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손학규 때리기’ 왜?

▲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달 27일 10·26선거 당시 지역위원장들에게 돈봉투 돌렸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해명하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선거를 앞두고 연일 민주통합당에 대한 돈봉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명숙 대표의 최측근이 공천대가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데 이어 이번에는 손학규 전 대표의 돈봉투 배포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를 제외한 사실상 비노(非盧) 진영의 대표적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정치권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권을 향한 손 전 대표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선거를 앞둔 전형적인 음해 공작정치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김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검찰은 지난 경선과정에서도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려 공천과정에 영향을 끼친 바 있다”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유포해 국민의 표심을 왜곡하려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윤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손 전 대표는 의혹을 부인으로만 일관해선 안 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공당의 전직 대표로서 한 치의 의문 없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 손학규 ‘돈봉투 사건’ 내사 착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서울지역 당협위원장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밤 선관위가 넘겨준 자료를 받았다”며 “자료를 검토하고 제보자인 민주당 전 지역 당협위원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달 26일 공소시효가 끝나는 만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모 전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손 전 대표가 영등포 중앙당에서 서울 내 지역위원장 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참석자 35명에게 5만원 권 20장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선관위에 제보했다.

선관위는 이에 박 씨를 비롯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지만 진술이 엇갈리고, 박 씨의 제보 말고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 11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모두 돈봉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증거가 조금이라도 발견돼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텐데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건 제보자 박 씨의 진술뿐이라 관련 자료만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현재 ‘돈봉투 살포의혹’을 제보한 박 씨를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공안1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측 ‘사실무근’ vs 박 씨 ‘녹취록 있다’

손 전 대표의 최측근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의혹을 제기한 박 씨는 통합반대의 주동자로 전당대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때문에 지역위원장직에서 물러났고, 공천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이유로 앙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이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측근은 “지역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해당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며 “손 전 대표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고소를 하게 됐고, 당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접하고 매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은 “돈봉투 살포가 마치 사실인양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났다”며 “반드시 사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며 적극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박 씨는 손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가 결코 거짓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당시 지역위원장 회의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의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필요시 이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손 전 대표가 미워서 그랬겠느냐.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랬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전 대표가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돈봉투 배포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검찰에 고소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역위원장에서 해임된 후 앙심을 품고 그런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자기들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전당대회를 진행했고,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처분 신청을 냈던 것”이라며 돈봉투 살포의혹 제보와는 별개라고 해명했다.

박 씨는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언급한 뒤 “다른 지역위원장의 진술이 없다고들 말하는데, 이미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참석자들의 녹취록을 받아뒀다. 필요하다면 검찰조사를 통해 이를 밝히겠다”고 사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건을 “음해, 모함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이어 “당 대표가 여러 지역위원장이 있는 자리에서 돈 봉투를 나눠 줬다는 데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설사 활동비를 내려 보냈다 하더라도 당 대표가 봉투에 넣어 하나하나 주겠느냐”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박원순 후보가 우리당 후보가 아니라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지역위원장을 소집한 것”이라며 “선거 때가 되니 어떻게 해서든 상처를 내려고 한다. 이번 건도 총선 때 손학규 발을 묶고 음해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라가 어지러우니 불법사찰에 이어 해방 후에나 있을 법한 공작정치, 흑색선전이 되살아났다”며 “돈봉투 주장이 사실이면 속죄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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