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야소 정국, MB만 웃은 속사정

▲ <사진=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보호막이란 여론이 들끓고 있다.
19대 국회가 개원되면 여야 간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야당은 그동안 일었던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터.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아 ‘이명박=박근혜’란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상황이라 대통령과 차별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박 위원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여야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국회는 자연스럽게 ‘방탄 국회’로 접어들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줄을 이으며 청와대는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청와대는 그야말로 상갓집 분위기 그 자체였으며 다가올 야당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부심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개표 결과 여대야소 정국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은 박 위원장,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닌 MB의 승리’라고 평했다. 궁지에 몰렸던 이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총선은 결국 ‘MB의 승리’

이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불거진 여러 의혹과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인해 야당과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아왔다. BBK 의혹에서부터 4대강사업, 측근 비리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에게 분노로 다가왔다.
도곡동 땅 문제와 내곡동 사저 문제에 이어 총선 전에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활화산처럼 타오르면서 새누리당은 100석도 못 얻는 참패를 맛볼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의 경우 이전 정권들과는 다르게 자당의 의원 심지어 민간인까지 사찰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주장이 펼쳐지면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야권에서는 청문회 개최, 심지어 ‘하야’까지도 주장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터진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과 함께 정권 심판만을 강조한 야권의 전략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기사회생하며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끈 박 위원장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사지에 몰렸던 대통령이 살아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친박계가 대거 등극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야권의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막아야 하는 숙명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몇 개월 남지 않은 대선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싫든 좋든 대통령을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방탄 국회’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궁지에 몰렸던 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박 위원장의 보호막에 숨을 수 있게 됨으로써 최소한 임기 동안에는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어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는 박 위원장이 아닌 이 대통령이란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朴, 야권 주장 일부는 수용할 듯

방탄 국회가 이뤄질 가망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박 위원장이 야권의 주장에 귀를 틀어막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새누리당의 득표수는 야권보다 적었다. 결정적인 원인은 수도권 몰락으로 볼 수 있다. 대다수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의 수도권 몰락의 원인을 야권에서 주장했던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 유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선을 승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도 수도권에 분 정권심판론을 일정 부분 해소해야만 하는 숙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야권의 주장 중 어떤 것을 수용할 것인지를 두고 주판알을 튕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그동안 대통령과 관련해 일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도곡동 땅 문제, 내곡동 사저 논란, 측근 비리, 4대강사업 등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혹은 철저히 외면하고 전·현 정권 모두에 걸쳐 있는 저축은행 사태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야권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는 의혹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전 정권에 있음을 부각시켜 현 정권 책임론을 최대한 약화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박 위원장으로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의 경우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불법사찰의 내용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어 있어 특검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미 19대 국회 개원 후 곧바로 특검을 강행해 야당의 청문회 요구를 밀어붙이고 더불어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당의 청문회 불씨 꺼지지 않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여야 간 공방은 한번 지나가며 불씨가 사그라진 상태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새누리당은 특검을 민주통합당에서는 청문회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여전히 그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기는 힘들다며 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낫다고 반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불법사찰을 조사하고 있지만 어차피 국민과 야당은 검찰을 믿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특검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야당이 주장하는 청문회는 강제성이 없다.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 벌할 것은 벌하고,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한다. 그래서 특검이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야권의 한 인사는 “여당이 계속해서 특검 주장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청문회 주장을 이어갔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기에 여야 모두 이를 해소해야 하지만 방법을 놓고 개원 전부터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은 19대 국회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9대 국회는 초반부터 주도권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19대 국회 초기에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다. 시간을 끌어봤자 여당에 유리할 것은 전혀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다만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거취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권위의 갑작스런 직권조사는 ‘물타기’?

국가인권위(위원장 현병철)는 지난 16일 임시 전원위원회를 열고 민간인 불법사찰은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판단에 따라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인권위가 지난 2010년 7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진정에 대해 6개월간의 검토 끝에 “수사기관에서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어 이번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인권위도 따지고 보면 여당 편 아니냐. 어차피 상임위원도 여당 측 인사가 많은데 조사가 잘 이뤄지겠느냐”고 직권조사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여권 관계자 또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인권위에서 직권조사를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확실한 권한을 가진 곳에서 책임지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며 인권위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인권위의 인권위원을 역임했던 김만흠 원장 또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검찰 조사와는 다른 내용의 조사일 수도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이 실제로는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시간을 끌기 위한 ‘물타기’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어떤 의도도 없다. 전원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물타기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이 우리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윤중로 벚꽃 축제로 국회를 방문한 이재형(31)씨는 “민간인 불법사찰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유명 인물도 아닌 일반인도 사찰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특검이든 청문회든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진실을 밝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한 변모씨는 “과연 총선에서 이긴 여당이 특검을 진행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대선을 통해 어떤 식으로 정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번 정권에서 일었던 모든 의혹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난 후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거취를 놓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새누리당에 대해 벌써부터 국민의 실망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연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에 대해 박 위원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