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벨트 사수.중부권 탈환 수도권은 완패

▲ 사진설명: 과반의석 확보로 총선을 승리로 이끈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지난 1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혜훈 종합상황실장, 권영세 사무총장, 황우여 원내대표 등과 자축의 박수를 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4·11총선은 ‘박근혜’로부터 시작해 ‘박근혜’로 끝났다. 결과는 과반의석을 확보한 박근혜의 단독 승리였다. ‘바람의 아들’ 문재인도 ‘선거의 여왕’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낙동강 전투에서 부하는 다 잃고 대장 혼자 살아온 격이다.
 
박풍은 영남권을 넘어 충청도, 강원도까지 기세를 펼쳤다. 과거 야권에서 재미를 봤던 두 지역이 박근혜 치맛폭으로 쏙 들어갔다. 강원도에는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가 선거를 지원했고 충청도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보이지 않게 야권을 거들었다.

두 인사 모두 차차기 대권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이지만 수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박근혜 바람은 거기까지였다. 낙동강 금강을 거쳐 소양강까지 접수했지만 한강벨트를 넘지 못했다. 이번 총선승리가 박근혜 대권가도에서 청신호로만 볼 수 없는 배경이다. 총선민심에서 나타난 박근혜 대망론의 한계와 가능성을 짚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60)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총 13차례 수도권을 찾았다. 전체 지원유세 31차례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수도권은 국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의석수도 246개 선거구중 112석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서울·경기에서 새누리당은 각각 16석/48석, 21석/52석 차지했다. 인천은 12석중 6석으로 반타작에 그쳤다.

무엇보다 ‘박근혜 남자’로 불리는 5인방이 서울에서 전멸했다. 홍사덕(6선 종로), 권영세(3선·영등포을) 이성헌(재선·서대문갑) 구상찬(초선·강서갑) 김선동(초선·도봉을) 의원이다. 모두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뱃지를 달았을 경우 19대 국회에서 박근혜와 함께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친박계 인사들이다.

수도권 민심은 ‘박근혜’라는 브랜드보다는 야단풍(야권단일화 바람)과 MB 정권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실제로 수도권 막판 핵심 변수는 민간인불법사찰에 따른 MB정권 심판론과 김용민 막말사건이 뒤엉킨 한판이었다. 전자가 이성적 이슈라면 후자는 감성적인 이슈였다.

PK VS TK 전투 대선에서도 ‘쭈우욱’
야도에서 여도로 돌아선 충청권과 강원도에선 김용민의 막말파문이 노인층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감성적 이슈보다는 이성적 이슈에 민감했고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면서 민주당이 수도권을 탈환하는 데 기여했다.

박 위원장이 영남·충청·강원을 가져갔지만 한강 벨트를 접수하지 못한 점은 2012년 대선을 맞이해 완전한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픈 대목이다. 특히 수도권 다수를 차지하는 이른바 ‘2040세대’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을 봐도 수도권이 막판 승부처가 됐다. 1988년 ‘직선제 개헌’이후 수도권에서 뒤진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결국 박 위원장이 사실상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재차 박근혜 대세론을 이어갔지만 차기 대권 가도가 불안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일단 차기 대선 구도를 보면 지역적으로 PK(문재인·김두관·안철수) 대 TK(박근혜) 싸움이 될 공산이 현재로선 높다. 과거 2007년 대선에서 PK 출신 노무현 후보가 출연해 민주당 후보로 나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낙동강 전선에서 박 위원장이 노풍을 막았지만 민주당 후보자들의 PK 지역 득표율을 보면 40%대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PK를 완전하게 접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영남 민심이 PK와 TK로 양분되고 수도권 민심이 현재처럼 야권으로 향할 경우 박 위원장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역할이 미비했지만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 사생결단으로 지역을 챙길 경우 정권재창출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역적으로도 어렵지만 세대별 대결에서도 만만치않다. 2040세대가 야성이 강하다는 점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됐다. 수도권 완패를 안겨다줬을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박 위원장이 지역적으로 세대별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MB정책 승계·보완·폐기 3단계 분류
우선적인 방안은 ‘오월동주’격으로 지낸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가 꼽히고 있다. 과거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지지층의 분열을 초래했고 급기야 역대 대선중 최대 격차로 대패했다.

박 위원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이 안됐지만 4대강 사업을 비롯해 내곡동 사저, BBK 사건, 민간인불법사찰, 도곡동 땅문제, 측근비리에 대한 청문회와 특검을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하지만 성사 여부의 핵심적인 키를 잡고 있는 인사는 박 위원장으로 모두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특히 BBK 사건은 특검까지 끝난 상황이고 도곡동 땅 문제나 내곡동 사저 논란의 경우 정치적 공세라는 점에서 수용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 박 위원장 입장에선 민주당의 카드 중에서 ‘불법민간인 사찰’과 ‘측근비리’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MB 정부와 차별화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미 박 위원장은 불법 민간인 사찰관련 “빠른 시간내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철저하게 바로 잡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재 불법사찰의 경우 검찰이 재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참여정부까지 함께 엮여 있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 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또한 MB 정부의 핵심 사업이자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4대강 사업관련해서 보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친박측의 입장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미 MB 정책중에서 승계할 정책과 폐기할 정책 그리고 보완해야 될 정책을 추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한 ‘손수조 카드’ 활용론도 나오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싸움으로 비견됐던 손 후보는 문재인 당선자에 맞서 40%대 넘는 득표율을 얻어 ‘패배했지만 최대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27세 동갑내기 손주소·이준석 젊은층 공략
27세 동갑내기인 하버드대학 출신의 젊은 CEO 이준석 비대위원과 함께 벌써 ‘대선 캠프 역할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선거전부터 친박내에선 당락여부를 떠나 20대 젊은 층 공략을 위해선 박 위원장이 손 후보에게 중책을 맡길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대선은 이제 8개월 남았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박근혜였다. 사실상 박 위원장은 경선보다 본선에 방점을 두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은 많다. 그 중심에 수도권이 있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반대편에 서 있는 민심에 박 위원장이 어떻게 애정 공세를 펼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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