서 동정심으로 바뀌면서부터다. 당장 여론조사 지지도도 10%P로 줄었다.


문재인, “통큰 정치 보였으면...” 아쉬움
부산출신 여권의 고위인사는 “부산 정서상 나이어린 그것도 여성 후보에게 집단적으로 물어뜯는 모습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공산이 높다”며 “문 후보가 지역 어른으로 ‘껴앉고 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더 민심을 파고 들었을 텐데...”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일요서울> 지령 934호에서 단독 보도한 ‘문재인 수상한 아파트 전세거래, 선거법 논란’기사가 SNS공간에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 인사는 “부산정서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정서”라며 “최소 10%P 이상 격차를 유지해도 당선이 확실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만약 한 자릿수로 좁혀질 경우 문 후보의 당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문 후보가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본인은 승리한다고해도 PK지역에서 최대 10여석의 야권 후보 당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1~2석만 가져갈 경우 패와 다름없다는 당내외 관측이다.

박근혜 위원장 역시 이런 정서를 의식해 손 후보를 만나는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은 배경이다.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보다 문재인 대 손수조 구도가 부산 선거에 유리할 것이라는 자체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출마했지만 문 후보처럼 적진 한 가운데에서 고군분투하는 또 다른 거물급 인사로 3선의 정동영 의원(59)이 있다.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진 정 의원의 상대후보는 김종훈(60) 전 외교통상교섭본부장이다. 두 인사는 한미FTA의 전령사와 반대론자로 한바탕 일전을 치루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16대 이후 한나라당 절대 우세지역으로 정 의원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강남벨트에서만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져 ‘강남불패’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의원은 ‘인물’을 김 전 본부장은 ‘기호1번’을 가장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20%p 앞서고 인물 대결에서도 9%p 김 전 본부장이 더 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권 후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당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때 정 의원은 부산 영도구와 18대 총선 출마 지역구인 동작을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심경으로 강남을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구분되는 정세균 후보 역시 정치 생명을 건 일전을 벌이고 있다. ‘정치1번지’인 종로에 6선의 홍사덕 후보와 맞서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대구 서구 지역구를 두고 종로에 출마한 홍 후보는 중앙일보 기자출신에 국회부의장, 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급 의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경선을 치르다 중도하차한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친박 대표적인 인사로 2007년 대선 경선때는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했다.

반면 정 후보는 호남 지역구를 떠나 종로 탈환을 위해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산자부 장관, 민주당 원내대표, 당 대표 등 요직을 지냈다. 종로는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보수 후보가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또한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로 고 윤보선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현 이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구다.

손학규도 울고 간 종로...정세균은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내에서 홍 후보와 정 후보가 초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탄핵을 이끌었던 홍 후보는 정 후보의 ‘MB정권 심판론’에 맞서 ‘역정권 심판론’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차기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가 박진의원에게 도전했다가 패한 지역으로 정 후보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승리할 경우 정동영 후보와 마찬가지로 차기 대권 반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차기 대권 출마와는 거리가 있지만 단연 야권 거물급 인사로 이해찬 전 총리가 있다. 세종시에 전략공천된 이 전 총리는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세종시를 ‘기획’한 이 전 총리와 ‘사수’한 심 대표와의 자존심 대결로 인해 ‘빅매치’ 지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행정수도’를 공약할 때 그 옆에서 정책을 다듬고 구체화한 인물이다. 또한 국무총리를 맡아서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기초를 놓았다. 반면 심 대표는 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 결정을 받을 당시 충남도지사로서 ‘행정도시 사수’투쟁에 최선봉에 나섰고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다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시 설계자와 사수자가 한바탕 크게 붙은 격이다.

이 전 총리가 공천되고 조사된 여론조사에선 이 전 총리가 10%P 앞서 상쾌하게 시작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이후 조사에선 심 대표가 오차범위안팎으로 따라붙으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JP가 정계은퇴한 이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에서 거물급 두 인사의 성패는 향후 대선에서 충청권 민심을 읽는 리트머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회창 전 총리가 충청권 맹주로 자리를 잡는데 실패하면서 이렇다할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이 기를 못폈던 게 사실. 이런 가운데 둘 중의 한 승자가 향후 충청권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빅매치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패자 역시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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