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호(號) 어디로 가고 있나

▲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지난 15일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가운데 북한 새 지도자 김정은이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평양=AP/뉴시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제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시설 내에 발사하지 않은 장거리 미사일 1기가 더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강행하고 협상과 대화를 하는 행태를 반복해 온 전례가 있어 핵실험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태양절을 계기로 한 강성국가 진입의 ‘축포’이자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활용하려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공중 폭발함에 따라 북한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제3의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적지 않다. 정부 내부에서도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절 100주년을 기점으로 강성국가 원년 선포의 축포였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가 발사 1~2분 만에 공중 폭발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크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패를 만회하고 김정은 체제 강화와 내부결속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 대책으로 북한이 3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경직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한 3개월 뒤 1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09년 5월에도 광명성 2호 미사일을 발사한 뒤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다.

북한, 추가 도발 감행할까?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체제의 메커니즘은 인민을 동원·통제해 권력을 유지·강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광명성 3호가 실패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 교수는 “핵실험 강행은 어려울 것”이라며 그 근거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동의한 것을 들었다. 이번에 발표된 의장성명은 대북 제제를 강화하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핵실험에 나설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자동적’으로 취한다는 ‘트리거(trigger·방아쇠)조항’도 등장하는 등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이후 채택된 의장성명과 비교하면 강도가 상당히 높다.

권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체제안정을 위해 편을 들어준 2009년과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을 도와줄 세력이 없는데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장거리 미사일은 미리 공표했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일이었지만, 핵실험의 경우는 외부에서 추측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권 교수는 또 “북한이 내부 숙청이나 추가적 도발보다는 새로운 방향 즉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경제를 용인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중국의 방법이든 러시아나 일본의 방법이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이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연상케한다.

이는 곧 시장 경제 쪽의 해법을 시도하겠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덩샤오핑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중국의 성장에 더 기여하는 쪽을 채택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상징한 비유다.
 
그는 이어 “숙청은 책임문제가 불분명하고, 남한에 대한 도발은 반격이 크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 때문에 경제를 살리는 시장경제 쪽으로 방향을 일부 틀면서 생산을 높이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응수위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 강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안보리 의장성명 내용에 대한 후속조치의 방향을 봐가면서 북한이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별히 새로운 조치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북한이 ‘북한을 구석으로 몰아가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한국 정부가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면서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 전 차관은 “북한은 20년 전에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고, 최근에도 유사 발언을 많이 해왔다”면서 “남한에서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자 엄포일 뿐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 실패 공식 인정 왜?

북한은 과거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고도 모두 ‘성공했다’고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사일 발사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사일 발사 사실조차 제 때 발표하지 않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식 발표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인 것.

이를 두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앞서 북한 초청으로 방북해있던 수십 명의 외국 기자와 전문가들 시선을 의식한 것’, ‘북한 인민들도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지 않고 통할 건 다 통하고 들을 건 다 듣고 있기 때문’ 등의 분석이 나왔다.

반면 이 교수는 북한 내부 세력 간 엇박자로 인한 보도로 봤다. 이 교수는 “북한방송에서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은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미사일 개발과 발사에 국력을 소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가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엘리트 사이에서 묘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지금까지 김일성·김정일이 해왔던 통제·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세력을 장악해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존 세력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세력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 소련 국영매체에서 고르바쵸프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사와 반대하기 위한 기사가 엇갈려 나온 적 있다”며 “이는 국영매체를 통한 세력 간 힘겨루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북한의 이번 보도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김정일 때는 의견이 나뉠 수 없었고,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다. 미사일 발사 실패 보도를 나온 것을 보면 김정은 체제는 공고화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보도는 사실보도가 원칙이 아니다. 속일 수 없어 나온 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실패를 인정하는 보도가 나온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으로 세력 간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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